문화공감

목차보기
문화공감
Print Friendly, PDF & Email
문화공감 #문화키워드
가상세계관, 메타버스
노진실 / 영남일보 기자
“메타버스, 그게 뭐야?”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당황하던 때가 있었다.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진 말인지 짐작이 잘 안 가던 그 표현이 지금은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디지털로 구현된 무한한 가상세계이자 유저와 상호작용하는 콘텍스트를 가진 다차원의 시공간이 존재하는 세계다.
즉, 가상세계에서 구현된 자신의 또 다른 일상인 셈이다. 과거 게임 등에 주로 쓰였던 가상세계라는 개념이 코로나19라는 언택트 시대를 만나 급성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제약이 생겨버린 일상을 메타버스를 통해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세계관을 접목한 아이돌 그룹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지금 ‘핫한’ 메타버스가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하나의 트렌드로 공고히 자리 잡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의 경찰청사 가상 견학 이미지 <대구경찰청 제공>
◆ 메타버스에 올라 탄 공공기관, 기업, 정치인들
공공기관과 기업, 그리고 정치인들은 앞다퉈 메타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앞서 대구경찰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통해 대구경찰청 가상 견학 및 경품 이벤트를 진행했다.
제페토에서 제공하는 빌드잇 서비스를 통해 대구경찰청 및 대구중부청소년경찰학교를 모티브로 가상공간에 구현, 가상 견학을 통해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한 대구경찰청의 슬로건과 ‘안전속도 5030′, ‘보이스피싱 예방’ 등 다양한 치안정책을 소개한 것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 MZ세대의 문화 중 하나인 메타버스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홍보를 전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지난 6월 메타버스를 주제로 관련 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세미나에선 메타버스 적용 사례, 기대효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대구 북구청은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직원회의를 진행했다.

마케팅에 많은 공을 들이는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메타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기업들에겐 메타버스가 나름의 ‘블루오션’이다. 현재의 홍보 영역을 넓히는 것은 물론 메타버스 플랫폼을 주로 이용하는 MZ세대와 소통을 통해 미래 고객 을 확보한다는 측면도 있다.

DGB금융은 5월 지주 경영진회의를 제페토에서 진행했으며, 6월에는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그룹경영현안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신입사원 채용설명회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 Town)’에서 실시하는 등 대구은행은 메타버스 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타버스 바람은 대학가에도 불었다.
지난달 DGIST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스타트업 IR행사를 진행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IR행사에 적용해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행사의 한계에서 벗어나 효과적인 소통 환경과 현장감을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2월 순천향대는 신입생 입학식을 메타버스로 진행한 바 있다.

국내외 정치인들도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상공간으로 정치무대를 확장한 것이다. 메타버스를 통해 MZ세대에게 어필하겠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운동에 메타버스 공간을 이용했다. 우리나라 대선주자들도 잇따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문화와 예술, 그리고 메타버스
문화·예술 분야에도 메타버스가 접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분야에도 공간적 제약이 생기면서,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 플랫폼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
제78회 베니스영화제에선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베니스의 실제 공간을 가상공간으로 만들어 관객이 아바타로 그곳을 찾을 수 있게 했다.
DGB금융은 지난달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미술 전시회를 진행했다. 대구은행 본점 ‘DGB갤러리’에서 진행하는 미술 전시회와 동일한 공간을 가상 플랫폼에 구현한 것.
가상 갤러리에선 이우림 작가의 작품이 본점 갤러리와 동시 전시됐다. 제페토에서 DGB갤러리 맵에 입장하면 실제 갤러리처럼 꾸며진 가상공간 건물 내 거실, 복도, 방, 계단 등 곳곳에 그림을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구 문화예술계에서는 메타버스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권효원 현대무용가는 “문화·예술도 무용, 음악, 미술, 영화 등 각 분야에 따라 메타버스와 융합이 자연스레 이뤄지는 분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는 것 같다.”라며 “무용 쪽에서도 새로운 기술과의 융합이 꾸준히 이뤄지긴 했다. 무용가들이 새로운 무대를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 긍정적으로 보면 무대의 확장이라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어떤 면에서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영상 사업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관객들이 결국 다시 무대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 공간의 인기는 결국 실재(實在)에 대한 간절함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대구미술협회 이점찬 회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 속에 이미 메타버스는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이제 문화·예술계에서도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라며 “미술계에서 메타버스란 곧 전시공간의 확장을 의미한다. 일단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작품을 접한 이들은 실제 작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전시공간에 관객이 찾게 하는, 전시장 문턱을 넘을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대구 미술계에서도 메타버스 관련 연구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해선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대구 한 공공기관 직원은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코로나 시국에 여러 한계가 있는데, 메타버스는 시·공간의 확장이라는 매력이 크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소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다. 대구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36)씨는 “특정 게임이 아무리 인기가 있더라도 전 국민이 다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메타버스가 아무리 최근 급상승해도 그 인기가 전 세대에 걸쳐 오랫동안 이어질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라며 “가상세계에서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 않나. 메타버스의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