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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기고
사람을 키우는 도시 대구
권하영 / 계명대학교 문예창작 4
삶과 사람과 문화
문화는 세계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중요성을 넘어 각국의 문화적 생존력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문화가 지닌 놀라운 힘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없다. 문화의 영향력은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으며 그 거대한 문화시장의 중심에는‘사람’이 있었다. 사람은 문화를 주도하고 또 향유한다. 문화의 주체인 동시에 나아갈 방향성인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 일은 새로운 문화가 생성되고 성장하는 가장 근본적인 일이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여러 분야의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문화예술의 첫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 각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재단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명실상부 문화의 도시 대구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계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골라 소개한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 대구영화학교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과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는 대구지역 영화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구영화학교 Daegu Film School’을 운영한다. 신규 영화 전문인력 양성과정, 현장 영화인 역량 강화 프로그램, 영화 비즈니스 클래스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추어 지역 영화의 튼튼한 인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대구지역에는 영화학과가 없기 때문에 영화현장을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서는 상경이 필수라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그러나 20대의 사회 초년생 및 학생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부담을 느끼기 쉽다. 지역을 떠나 서울 수도권에서 자리를 잡아 생활하는 것부터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입장벽 때문에 영화계에 진출하고 싶어도 현실에 부딪혀 포기하는 젊은 인력들이 많았다. 이 상황 속에서 대구영화학교의 개설은 영화계 진로를 희망하는 대구지역 젊은 층이 가장 환영할만한 교육일 것이다. 독립영화계 유명 감독과 실무 전문가들로부터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수업이 무료라는 것은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수강생들의 입장에선 20주간의 입체적인 집중교육으로 졸업 후 바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실질적인 측면이 될 것이다. 다만 주 4회, 회차 당 4시간(14시~18시)의 교육이 진행되기 때문에 대학교를 다니면서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더하여 아르바이트 및 다른 일정과 병행하는 것도 무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휴학생이나 졸업생이 아니면 도전하기가 힘들기에 재학생들을 배려한 주말반이나 야간반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구영화학교 졸업생들의 왕성한 활동과 각종 영화제에서 거두는 좋은 성과들은 신규 영화 전문인력 양성과정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교육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높은 수준의 교육여건을 갖춘 대구영화학교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대구영화학교 현장 스케치 (출처: 대구영화학교)
졸업작품 「현주의 집」 (출처: 대구영화학교)
대명공연예술센터 – 대명동엔 작가가 산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대명동엔 작가가 산다 (대본 쓰기 프로젝트)’는 세 명의 멘토 극작가와 수강생들이 매칭되어 멘토별 15차시의 클래스로 운영된다. 대본 쓰기 프로젝트는 단순히 대본을 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완성된 작품을 대본집으로 발간하여 500여 곳의 도서관, 관련 학과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또한 심사를 통해 선정된 3개 작품은 지역의 공연예술 단체들과 매칭하고 쇼케이스 공연으로 제작된다.
대명공연예술센터의‘대명동엔 작가가 산다’는 한편의 극작품을 완성해보고 싶은 일반인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프로그램 같다. 예전에는 분명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경계가 뚜렷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젊은 연령층 즉 MZ세대의 사고방식은 다르다. 어떠한 분야의 일이든 대학의 전공이 필수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진학한 과에 맞추어 정해진 진로에 따라 좁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진짜 원하는 분야를 찾고 능동적으로 경험하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대본 쓰기 프로젝트는 인문계열 전공자로 한정하지 않고 대본을 쓰고 싶은 열정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고 있다. 커리큘럼을 보고 자신에게 맞는 멘토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꼽을만한 장점이다. 직접 쓴 대본이 대본집으로 발간되고 쇼케이스 공연으로 제작되는 일은 흔치 않은 대단한 혜택이다. 대본 쓰는 일을, 작가가 되는 꿈을 그저 꿈으로만 생각했다면‘대명동엔 작가가 산다’프로그램이 확실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대명동엔 작가가 산다 포스터 (출처: 대명공연예술센터)
대구문화재단 – 차세대 기획자 양성과정
대구문화재단은 문화기획자의 수급 불균형 해소 및 청년 일자리 창출 기여라는 목적 아래 문화예술 창작자와 향유자, 예술시장을 매개하는 기획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차세대 기획자 양성과정은 문화기획자를 희망하는 취업 준비생에게 가장 실질적인 교육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의 경우라면 교육 과정의 기간이 학기 중임을 단점으로 느낄 것이다. 분명 대면 강의의 이점이 존재하겠지만, 비대면 문화가 발달한 요즘 시기에 발맞추어 비대면 강의를 따로 개설한다면 더 많은 참여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문화예술, 공연, 전시, 마을 만들기, 축제 총 5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기초과정 8주, 심화과정 11주의 강의는 수강생들에게 유의미한 시간이 될 것이다. 전문인력 양성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장치가 교육이라고 할 때, 대구문화재단의 차세대 기획자 양성과정은 실무 위주의 교육 체계를 수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1 기초과정 수료식 (출처: 대구문화재단)
수업 진행 사진 (출처: 대구문화재단)
DIMF 뮤지컬아카데미
사단법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은 창작자 및 배우들의 역량 강화를 위하여 뮤지컬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뮤지컬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는‘DIMF 뮤지컬아카데미’를 지역 최초로 신설했다. 올해로 7년 차에 접어든 DIMF 뮤지컬아카데미의 특징은 창작자 과정과 뮤지컬 배우 과정을 동시에 운영하며 작품 협업까지 경험할 수 있는 현장 맞춤형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학교 안에선 배울 수 없는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측면이 가장 좋은 점이라 느껴진다. 특히나 교육생이 하나의 팀을 이루는 ‘협업’에 주목하고 싶다. 작가 과정 교육생이 만든 스토리와 가사에 작곡가 과정 교육생이 어울리는 멜로디를 만들어 하나의 신작 뮤지컬을 탄생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입문과정은 15분, 전문과정은 30분 내외의 뮤지컬을 창작하여 최종 성과발표회 리딩 공연에서 선보인다. 열정 가득한 교육의 현장에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뮤지컬 창작물의 가치를 배우는 것이 DIMF 뮤지컬아카데미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2021 제7기 DIMF 뮤지컬아카데미 뮤지컬배우과정-발레 (출처: DIMF)
2020 제6기 DIMF 뮤지컬아카데미 워크숍 공연 (출처 : DIMF)
나가며
프로그램에서 이루어지는 학습과 체험, 교감 형성과 상호 교류는 참여자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다만 이런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끊임없는 노력은 대구를 문화예술교육의 선도 지역으로 이끌 것이라 확신한다. 양질의 프로그램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값진 경험이 될 것이며 그 경험을 원동력으로 새롭게 창출될 가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