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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공연
예술로 실험하기
-실험하는 예술 소극장 운동을 보고
손호석 / 작·연출가
들어가며
7월 27일부터 8월 7일까지 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의 소극장인 오봉홀에서 ‘실험하는 예술, 소극장 운동’ 이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2018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4회째 이어지고 있으며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위한 무대를 제공하고, 관객에겐 그간 접하지 못한 형태의 예술 경험을 전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원래 소극장 운동은 대극장의 상업주의 연극에 반대해 반기성과 반상업의 기치를 내걸고 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에서 소극장을 중심으로 생겨났던 연극운동 사조이다.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이 운동의 의미를 전 예술영역으로 확장하여 예술가의 실험적인 시도를 지지하고 예술의 다양성을 도모하기 위해 ‘실험하는 예술 소극장 운동’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실험하는 예술 소극장 운동 포스터
올해는 5편의 작품이 관객들을 만났는데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개막 공연은 엄선민 소울 무용단의 ‘시간의 바깥’이라는 작품으로 2019년 발매된 가수 아이유의 ‘시간의 바깥’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한국무용과 즉흥 연주가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공연은 박세기 배우의 1인극 ‘햄릿을 아시나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잠시 꿈을 잊고 사는 우리의 삶을 응원하는 작품으로 연극과 영화를 결합한 듯한 형식이 인상적이다.
세 번째 공연은 아트 컴퍼니 도아이도의 ‘불완전한 존재들의 상태:이(移)행(行)’이다. 이 작품은 자발적 고립과 단절 속에서 무너지고 있는 우리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댄스 필름(무용을 소재로 한 영화)의 상영과 무대공연이 합쳐진 형식으로 진행된다.
네 번째 공연은 훌라의 ‘DUMPSTER’S SOUNDS’. 이 공연은 쓰레기 행성에 불시착한 상황을 설정하여 연극적으로 풀어낸 콘서트 형식의 작품이다. 마지막 공연은 ‘최규호의 클라운 마임’이다. 40년 간 우리나라의 클라운 마임(광대의 몸짓이나 표정으로 표현하는 무언극) 장르를 선도한 최규호의 ‘먹고 삽시다’와 ‘당신을 기다립니다’가 공연되었다.
좌) 엄선민 소울 무용단 ‘시간의 바깥’ / 우) 박세기 1인극 ‘햄릿을 아시나요?’
아트 컴퍼니 도아이도 ‘불완전한 존재들의 상태:이(移)행(行)’
좌) 훌라 ‘DUMPSTER’S SOUNDS’ / 우) 최규호 클라운 마임
공연을 관람하면서 ‘예술을 가지고 실험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와 형태를 가지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하게 대단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정의는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개별 작품에 대해 평을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예술이라는 범주에서 실험을 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보는 방향으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먼저 과학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에 대해 고찰해 보고 유사한 방법으로 예술에서의 실험을 논해보고자 한다. 예술에서 말하는 실험이 과학에서 의미하는 실험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의 개념을 가지고 생각을 해 보는 것이 예술로 실험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지혜를 줄 수도 있을 듯하기 때문이다.
실험하는 예술
실험의 정의를 검색해보니 가설이나 이론이 실제로 들어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 아래에서 여러 가지 측정을 실시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과학의 영역에서 실험을 할 때는 실험군과 대조군을 설정하여 바뀐 조건에 따라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이때 실험군과 대조군은 의도를 가지고 바꾼 조건 외에 다른 조건들은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차이와 바꾼 조건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조건을 바꾸었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조건을 바꾸게 되면 달라진 결과가 어떤 조건의 변화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제대로 분석하기가 힘이 든다. 따라서 한 번의 실험에는 한 가지 요소만을 관찰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필요하다면 다른 조건들을 바꾸어가면서 여러 차례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예술을 가지고 실험을 할 때 무엇이 대조군과 실험군이 될 수 있을까? 아마도 앞선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것들이 대조군이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와 대중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주제와 형식을 대조군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듯하다. 그렇다면 실험군은 이 익숙한 주제와 형식에 어떤 변화를 준 작품이 되겠다. 이때 과학적인 방법에서 힌트를 얻자면 여러 가지 조건을 바꾸기보다는 하나의 조건만을 바꿔서 결과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실험자는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바꾸었는지를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그로 인한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소극장 운동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실험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한 번의 실험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오히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다양하게 조건들을 바꾸어가며 수많은 실험을 진행한 뒤 비로소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실험실에서의 실패는 어쩌면 실패가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것이다.
실험실에서 발견한 과학적 지식이 곧바로 대중의 실생활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 지식의 가치와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은 소수일 수도 있다. 실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은 후에도 수많은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실패들을 겪은 후에야 실험자의 발견이 대중에게 유익을 끼치게 된다.
기업이 연구개발에 큰 비용을 지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은 쓸 데가 없어 보이고 경제적인 가치도 가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계에서 실험을 할 때 직면하는 문제 중 하나는 중요한 실험일수록 대중의 취향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 행복북구문화재단도 비슷한 고민의 길을 걸어오지 않았을까 예상된다. 2년 전인 2019년의 ‘실험하는 예술 소극장 운동’의 공연들을 잠시 살펴보자.
독특한 형태의 옴니버스 퍼포먼스인 ‘무경계 실험예술 옴니버스’를 시작으로 영상을 활용한 현대음악, 전통음악의 진수를 선보일 산조, 미술작품과 음악을 접목한 연주, 현대인의 고찰을 그린 현대 무용까지 독특하고 신선한 실험적인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소개 되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2019년이 올해보다는 실험성이 강조되는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꾸린 것처럼 보인다. 이 경우 다양하고 새로운 예술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는 쉽지 않다. 예술가들에게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는 가치와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제공해야 한다는 가치 사이에서 기획자는 고민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프로그램의 제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초기 기획은 실험의 기회 제공에 더 큰 무게감이 있었을 것이다. 소극장 운동이라는 이름이 반기성, 반상업의 자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무관객 공연이 아닌 한 관객의 입장을 배제하고 진행할 수는 없다. 이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좌우하게 될 듯하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예술 종사자들만을 위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실 라인과 관객의 관극을 염두에 둔 상용화 된 예술실험 라인으로의 구분을 하는 방식도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맺으며
기업이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처럼 대구 예술계도 대중과 상업이 좋아하지 않는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장이 많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북구문화재단의 ‘실험하는 예술 소극장 운동’ 프로그램은 참으로 소중한 기획이다. 이 실험실에서 찾아낸 가치 있는 지식들이 우리 예술계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리라 기대해 본다. 부디 오래오래 이 프로그램이 지속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