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예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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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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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의 힘 #청년예술인
그림일기
김동욱 / 경북대학교 미술학 박사과정
– 아무 것도 몰랐던 그때의 아픈 기억
나는 1988년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두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와 형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네 살 때부터 대구에서 성장하였다. 집에서 늘 그림을 그리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레 그림 그리는 것을 취미로 하였다. 어머니께서 그림을 그리셨던 이유는 아버지와 형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런 이유로 인해 나는 7살이 되었을 때 그림을 그리겠다고 결심하였다. 나와 어머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한 미술은 하루하루의 일상과 동기로서 나의 모든 삶에 이르기까지 확장되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미술학 학사를 취득하였고 영국 노팅엄 Nottingham Trent University에서 미술학 석사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미술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 기억의 재구성
기억은 과거의 공간과 시간을 현재의 시점으로 끄집어낼 수 있다. 현재는 우리가 경험했던 수많은 기억들과 지금 이 순간이다. 찰나의 시간은 곧 과거가 되며 기억의 공간 속에 저장되어 미래에 소환되는 연결고리가 된다. 과거에 경험하고 보았던 대상들이 현재의 감정과 결합될 때 나의 손에서 조형화된 형태의 이미지들이 출현한다. 과거와 현재의 다른 정서에 놓인 이미지들은 재구성된다. 우리가 느끼는 강렬함과 중요도에 따라 시간의 기억은 재배치된다. 그렇기에 사람은 같은 시공간을 경험했더라도 기억은 다른 형태로 나타나며 고유성을 부여 받는 것이다. 주관적 기억들은 어느 시점의 기억인지조차 알 수 없는 파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 현재의 나와 과거의 공간이 혼재된 작품은 나 자신을 지금에 이르게 한 기억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시간여행일 것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시절 속으로의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로 나아가는 시간이 되길 늘 기대하며 창작하고 있다.

나는 과거의 일상을 통해 경험되어 얻어지는 형상들과 이를 통한 현재의 감정, 정서를 통해 나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내면적 정신세계를 구축하며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 내가 일상에서 마주한 대상은 각자의 선을 통해 새로운 감성으로 인식되고 그것을 재현함으로써 일상은 예술의 소재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사한 작품 속 배경은 삶의 근거와 바탕이 되는 공간을 중심으로 나의 발자취가 새겨진 공간에 주목함으로써, 일상과 함께 내가 체험하고 인상 깊게 남은 장소들에 대한 기억을 작품으로 더 확장해 재편집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함이며 일종의 그림으로 표현된 일기와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작품을 통해 소박한 삶의 여유로운 정서를 표현하고자 한다. 특별하거나 자극적인 것이 아닌 삶의 공간이 되는 실내와 실외를 중심으로 일상 속에서 내가 체험하고 그것을 과거의 기억으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그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 Road Pictures (길 위의 그림들)
혼합 장르에 가까운 로드 무비는 미국을 연상시킨다. 미국 문화의 양면성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유토피아적 판타지로 나타나는가 하면, 미국 사회의 긴장과 불안, 폭력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이는 디스토피아적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58번 국도>, <66번 국도>처럼 내 작품에는 미국의 도로명이 자주 등장한다.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경험하는 세계에 대한 기억과 풍경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road pictures(길 위의 그림들) 형식으로 제시한다. 던킨 도너츠 간판과 벌거벗은 남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코믹한 묘사를 하였다. 붉은 도로가 화면의 중심을 관통하고 얕은 구름들과 사막의 상징인 선인장을 연속적으로 표현하였다.
「58번 국도」
「66번 국도 몰트샵」
– 반려의 시대
미당 서정주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했듯이, 나의 작품을 만든 건 개와 자동차다. 나는 개와 인간이 공생에서 친구 관계로 발전한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시작했지만 나에게 개는 친구 이상의 존재이다. 자동차에 동승한 개들과 운전자는 나의 서명을 대신해도 될 정도로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 개는 야생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 대신, 인간과 함께 한 모습으로 미술사의 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동물화라는 장르가 있었음은 물론이고, 고전 미술에서는 초상화 주인공의 지위와 개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근/현대 미술에서는 애정 어린 묘사의 대상이 되거나 욕망을 표현하는 주체로 스스로가 주인공이 된다.
「66번 국도 타코벨」
<나를 야구장으로 데려가주오> 역시, 상상과 기억, 실제가 혼합된 세계이다. 샌프란시스코 알라모 스퀘어 파크에서 무리 지어 노는 개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그들이 노는 언덕 아래, 곱게 “채색된 귀부인Painted Ladies” 맨션이 보이고 그 너머로 파이낸셜 디스트릭트가 보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들은 자연주의 화풍으로 묘사된 나무, 실제와는 다른 색 표현과 외부 치장 장식들이 정교하게 재현된 빅토리아 스타일의 주택, 현대식 고층 건물들의 변경된 스카이라인과 더불어 주인공인 된 개들의 욕망이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나무의 생동감, 아름답고 화려한 건물들의 세밀한 묘사, 주관적인 색표현이 극명한 대비이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은 얇고 평면적인 붓질에 기인한 것일까? 중후하고 자연스러운 세피아의 색들과 무채색 지붕이 화려하고 경쾌한, 고채도 색과의 대비를 균형 있게 통제한 때문일까? 바닥에 놓인 야구공과 작품의 제목을 연결시키지 않았다면, 전면에 부각된 개의 존재를 욕망이라는 ‘주체의 차원’으로 확대 해석하는 모험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개들의 움직임과 덩그러니 놓인 야구공의 존재는 아직 놀이의 열기를 상상하기 어려우며 제목이 제시하는 것처럼 야구장으로 데려가 줄 주인의 존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야구하는 개가 되고 싶은지, 야구 구경을 하고 싶다는 것인지 해석은 열려있다. 개와 동물들은 욕망의 표현에 인간 보다 순수하게 반응한다. 그들을 통해 활력과 선함으로 행복과 대리 만족을 얻는 쪽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애견의 자리에서 반려의 자리로, 말의 쓰임이 달라지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방식과 태도도 바뀐다. 미술은 언제나 그런 변화를 반영할 것이다.
「나를 야구장으로 데려가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