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목차보기
기획특집
Print Friendly, PDF & Email
기획특집 #3
대구 청년예술인들이 직접 말한다!
윤진 / 독립영화 감독, 김지영 / 극단 만신 대표, 윤동희 / 미술가
나는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안전하고 싶다.
윤진 / 독립영화 감독
나의 이십대는 끝없는 불안으로 가득했다. 문화재 관리학을 공부하고 발굴을 하던 나는 무려 전과를 2번이나 할 만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의 적성과 꿈에 대해 몰랐었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놈에게 집에서 거는 기대치는 당연히 충족시켜 드릴 수 없었다. 그러다 연극과를 다니던 지인의 소개로 연극을 알게 되었다. ‘배우를 하다보면 그 인물이 되어 다양한 직업을 느껴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런 간접 경험을 겪어보면 나중에 선택할 수 있겠지’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연극학과로 편입을 하게 되었다. 당연 기본도 모른 체 편입을 하다 보니 무대, 음향, 조명관련 수업보다는 배우 위주의 연기수업을 택하게 되었고 나는 다시 졸업장만 따자 라는 또 단순한 생각뿐이었다. 나는 엄청 단순하고 현실에 잘 녹아드는 사람이었다. 어느 덧, 벌써 졸업을 앞둔 시기가 되니 나는 한 우물을 깊게 판 놈도 아니었고, 더 이상의 피난처인 군대도, 학교도 갈 곳이 없었다. 또 아무것도 없는 맨몸의 신세가 될 것 같았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가라고 했으니 그 때부터 졸업 전까지 오디션을 보러 무작정 서울과 대구를 오갔다. 그렇게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배우의 꿈을 안고 혈혈단신 무작정 나는 서울로 향했다. 수많은 오디션 지원에도 기다림은 기약이 없었다. 집에 어떤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던 나는 기다리질 못했다. 그 답답한 갈증에 결국 영화 현장 스태프로 지원을 했다. 도대체 누가 오디션에 뽑혔는지, 어떤 사람들이 지원하는지, 이들은 프로필을 어떻게 만드는지, 모든 것이 궁금했다.

처음 맡아본 일이 영화「잭보이」현장에 제작부였다. 단편영화에 배우로 참여했을 때 대략 눈대중으로 훑어본 게 전부이다 보니 그 전까지 알던 현장보다 규모가 더 커 보이고 괜스레 겁이 났다. 내가 할 일은 배우 픽업과 영화상 꽉 막힌 도로의 차량 운전이었다. 액셀과 브레이크만 몇 번 밟았다 떼면 되는 단순 작업이었다. 하지만 컷이 되면 다시 이 차 저 차를 옮겨 다니며 많은 차들을 원래 위치로 옮겨놔야 했다. 차종도 다르고 오토와 수동차도 있었고, 당시 시나리오 상 차량을 폭파하는 엔딩 장면 때문에 폐차직전의 안전하지 않은 차량도 있었다.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 알지 못했지만, 지나고 보니 나는 저 많은 차들 중 어느 차량에도 보험이 들어있질 않았다. 제작비 여건상 아마 여느 현장 관행처럼 했을 것이다.

2015년 12월1일(화) KBS 1TV <독립영화관(245회)> 「잭보이」의 한 장면
이후 나는 대구에서 「수성못」이라는 장편영화에 제작부 일도 했었다. 이때도 역시나 운전을 했다. 그 차는 스태프 개인차량이라 정비 확인을 할 수 없었다. 그 차량은 앞 유리가 돌에 맞아 금이 가있어 굴곡이 심했다. 운전할 때 유리에 왜곡이 생겨서 눈이 상당히 피로했다. 두루 몇 번의 현장 스태프로 경험을 해보니 여기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차량은 엔진오일이 다 닳아 없는 차량, 냉각수가 없는 차량 그리고 방금 받아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보니 차량의 타이어 공기압도 대충 눈대중으로 확인하고 그대로 타고 현장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열악한 제작비로 차량이든, 촬영 장비든 하루치 렌탈료라도 줄이기 위한 발버둥인걸 아니까. 지인찬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생태에 엔진오일이며 공기압이며 체크해달라고 하는 것이 상대에게 크나큰 실례가 아닐까 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 때문이었다. 비단 이건 나만 느낀 것이 아닐 것이다.

2016년 나는 처음으로「옥상에 호랑이」라는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모든 장면이 옥탑방에서 이뤄지는 영화기 때문에 로케이션 이동도 없고, 처음 준비한 소품이며 의상도 비교적 별거 없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배우며, 스태프들에게 인건비를 주지 못했다. 창작지원금 신청으로 받은 300만원과 개인 사비 200만원이 전부이다 보니 그들은 나와의 전부터 알던 신뢰를 믿고 함께 참여해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촬영이 2회차 밖에 안 되어 선뜻 마음을 내어준 것이겠지만 하루라도 늘었다면 과연 함께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구심은 든다.

2016년「옥상에 호랑이」스틸컷
몇 개의 단편영화를 연출을 해보고 다른 현장에 스태프로 참여를 해보니 느끼는 공통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물가는 오르는데 제작지원금은 거의 동결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그게 어디냐? 라고 지원을 하지만, 한편의 단편영화를 찍는데 평균 일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 제작지원이 없으면 감독 혼자 감내하는 경우가 다수였다는 것이다. 우리 청년들에게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과연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 라는 영화의 기획의도처럼 나와 동료들은 가진 게 열정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촬영 회차를 줄이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제작비에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인데, 사람은 적어지고 업무는 가중되니 자연적으로 스트레스가 늘어나게 되고 촬영 회차가 지날수록 피로도가 쌓여 스태프들간 마찰이 잦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외부적 관계에 대해서도 미안함을 지니게 되는 감정적 호소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작업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민폐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옥상에 호랑이」단편 영화를 찍을 당시에도 한 여름 옥상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옥상에는 촬영 관계자 외에는 올라올 수가 없었고, 2층 주인집 에어컨 실외기 소리 때문에 한 여름에도 에어컨을 꺼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연출이든 제작파트이건, 서울이건 대구이건, 어디 가서 촬영 공간이 되었든, 장비가 되었든, 소품이 되었든, 항상 협조를 항상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또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작업을 해야 하고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게 1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 기간 동안 마음의 부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2018년 대구단편영화제「나운규 프로덕숀」관객과의 대화 中
세 번째는 무릇 다른 예술 활동도 그러하겠지만, 만들어 놓고 노출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제가 아니면 상영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후반작업을 마치고 관객을 만나는 작업까지가 마무리인데, 1년에 천여편 정도의 단편영화들이 영화제에 출품을 하지만 경쟁작으로 뽑혀 관객에게 선보여질 기회를 얻는 영화는 몇 십 편의 영화들뿐이라는 거다. 그래도 대구는 대구·경북 독립영화 협회와 오오극장이 있어 대구지역 영화들을 선보일 기회가 다른 곳보다는 많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많아져야 창작자들이 관객들과 소통을 하면서 함께한 스태프들의 노고도 치하 할 수 있는 더 나은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여기까지 적으면서 바라는 점이 있다. 우선은 촬영 때 의무적으로 제작지원금과는 별개로 보험가입을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실제 촬영 때는 경우에 따라 산을 오를 수도, 해상에서 촬영을 할 수도 있다. 이동도 많고 무겁거나 위험한 장비도 많고 야간 촬영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스태프와 배우들의 인원을 합하면 보통 몇 십명씩 된다. 대구 영화인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유대가 더 좋아 작업하기 편한 장점이 있지만, 서로를 잘 알고 이해를 잘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산으로 어떻게 꾸려나갈지를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잘 안다. 그러다보니 없는 예산에 보험금이 부담으로 작용하여 간과하기 쉬운 단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차량 지원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촬영 장비를 실을 차량은 현장에서 필수적이었다.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하루치 렌탈료라도 세이브하기 위해 지인의 차량을 대여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굳이 승합차량이 아니더라도 제작용 이동 차량을 위해서라도 관공서 또는 단체기관의 차량이거나 기관이 쏘카나 또는 차량 대여업체랑 MOU를 맺어 저렴하게 렌탈할 수 있는 사업이 있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서 대구 영화인들에 대한 유대를 언급했는데, 돈독한 유대감의 이유 중 하나는 영화를 하는 사람이 제한적이라는 것이었다. 매번 현장만 다르지 스태프들은 계속 마주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의 작업이 아무래도 서울의 수요를 따라 갈 수는 없겠지만, 전문 인력양성이 그동안 부족했었다. 대구에는 영화학과도 없어 최근에서야 대구영상미디어센터에서 대구영화학교가 개설되어 새로운 인력이 수급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고무적이다. 대구 영상미디어센터는 창작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많은 교육과 정보제공 그리고 실무자와 창작자들을 허브와 같은 역할로 연결해주고 있다.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이 되는 장점이다. 무상으로 창작지원 장비 렌탈도 가능하니 나처럼 멋모르고 처음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는 입문자가 있다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려 보길 권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사업들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나의 경험으로 보면 서울에서의 작업과 대구에서의 작업이 큰 차이가 없었다. 무대 큰 만큼 서울은 지원자도 대구보다 두껍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 앞으로는 더 경력자를 원할 것이며 그런 경력을 쌓기에는 서울보다 오히려 대구가 더 좋은 장점이라고 본다. 지금의 상황에서 염치없이 하나 더 바란다면, 프로젝트를 위한 숙소가 마련되길 바라본다. 작년 부산에서 작업을 떠올려 보면 과연 영화의 도시다웠다.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촬영을 하면 숙소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었다. 영화는 공동 작업이다 보니 배우가 됐든 스태프가 됐든 외부의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할 때가 다반사다. 이런 숙소지원 시스템이 마련이 되면 외부에서도 대구에 오는데 부담이 없을 뿐더러 매번 프로젝트시 저렴한 숙소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대구가 다른 지역과의 활발한 교류를 맺을 수 있게 되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19년 대구영화학교 1기 단체사진
포문을 연 나의 글로 인해 누군가는 불편해 할 수도 있고 나조차도 누구를 저격하는 글이 아니 되고자 조심스러워 그들에게는 이 글이 아니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무릇 글을 적을수록 불편을 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길 바라며 어느 덧 십여 년 이상 영화를 한 사람으로서 이 글이 전해져 지역 영상제작 환경에 조금이나마 변화가 생겨 우리 스스로가 안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글을 전해 본다.

끝으로 나에게 이 길을 시작할 수 있게끔 도와준「잭보이」감독님과 「수성못」감독님 여기서 밝히지 않은 다른 감독님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김지영 / 극단 만신 대표
청년이라는 말이 포괄하는 연령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29세 이하, 35세 이하, 40세 이하로 점점 늘어나나 싶더니 이제 40대 초반까지는 청년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청년예술가’라는 말로 지칭되는 이들의 스펙트럼 또한 넓어졌다. 학교를 갓 졸업하고 현장에 진입하려는 이들부터, 10년 가량의 현장경험이 있지만 흔히 말하는 메인스트림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허리층까지 다양하다. 당연히 이들은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필요로 하는 것도 다르다. 그렇기에 청년을 위한 예술지원 정책은 이래야 한다는 하나의 답을 말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하며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지점’을 포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대구에서 예술가로, 특히 청년예술가로 살아가기 어떻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늘 ‘해볼만한 곳’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앞서 길을 닦아준 선배들이 존재하고 각종 지원제도와 정책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청년예술 지원정책에 바라는 점을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우선 청년예술가에게는 ‘기회’가 필요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 기회가 청년예술가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여서는 곤란하겠다. 청년미술가가 사용하는 물감 값이 더 싼 것이 아니고, 청년 연출이 섭외하는 배우의 페이가 더 싼 것이 아니다.

지원사업 관련 서류작업의 간소화 또한 절실하다. 이것은 비단 청년예술가 지원에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공적 재원으로 진행되는 지원사업에서 자금집행의 투명성은 확보되어야 하고 일정량의 서류작업이 필요한 것도 분명 사실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불필요’ 한 ‘중복작업’ 이라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예를 들어, 지원사업 신청 및 진행시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 상에 입력 하는 계획서, 별도의 첨부 계획서, e나라도움에서 입력해야 사업계획의 내용이 제각각인 경우를 보자. 분명히 하나의 사업에 대한 계획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것인데 왜 몇 번을 다시, 다른 형태로 써야하는 걸까. 특히 지원사업에 대한 경험이 적은 후배들일 수록 이 점을 모르고 있다가 당혹스러워하는 것을 꽤 여러 번 목격할 수 있었다. 정산서류의 중복작성도 마찬가지이다. e나라도움시스템의 도입 시, 많은 혼선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류작업의 간소화(모든 자료가 전산화 되므로 종이서류 제출불필요)가 장점 중 하나로 거론됐다. 하지만 실제로 e나라도움 시스템을 이용하면서도 종이서류 제출은 별도로 해야 해서, 이전에 비해 작업해야 하는 서류량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버렸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 이다.

또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지점은 청년예술가의 탈대구화인데, 경제적 문제로 인해 예술활동을 포기하는 경우와 달리 탈대구화는 금전적 원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자극과 성장의 기회가 닫혀있다고 느낄 때,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씬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질 때 많은 청년예술가들은 대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워크샵 등의 훈련 프로그램, 예술가 간의 네트워킹활동, 새로운 기술(technology)시도에 대한 지원 신설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재단 등의 기관에서 특정 프로그램이나 자리를 세팅해놓고 참가희망자를 신청 받는 형식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수요자(예술가)가 자발적으로 프로그래밍하고 진행하는 워크샵 및 교류활동을 지원하는 형태라야 실효성이 있겠다.

2018 조선뮤지칼_마당놀이 돈전
이제 나도 서른 일곱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며 스스로 청년이라 말하기 애매하거나 쑥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더 많은 후배들이 가져가야할 혜택을 내가 괜히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차지해 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어쨌든 2,3년 뒤 면 ‘공식적으로 청년 아닌 사람’이 된다. 청년을 지원하고 응원하기 위한 분위기의 이면에는 물론 소외되는 비(非)청년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청년 때문에 역차별 당하는 중장년’이라는 농담기 섞인 일침 또한 10년 전부터 들어왔다. 하지만 청년을, 청년예술가를 ‘나 아닌 그들’로 보는 대신 ‘과거의 나’, ‘젊은 시절의 나’로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나 역시 그렇게 할 테고 말이다.
2019 베쓰-어느 바보 광대의 죽음 공연 후
청년 지원정책을 생각하다.
윤동희 / 미술가
본인은 대구에서 출생하여 대구권 대학에서 졸업하고 대구에서 활동 중인 미술을 전공한 작가이다. 본인 또한 여러 가지 지원사업과 공모를 통해 데뷔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창작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지금까지 작가 활동을 이어왔다. 청년지원정책은 작가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 작가에게 자신의 작업 세계를 펼칠 좋은 기회이며 그 기회를 징검다리 삼아 예술가로서 자립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다. 대구에서 10여 년 가까이 작업을 해오며 본인이 느꼈던 청년 정책의 문제점과 필요한 정책에 대해 짧게나마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장점을 이야기 하려 한다.
대구 활동의 장점은 지역 안에 다양한 인프라가 있다는 것이다. 예술회관과 구별로 구축된 문화센터 미술관,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하우스, 예술발전소 음악창작소, 공연예술연습공간 등 예술 관련 기반시설과 학교를 필두로 한 사회적 인프라와 교육시설 그리고 문화재단의 예술가 지원사업들은 연령층별로 구분이 잘되어 있다. 그리고 장점들이 공기처럼 너무 자연스러워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하거나 타지역과 비슷한 것을 장점이라고 지면에 소개하기에 머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작가도 대구에서 10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으니 예술 하기에 꽤나 괜찮은 도시이지 않은가 생각해볼 수 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단점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1. 다다익선 지원정책의 문제
다다익선 좋은 말이다. 하지만 지원정책이라는 한정된 사업예산안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가령 A라는 공모에 5팀을 선정하기로 했는데 6팀이 선정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가면 좋은 일이지만 한 팀이 늘어난 만큼 나머지 팀 에게 돌아가는 지원금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공모 결과 예상된 팀보다 한 팀 더 늘어나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주어진다. 이는 좋은 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해 받게 되는 지원금이 한 번 더 나뉘게 되면서 프로젝트의 질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5개의 프로젝트가 6개로 늘어나는 마법은 당장에는 문화행사가 풍족해지는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지만, 근본적으로 프로젝트 하나하나의 질의 저하와 참여 예술가들의 창작수명을 단축하는 부정적인 작용을 하며 창작에 대한 동기부여를 좀먹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좋은 전시를 만들기 위해 뭔가 해보려 하는 작가와 기획자는 삭감된 지원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갈아 넣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된다. 이처럼 지원을 받아 함께 만들어 갈 기획 전시가 봉사활동처럼 변질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막아야 한다. 당장의 기회가 더 생기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원정책이란 것은 준비가 된 상황에서 받게 될 기회의 질을 보장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애초에 천만 원 규모의 사업을 십만 원 단위로 나누어 백 개의 사업을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된 사업 하나를 만들어 후속 작업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방향이 아닐까?
2. 시각화만 되는 단기 프로젝트의 일루전
복잡한 문제들을 다루는 동시대 미술가들의 작업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자의 뛰어난 역량이 필요하다. 추상적인 담론이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전환되기까지는 찰나의 순간이겠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 전공을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공부는 물론 동시대를 보는 눈, 전시에 대한 감각과 만들어질 프로젝트의 당위성과 진정성까지 따져 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실제로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리서치를 거치며 전시에 대한 설계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앞으로 있을 지원사업과 우연적으로 맞아떨어져야 한다. 만약 우리에게 이런 우연이 없다면 급하게 프로젝트를 만들어 제안할 수밖에 없다.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 기존에 공부해 두었던 것들을 소모해가거나 설익은 것들을 가져와 제시할 수밖에 없으며 빈약한 내용을 전시라는 형식으로 겉만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행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커진다. 또는 유명한 기획전을 타이틀과 이미지만 살짝 바꾸어 전시되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물론 프로젝트가 어떤 식으로든 풍요롭게 가시화되어 성황리에 끝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연구 기간이 없는 단기 프로젝트는 예술계 안에서 아무런 성과나 담론을 남기지 못하고 몇 명이 방문했으니 성공이라는 어이없는 수치만 남기고 또 하나의 이벤트로 전락한다. 한 발 더 나가 관의 행사나 전시는 그들의 보수적인 인력풀 안에서 불투명한 인사를 하게 될 수 있다. 협소한 관계에서 결정된 인사는 원칙과 대의보다는 그들의 편의와 이해관계가 앞서게 된다. 관의 꼭두각시 같은 사람은 결국 시대에 호소하는 어설픈 구호를 가지고 와 그에 맞는(소위 잘나가는) 작가들을 배정한 후 프로젝트의 내용과 진정성보다는 보여주기 식의 프로젝트로 마무리되는 상황을 자주 보았다. 결국 그 굴레 안에서 창작자와 기획자가 소모되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이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상황이 문제라는 인식조차 없는 것이 참 경악스럽다. 물론 모든 사업의 주기가 연 단위라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연 단위의 프로젝트는 중간점검을 통해 매해 연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길게 보고 끌고 갈 수 있는 프로젝트를 안목 있게 보고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3. 공모에 한정된 지원방식
공모라는 것은 정해진 틀을 두고 그에 맞추는 것이다. 재단에서 요구하는 정해진 딱딱한 양식보다는 기획안을 평가하는데 다양한 양식이 창의적으로 있어야 한다.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영상이나 스토리텔링이 될 만한 창의적인 형식)으로 제한 없이 제안해 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심사 절차 또한 젊은 층의 작가와 이론가, 평론가들이 함께 참여해 기초단계에서부터 함께 설계해나가는 유연한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처럼 새 예술은 새 행정으로 담아낼 수 있다.
4. 행정시스템(유연하지 않은 회계시스템과 예술 행정, 기획 관련 인력 부족)
예술예술가 입장에서는 행정에서의 조금의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와 기획자는 현실적으로 주어진 창작지원비로 전시를 감당해내는 것 자체가 빠듯하지만,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과 커리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회의 및 현장 작업을 할 때의 식사비용이나 실비, 타 지역작가 숙박비가 지원되지 않아 사비로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방금 언급한 비용들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예산을 책정하기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애초에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기획비가 낮게 측정되어 있음에도 전시를 진행하는 측에서는 가격대비 고퀄을 요구하며 예술가와 기획자에게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의 관점보다 성과를 위해 형식적인 완성도를 뽑아내려는 관료의 관점을 느꼈다. 이러한 사고와 접근방식은 지원해주는 지원자의 관점보다 대기업의 관리자와 같은 태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그러지 말자고 만들어놓은 것이 예술 관련 지원이며 그것의 본질이지 않은가? 이런 점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문화재단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임금 문제와 복지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컬러풀페스티벌 같은 대구시의 행사와 기관에서 운영 되는 공간의 위탁사업에 문화재단 인력이 파견되는 상황은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을 더 부족하게 만든다. 인력이 부족해지면 각자의 업무가 과중해지게 되고 자연히 재단 본연의 일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예술과 예술계를 위해 예술가들과 함께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정작 본연의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본연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하고 급여를 상식선으로 올리고 복지제도를 개선해야만 한다. 이에 관해서는 예술가들의 관심과 지지 그리고 시와 의회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
좌담회나 정책에 관한 연구 또한 꾸준히 필요하다. 형식적인 지원사업이 아니라 실질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테이블을 통해 예술가들과 함께 개발하고 발전시켜야만 한다. 문화재단이 사업평가에서 우수기관이 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지역의 실정과 청년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사업을 연구하고 발굴하는데 앞으로의 재원과 인력을 쓰는 것은 어떨까?
5. 간섭
예술은 사회와 뗄 수 없다. 그러므로 예술은 정치적이다. 동시대 예술은 결코 순수하지 않다. 그래서 현대미술이 발전한 영국의 영국예술위원회에서는 ‘팔 길이 원칙’을 정한 것이다. 과연 이 ‘팔 길이 원칙’은 과연 지켜지고 있을까? 내가 지켜본 9년은 그렇지 않았다. 권력자의 팔에서 벗어난 원칙은 손에 손을 잡고 예술가들에게 작동되는 것을 보았다. 거기에는 정치에 개입된 소수 권력자의 의지와 그 의지를 이행하는 사람, 그리고 스스로 본인의 안위를 위해 권력에 동조하는 이들이 있다. 몇 해 전 블랙리스트에 연관되었다는 이유로 대구예술발전소 입주자 면접에서 탈락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을 다룬 기사에 의하면 그 당시 발전소 관장의 의지와 일부 심사위원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이후 나의 창작 의지는 약속된 남은 전시를 몇 개 치르고 어떤 작업도 할 수 없었다. 역시 권력자의 팔 길이는 나 같은 범인의 팔 길이와는 달랐다.
6. 지원은 구걸이 아니야
예술가가 지원서를 작성하고 지원하는 것은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관 또한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 또는 큰 협회에 나눠주기의 방식으로 예산 나누기를 해서는 지역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원은 기존의 땅에 돌연변이가 태어나 발아한 씨앗에 영양제를 주는 일이다. 예술은 끊임없이 자기파괴를 일삼으며 다시 태어나고 진화해가야 한다. 1946년 영국예술위원회는 이후의 영국처럼 산업이 발전하고 금융이 발전한 곳에서 왜 ‘팔 길이 원칙’을 만들었을까? 예술은 사회에 필요한 것이지만 자본에 취약하고 권력에 손상되기 쉽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은 사회에 자정 능력을 갖게 하며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어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만드는 도구이다. 동시에 예술은 살아있다. 생태계를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는 것처럼 예술이 진화해 가는 것을 막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마음껏 지역에서 간섭받지 않고 예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켜보면서 내버려 둬야 한다.
7. 보수적인 문화
다른 지역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구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 형제가 아무리 싫더라도 다른 사람의 입에서 형제의 험담을 듣는 것이 싫듯 나는 친구에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자 씁쓸히 대구의 보수적인 문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와 지금의 대구가 어느 정도 바뀌었는지 다시 친구들을 만나봐야겠지만 경험상 문화는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대구를 예술 하기 좋은 분위기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을 제시해 나가야 하고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
  첫째로 청년이 말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 정책은 청년을 위한 것임으로 정책적으로 청년이 마음껏 발언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청년이 직접 청년 정책에 개입해야 한다.
둘째로 타지역 작가에게 (외국작가 포함) 개방적인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전시에서 타지역 작가를 제한하는 퍼센트 제도는 지역작가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우리 지역의 역량 있는 작가가 지역에만 갇히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다른 지역도 퍼센트 제도를 두고 있는 곳도 있지만, 오히려 대구에서 타 지역작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먼저 취함으로서 보수적인 색채를 탈피할 수 있다.
셋째는 후원되는 전시를 무조건 대구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오히려 대구를 활동의 베이스로 두고 있는 작가들은 결국 대구에서 활동할 기회가 자연스레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대구 작가들을 밖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가까운 경북 경남지역을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게 하여 함께 움직이는 순환 교류 시스템을 만든다면 어떨까? 이처럼 장벽을 낮추거나 없애게 되면 작가들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를 발견하고 서로에 대한 존경과 이해가 싹트게 된다. 이러한 느슨한 교류를 통해 작가는 성장한다.
넷째 우리의 리그를 만들자. 지역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장기적으로 지역이 함께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한강 리그가 있듯이 경상권에 대구와 부산을 함께 아우르는 낙동강 리그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유연하게 시스템을 개편하여 타지역에서 대구로 왕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면 지역 작가들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외부로 나가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전문 인력을 전문인력답게 대우해야 한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협업을 전제로 한다. 예술가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계 안의 생태계가 건강해야만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인들은 예술인들의 생계와 이권을 주장해야 하며 동시에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동료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천년보다 백 년의 시간이 훨씬 더 많은 변화를 가져왔듯 오늘날의 십 년은 지난 백 년보다 더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과연 지금의 시스템은 창의적인 동시대 예술가를 포용할 수는 있을까? 그렇다면 동시대에서 만들어야 할 시스템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시와 의회 재단과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고민하여 문제도 만들고 답까지 함께 이야기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연령이 청년답게 예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대화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