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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기고
지속적 문화교류를 위한 문화관계 맺기(국·내외 사례)
– 현대미술가협회 & 프랑스 클레몽플랑 작가 교류전
이우석 /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장
2020년 4월 8일 16명의 현대미술작가들은 프랑스 중남부 클레르몽페랑에 약 20여일의 일정으로 <한국현대미술축제>를 열 계획이었다. 정말 가슴 설레는 행사였으며 이 축제를 위해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다. 단순한 행사가 아닌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예술 교류를 위한 행사였던 <한국현대미술축제>는 대구현대미술이 중심이 되고 태권도 시범부터 연등행사, 퍼레이드 등 클레르몽페랑을 떠들썩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이미 준비된 비행기 티켓은 물론이고, 16명 모두 이 날만을 얼마나 학수고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한순간에 이 모든 꿈을 산산조각내기에 충분했다.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우연은 없다’는 말이 실감 난다. 프랑스 파리 개인전으로 분주했던 시절 現)프랑스 메종들 라 꼬레, 한국의집 예술문화협회 회장인 수니아에게 클레르몽페랑에 전시 초대를 받으면서 그 인연으로 프랑스 교류 레지던시와 더불어 20여차례 개인전과 그룹전시를 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은 ‘파스칼의 원리’를 개발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발명가, 철학자, 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의 고향이다. 매년 수만 명을 도시로 불러들이는 칸 영화제에 이어 1979년에 시작된 세계 최초의 국제단편영화제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가 개최되는 클레르몽페랑은 문화도시이자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클레르몽페랑의 첫인상은 무척 강렬했다. 바로 `black`의 아름다움이었다. 용암의 검정색 돌로 지어진 성당과 대부분의 건축물이 black으로 이루어진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클레르몽페랑은 나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파리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였다.
현대미술작가로써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을 즐긴다. 과정을 중시하며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기대 없이 산다. 늘 기대는 크던 작던 실망을 가져다준다. 나의 이런 면과 수니아 회장의 밝고 도전적인 성향은 거의 일치하여 교류를 진행함에 있어 작고 큰 어려움에 봉착한 경우가 있었으나 무리 없이 서로 Win-Win하며 진행하고 있다.
수니아 회장은 이 교류를 어떻게 생각할까?

클레르몽페랑에서는 한국미술축제가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작년 10월부터 올 6월까지 9개월에 걸쳐서 무려 12회의 대구 현대미술작가 릴레이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놀라운 모험을 저지른 당사자는 다름 아닌 대구현대미술가협회이다.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구 미술인들의 열정과 소통의지는 식을 줄을 모른다. 세상이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기본적인 생존만이 존재한다는 설은 그들에게 웃음거리인 듯싶다. 세상이 예술과 시를 잊으면 잊어갈수록, 사람들의 마음속에 낭만과 시심을 심으려는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수니아 회장)
클레르몽페랑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아침의 나라 사람들이 만들어 낸 작품들을 만나러 관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기꺼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야기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때는 클레르몽페랑에서 제일 번화하고 아름다운 뽀르거리를 산책하던 중 우연히 빈 가게를 보게 되었는데, 너무나 고상하고 어여쁨에 이끌려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구경 하였다. 그리고 두 달 후 결국 그 곳에 갤러리를 열고 <아리랑 한국의 집> 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어떻게 보면 운명의 손짓에 내가 기꺼이 다가선 것이리라.

그리고 지금의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장인 이우석 회장을 초청하여 개인전을 열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바로 출발점이었다.(수니아 회장)
나는 교류를 수박 겉핥기로 진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리가 외국을 가거나 혹은 그들이 대구로 오는 진정한 우정을 쌓는 교류를 원했다. 그래서 사무국장 시절 벨기에 레지던시(2018년)는 유로피언네트워크문화센터연합(ENCC·European Network of Cultural Centres)을 통한 교류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나를 포함해 당시 회장이던 김향금, 권기자, 신강호 4명의 전시를 40일간 두 번 브뤼셀과 레오폴스버스에서 열었으며, 치앤 핼리건(Tjen Heyligen), 버트 케이셔(Bert De Keyser), 쇼스케 브랑큰(Joske Vranken), 리안 브라클(Lian van Brakel), 마크 힐른(Marc Gielen), 마리죠 드레스(Mariejo Drees) 6명의 작가가 대구에 체류하며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안공간 SPACE129에서 전시를 열었다. 이 교류를 통해 작가를 넘어 친구로써 우정을 쌓으며 여전히 이메일과 화상 통화를 통해 소통 중이다.
2018 레오폴스버그 오프닝 김향금 회장의 인사연설 후, 한국 작가들과 서포터즈들의 무대인사
좌) 2018 레오폴드버그 한국작가 신강호작가 작품에 참여하는 벨기에 관람객
우) 2018 한국 예술가와 벨기에 레오폴드버그 시민들이 함께 했던 오픈스튜디오
2018 레오폴스버그 해외교류전 전시 오픈
그리고 연이어 프랑스 클레르몽페랑과의 두 번째 레지던시(2019년)를 진행하였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작가 김정태, 박헌걸, 이영미, 김아영 4명의 작가가 클레르몽페랑에서 거리 퍼포먼스와 더불어 전시를 가졌다. 대구작가 레지던시 중 에피소드를 소개할까 한다. 수니아 회장은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4명의 대구작가들이 웅장하고 화려한 고딕양식의 꺄떼드랄 대성당 광장에서 작품 퍼포먼스를 벌였다. 광장에 모여든 관중들은 꽹과리와 장구소리에 맞추어 어깨와 엉덩이를 들썩이며 대형작품을 완성하는 작가들을 바라보며 함께 덩실거렸다. 완성된 작품은 작은 크기로 잘라서 관객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작가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관객들은 마치 어린아이들 같이 해맑게 웃었다. 화목한 대가족의 잔치집에서 멍석을 깔고 한바탕 거나하게 노는 느낌이었다.(수니아회장)
아마도 그들의 눈에는 무척이나 낯설고 이국적 풍경이었을 듯싶다. 서로 다른 문화를 체험해보는 것은 태어나 처음 베어 문 사과의 싱그러운 맛을 보는 것 마냥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같은 해 늦가을 모리스 팔레스(Maurice Falise), 페트리샤 파얏( Patricia Fayat), 안토닌 그레이스(Antonin Grace), 수니아(Sounya) 4명이 대구를 방문해 대구에서 작업한 작품과 프랑스에서 가져온 작품으로 대구에 소개하였다.
대구를 방문한 프랑스 작가들은 생전 처음으로 한국이라는 생소한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까다롭고 차가운 합리주의 철학자 데카르트의 후손인 카르테지안들은 구수하고 따스한 대구의 인심에 당장 포로가 되었다고 고백 하였다. 얼굴만 마주쳐도 “밥 묵으러 가자” 하는 문화를 접한 그들에게는 한국식 인간관계가 무척 생소하였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이나믹한 대구의 예술문화 에너지가 아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전한다. 젊은 청년의 꿈처럼 뜨겁고 열정적인 힘으로 다가오는 그 에너지는 중후한 노년의 관록에 익숙한 프랑스 작가들에게 참신한 자극이 되었다. 코로나가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올해는 독일 베를린에서 세 번째 레지던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계획 역시 2020년 대구시 지원으로 진행 중 코로나 여파로 중단된 사업으로 벨기에, 프랑스 그리고 독일 3개국 레지던시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우리가 클레르몽페랑에 가지 못한 꿈을 접을 순 없었다. 팬데믹 상황은 우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지만 우리의 창의적 사고까지 묶어 두진 못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 다행히 우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직접 가진 않더라도 작품을 보내고 수니아 회장이 전시장을 섭외해서 협회 드로잉전 티에르시 초청전시 두 번과 6명의 릴레이 개인전 그리고 협회 작가들의 소품전을 5개월에 걸쳐 진행하였다. 물론 그 기간 중에 프랑스에도 코로나 여파로 2주간 갤러리가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까지 생겼으나 코로나의 여파가 파리를 중심으로 심각했고 다행히 클레르몽페랑은 큰 타격 없어 전시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는 프랑스에서 두 번째 큰 도시인 리옹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1월~2월에 개최된 특별전 <동방예의지섹展>에 수니아를 포함한 8명의 프랑스 작가가 출품하였으며 3월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에는 프랑스 작가 9명이 출품하여 대구문화예술회관 13전시실에서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작가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기능을 빼앗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꿈꾼다. 검은 용암으로 만들어진 꺄떼드랄 대성당광장에서 허공에 붓을 들고 물감을 흩날리며 덩실덩실 춤출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