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미술가협회 & 프랑스 클레몽플랑 작가 교류전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우연은 없다’는 말이 실감 난다. 프랑스 파리 개인전으로 분주했던 시절 現)프랑스 메종들 라 꼬레, 한국의집 예술문화협회 회장인 수니아에게 클레르몽페랑에 전시 초대를 받으면서 그 인연으로 프랑스 교류 레지던시와 더불어 20여차례 개인전과 그룹전시를 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은 ‘파스칼의 원리’를 개발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발명가, 철학자, 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의 고향이다. 매년 수만 명을 도시로 불러들이는 칸 영화제에 이어 1979년에 시작된 세계 최초의 국제단편영화제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가 개최되는 클레르몽페랑은 문화도시이자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클레르몽페랑의 첫인상은 무척 강렬했다. 바로 `black`의 아름다움이었다. 용암의 검정색 돌로 지어진 성당과 대부분의 건축물이 black으로 이루어진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클레르몽페랑은 나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파리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였다.
현대미술작가로써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을 즐긴다. 과정을 중시하며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기대 없이 산다. 늘 기대는 크던 작던 실망을 가져다준다. 나의 이런 면과 수니아 회장의 밝고 도전적인 성향은 거의 일치하여 교류를 진행함에 있어 작고 큰 어려움에 봉착한 경우가 있었으나 무리 없이 서로 Win-Win하며 진행하고 있다.
수니아 회장은 이 교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야기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때는 클레르몽페랑에서 제일 번화하고 아름다운 뽀르거리를 산책하던 중 우연히 빈 가게를 보게 되었는데, 너무나 고상하고 어여쁨에 이끌려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구경 하였다. 그리고 두 달 후 결국 그 곳에 갤러리를 열고 <아리랑 한국의 집> 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어떻게 보면 운명의 손짓에 내가 기꺼이 다가선 것이리라.


우) 2018 한국 예술가와 벨기에 레오폴드버그 시민들이 함께 했던 오픈스튜디오

대구를 방문한 프랑스 작가들은 생전 처음으로 한국이라는 생소한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까다롭고 차가운 합리주의 철학자 데카르트의 후손인 카르테지안들은 구수하고 따스한 대구의 인심에 당장 포로가 되었다고 고백 하였다. 얼굴만 마주쳐도 “밥 묵으러 가자” 하는 문화를 접한 그들에게는 한국식 인간관계가 무척 생소하였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다이나믹한 대구의 예술문화 에너지가 아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전한다. 젊은 청년의 꿈처럼 뜨겁고 열정적인 힘으로 다가오는 그 에너지는 중후한 노년의 관록에 익숙한 프랑스 작가들에게 참신한 자극이 되었다. 코로나가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올해는 독일 베를린에서 세 번째 레지던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계획 역시 2020년 대구시 지원으로 진행 중 코로나 여파로 중단된 사업으로 벨기에, 프랑스 그리고 독일 3개국 레지던시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우리가 클레르몽페랑에 가지 못한 꿈을 접을 순 없었다. 팬데믹 상황은 우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지만 우리의 창의적 사고까지 묶어 두진 못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 다행히 우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직접 가진 않더라도 작품을 보내고 수니아 회장이 전시장을 섭외해서 협회 드로잉전 티에르시 초청전시 두 번과 6명의 릴레이 개인전 그리고 협회 작가들의 소품전을 5개월에 걸쳐 진행하였다. 물론 그 기간 중에 프랑스에도 코로나 여파로 2주간 갤러리가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까지 생겼으나 코로나의 여파가 파리를 중심으로 심각했고 다행히 클레르몽페랑은 큰 타격 없어 전시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는 프랑스에서 두 번째 큰 도시인 리옹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1월~2월에 개최된 특별전 <동방예의지섹展>에 수니아를 포함한 8명의 프랑스 작가가 출품하였으며 3월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아직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작가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기능을 빼앗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꿈꾼다. 검은 용암으로 만들어진 꺄떼드랄 대성당광장에서 허공에 붓을 들고 물감을 흩날리며 덩실덩실 춤출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