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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영화
대구, 영화 만들어 보다.
감정원 /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문화예술계의 변방인 지역 독립영화 생태계는 놀랍게도 그 역사가 20년에 이른다. 지난 2000년 출범한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구단편영화제 개최,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설립 제안,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설립 등 지역 독립영화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지난 2020년은 코로나19에 고스란히 내어준 해가 되었다. 촬영 로케이션 섭외 불발, 거리 두기로 인한 대면 접촉의 어려움,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날이 갈수록 뜸해졌고 이에 지역 창작자들과 극장은 깊은 고민에 빠져든 시기를 보냈다.

그럼에도 해결해야 할 여러 이슈들 중 지난해 마지막 프로젝트로 ‘애플시네마 아카이브’작업을 시작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대구 지역 기반으로 제작된 흩어져 있던 단편영화들을 모아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한 것인데 창작자 그리고 관객과 공유함으로써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작품들이 확장성을 띠고 재창작, 배급 등 지역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기존 보존 및 자료 구축이 될 수 있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핵심 키워드로는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을 꼽을 수 있는데 대구에서 영화를 만들어 보기(상영)까지의 과정을 대구 시민들과 대면하여 공유하고 싶은 문화적 갈증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대구시민주간에 참여한 27개 단체 중 하나로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는 ‘애플시네마 아카이브’를 통해 모여진 250여 편의 단편영화중 13편을 선정하여 <대구, 영화 만들어-보다!>라는 이름으로 상영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포스터 2종
공간과 기억, 꿈과 열정, 사람과 노동, 가족과 관계. 4가지 주제로 섹션을 구성하고 각 섹션에 걸맞은 전문가를 모더레이터로 초청하였다. 13편의 영화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다룬 극영화부터 대구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삶, 각자의 꿈을 펼쳐나가는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시대가 담긴 영화로 구성하였다. 타지에 있는 세 명의 감독을 제외하고는 직접 상영회에 참석하여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감독들의 모습
관객과의 대화(GV) 온라인 중계 동시진행
도시문화기획 단체 ‘훌라’의 안진나 대표는 공간과 기억 섹션을 맡아 시대에 따른 대구 지역 공간의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으며 2014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한 이나리 작가는 여전히 지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의 꿈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담 중심으로 이끌어 나갔다. 17회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인 <천막>을 연출한 이란희 감독은 타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노동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 한 명 한 명과 나눴다. 가족과 관계에 대한 네 편의 영화들은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대구여성회에서 활동하는 김예민 사무처장의 진행아래 인권, 평등, 소통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요즘은 너무나도 일상이 되어버린 입장 시 출입 명부 인증, 마스크 착용, 좌석 한 칸 띄어앉기 수칙을 준수하며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서 이틀간 상영회를 진행하였고, 한 섹션 당 최대 25인까지만 수용 가능하여 아쉬움은 컸으나 평일 저녁에도 극장을 찾아준 관객들은 끝가지 자리를 지키며 영화를 통하여 대구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 중 일부는 “마스크 없이 길거리를 활보하는 대구 시민들의 모습을 보니 울컥하기도 하고 반가웠다.”, “대구에서 이렇게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는데 앞으로 관심을 가져봐야 겠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좌) 오오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모습 / 우) 상영관 내부 모습
영화, 만들어지는 과정은 지난하기에 그지없다. 시나리오를 쓰고 캐릭터를 구축하고 배우를 섭외하고 장소를 물색하는 일 들. 촬영이 시작된 현장은 늘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건 대체 왜 일까, 예상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매일 기상청을 들여다보며 날씨와도 싸우지만 말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함께 생각하자며 약속했던 이야기들을 결국에는 영상에 담는다. 만들어지는 과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진솔하게 드러낸 채로 꿋꿋하게 영화를 만들어가는 창작자가 있다면 영화를 만나러 극장을 찾는 관객을 통하여 영화는 비로소 완성된다.

모두가 지치고 힘든 시기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제 할 일을 하며 버티되 살짝만 고개를 돌며 옆을 보면 우리네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채 살아 숨 쉬는 진정한 의미의 ‘로컬시네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