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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전시
대구예술발전소 <그레이트 인물>展
김옥렬 /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1.
<그레이트 인물>전은 대구예술발전소 1전시실(1층)과 2전시실(2층)에서 현재 진행(2021.2.9~4.18) 중인 전시의 주제이다. 이 전시의 주제인 ‘그레이트 인물’은 과거나 현재 명망 있는 위인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떨치고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휴먼스토리를 담고 있다.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그 속에서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익명의 현대인, 바로 ‘그레이트 인물’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그레이트 인물전 – 전시장 입구전경
인간은 누구나 존중 받아야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대량생산과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삶은 편리함과 획일화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 이는 2021년 대구예술발전소의 첫 번째 기획전으로 <그레이트 인물>전이 갖는 중요성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레이트 인물>전은 “대구시립중앙도서관과 대구예술발전소가 협업해 도서관 추천 인물관련 문학을 참여 작가들이 읽고,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에서 영감을 얻어 시각예술로 완성한 새로운 형태의 융합 전시”(예술감독 임상우)임을 피력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의 공간구성은 전시주제와 관련된 도서들로 북 타워(Book Tower)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4인 4색’ 강연을 위한 좌석과 테이블을 마련해서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전시전경 – 중앙 북타워
북 타워를 둘러싼 공간에는 문학 속 휴먼스토리를 해석한 시각예술가의 그림과 설치 그리고 영상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를 보고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는 동안 느끼는 것은 보는 문학과 읽는 미술 사이에서 수많은 ‘인물’속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일 것이다.
이번 <그레이트 인물>전은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새로운 인간의 모습, 평범함 속에서 발견하는 위대한 보통사람을 만나는 장이다. 그동안 인물을 주제로 작업을 해온 작가나 또는 이번 기획을 위해 시, 소설, 수필, 동화 등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작가적 시각에서 해석한 작품을 통해 발견하는 중요한 의미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글은 그림으로 그림은 글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창작과 감상이 순환과정을 통해 저마다의 잠재력을 일깨워 내 속의 위대한 인물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다.
2.
인류 문명은 상형문자를 통해 발전해 왔으며, 가까운 역사 속에서도 문학과 미술의 상호작용은 보다 아름답고 풍부한 삶, 고귀한 예술 정신이 담긴 휴먼스토리로 감동의 중심에 있어왔다. 위대한 예술가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삶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통해 꿈을 펼치는 사람들이다. 가난 속에서도 그림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고흐(Vincent van Gogh)는 『레미제라블』을 읽은 감명으로 인물을 그리기도 하고 또 디킨스의 『두 도시이야기』를 읽고는 그 시대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데생을 하고 그림의 모티브를 발견해 기쁜 마음으로 편지글도 썼다. 고흐가 화가로 살았던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는 문인들과 화가들이 카페에 모여 토론을 하면서 예술적 성장의 동반자가 되었다. 에밀졸라(Emile Zola)와 세잔(Paul Cézanne)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면서 성장하고, 20세기 전위미술 이론가이자 시인인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는 화가인 피카소(Pablo Picasso)와 우정을 나누며 『큐비즘 화가, 미학적 사유』(1913)라는 저서도 남겼다. 프로이드의 저서를 탐독한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은 ‘초현주의의 선언’통해 잠재의식이나 무의식의 영역을 탐구하는 초현실주의 이론으로 미술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문학과 미술과의 관계는 ‘시는 회화처럼, 회화는 시처럼,’에서처럼, 오랜 역사 속 메아리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중고등학교시절 시화전에 대한 추억은 시와 미술 사이에서 감성적인 뼈와 근육을 발달시킨 성장의 동력이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가치야말로 읽기라는 언어적 의미와 보기라는 시각적 의미를 승화시킨 예술을 다양하게 체험하는 것, 바로 ‘그레이트 인물’을 위한 시금석이다. 문자언어와 시각언어 간의 감각작용이 겹치고 포개지는 가운데 상호작용하는 창작과 감상의 과정은 예술은 삶으로 삶은 다시 예술을 통해 일상 속 크고 작은 감동으로 마음을 자라게 한다.
3.
이번 전시의 주제인 <그레이트 인물>전은 문학과 미술에 투영된 위대한 보통사람의 삶을 통해 미래의 비전을 찾고자 기획한 전시라고 한다. 이 전시에 참여한 열 명의 작가와 작품을 살펴보면, 우선 1층 1전시실에서는 서옥순의 인물설치작과 신영훈의 인물화가 전시되어있다.

서옥순은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이야기』를 읽고 “나비이야기 속에서 자유로움이라는 가치와 홀로설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찰나에 대한 인생의 가치”를 담고자 했다. 전시장 천장에서 바닥을 향해 천으로 설치한 막 사이에는 사람의 두상과 나비의 몸, 사람의 귀와 나비의 날개가 결합된 존재, 작가는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이야기 속에서 자유로움이라는 가치와 홀로 설 수 있는 용기, 즉 찰나의 가치를 되새김질하며 인생의 가치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영훈은 고통스러운 현실마저 ‘창작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피력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작인 「Hard-Boiled」 은 매우 사실적인 기법으로 건조한 표정의 인물을 수묵으로 그렸다. 그림 속 여성의 자세는 무표정한 감정을 통해 모호한 경계 속에서 허무한 현실, 허무한 세상에서 인간이 취해야 할 삶의 방식이 상처로 인해 메말라가는 감정을 포착한다. 작가는 그 어떤 삶일 지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한다.

2층 2전시실에서는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담은 안종일의 영상은 코로나19로 삶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인물을 카메라와 나란히 보게 한다. 그 카메라의 눈은 바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물과 마주하는 나 혹은 너일 것이다. 이 작가는 카메라 앞에 잠시 멈추어선 평범한 사람들, “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 사회도 멈 출 수밖에 없다.”는 것, 바로 위대한 보통사람이 우리 삶의 주인공임을 보여준다.

「Face」를 주제로 알루미늄 위에 스크레치와 오일 페인팅으로 거대한 인물을 그린 한영욱은 “억압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 점점 퇴색되어질 순수함, 이상을 향하는 작고 반짝이는 눈망울들”, 이 작가가 그린 노파의 얼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깊은 주름에 켜켜이 쌓인 삶과 세월의 무게를 품은 얼굴이다. 그 눈빛은 태양빛처럼 빛나고 깊게 파인 주름은 생명을 길러낸 대지(大地)로 피어난다. 작가의 말처럼, 그의 「Face」에서 독일의 철학자인 니체의 위버맨쉬(Übermensch)’를 떠 올려본다. 알루미늄 표면을 수없이 반복해서 긁고 그린 정교한 표면에서는 탄생과 죽음 창조와 파괴라는 역사적 과정을 품은 얼굴과 마주한다.

전시전경 – 한영욱작 전경
김정옥은 르네상스 해부학자인 베살리우스의 저서인 「파프리카」에서 차용한 용어인 ‘인체의 구조’를 통해 인간존재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본다. 그것은 인체와 자연은 서로 닮아 있으며 몸이 자연이라면 자연 역시 하나의 몸이라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 어려운 몸에 대한 시각화’이다.

이어 벽면 뒤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서면 채온 작가가 「까마귀 소년」을 읽고 그린 인물화와 정물화를 볼 수 있다. 캔버스 천에 그린 수채화에 대해 작가는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것은 기꺼이 감내하는 일상의 일상들이다. 어떤 이유들로 만신창이가 된 아무개의 초상화들은 박제되어 서로가 서로를 보는 것,” 까마귀소년을 통해 본 초상이다.

김서울은 “도시의 삶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모두 유사한 희극이지만, 거리를 좁혀 들여다 보면 한 개인의 사건과 드라마가 있고, 우리 모두는 그 속의 주인공”에 대한 생각을 작품에 투영하고 있다. 바로 타이벡에 목판과 실크스크린을 한 설치작인 「오늘신문」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신문의 뉴스를 통해 평범한 삶의 소중한 순간을 보여준다.

전시전경 – 김서울작 전경
이상헌의 「To my Hero」 앞에서면 거대한 사람이 건네는 꽃을 받는 주인공, 곧 영웅이 된다. 소나무와 은행나무로 만든 이상헌의 나무 조각은 아픈 기억을 극복하고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세상은 수많은 보통 사람이 만들어 가는 미완의 이야기 책”이라는 작가의 말에서처럼, 그가 가진 따뜻한 온기가 나무의 결속에 스며있음을 본다.
전시전경 – 이상헌작 전경
심윤은 욕망으로 가득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적 표상을 익명의 현대인을 통해 기념비적인 크기로 환원해 놓는다. 대형 화면에 그리는 작가의 인물화는 현대사회에 내재된 개인주의와 인간의 욕망을 보다 극대화 한다. 이 기념비적인 크기의 인물, 익명의 현대인의 모습 속에서 발견하는 역설, 그것은 너무 가까운 곳에서는 부분만 보이고 너무 멀리서 보면 전체만 보는 것, 그 거리만큼 발생하는 모순, 사실 같은 허구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전시전경 – 심윤작과 북타워 전경
장보윤은 르네 도발(René Daumal)의 『마운트 아날로그』, 미지의 산을 찾아 나서는 어느 탐험대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장보윤의 싱글비디오작인 「답변」에서는 천년의 고도인 경주에서 ‘상징적인 산’, 실재하지만 다다를 수 없는 산 ‘마운트 아날로그’처럼, 작가는 경주를 보이지 않는 산으로 설정하고 친숙했던 장소가 미지의 장소처럼 느껴지는 공간을 포착한다. 그것은 마치 산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산에 의해 말해지는 것을 찾아 떠나는 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소멸하는 숙명과 마주하는 작가적 시선을 본다.
<그레이트 인물>전은 보기와 읽기, 미술과 문학이 상호 작용하는 지점을 찾아 떠나는 보통사람의 위대한 여정이다. 평면회화, 공간설치, 사진, 영상, 조각, 판화 등 다양한 시각매체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로감이 누적된 시기에 몸은 멀어도 마음만은 가까워지는 보통사람의 위대한 인물, 그 인물을 통해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