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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
최근 이슈가 된 저작권법 논란의 사례들
노진실 / 영남일보 기자
1. 들어가며
“이번 일이 단순히 제 피해회복으로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며, 창작계 전반에서 표절과 도용에 대한 윤리의식 바로 세우기가 반드시 뒤따르기를 바란다.”

자신이 오랜 시간 고생해서 쓴 작품을 타인에게 통째로 도둑맞은 한 작가가 한 말이다. 예술가에게 작품은 자신의 영혼을 담은 ‘분신’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작품을 허락 없이 표절, 도용하는 것은 그의 ‘영혼’ ‘분신’을 훔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국내 문화예술계에서 이슈가 된 저작권법 관련 논란들을 살펴본다. 올해 초 유독 문학계에서 표절, 도용 같은 저작권 이슈가 잇따랐다.

최근 공모전 표절, 도용 논란 이후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2. 최근 문화예술계를 달군 저작권법 관련 논란들
● 국내 문화예술계에 큰 파장 일으킨 ‘소설 도용 논란’
올해 초 국내 문학계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전반에 큰 충격파를 던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소설 도용 사건’이다. 소설 도용 사건으로 드러난 ‘공모전 사냥꾼’의 화려한 이력은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지난 1월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소설 ‘뿌리’의 작가 김모씨가 자신의 소설 내용을 그대로 베낀 인물이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며 자신의 SNS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인물이 1개의 문학 공모전도 아니고 무려 5개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다는 것이다.
저작권 침해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김씨가 피해를 호소한 SNS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김씨의 공식 문제 제기로 해당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다.

“제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으며, 소설을 도용한 분이 2020년 무려 다섯 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것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는 구절이나 문단이 비슷한 표절의 수준을 넘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그대로 투고한 명백한 도용이다.”

“도용은 창작자로서의 윤리와도 명확히 어긋나는 일이다. 문학 외의 다른 창작 장르에도 마찬가지다. 소설을 통째로 도용한 이 일은 문학을 넘어 창작계 전반에 경종을 울릴 심각한 사안이라 생각한다.”

‘소설 도용 피해’를 도용한 김모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김모씨 페이스북 캡처)
소설을 도용한 인물로 40대 남성 A씨가 지목됐다.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벌인 걸까. A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공모전 출품을 위해 준비했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그래서 구글링 중에 한편의 글을 발견하게 되고, 그 글로 여러 곳의 문학상에 공모를 했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인 줄 알았다. 그 글이 김모씨의 것인지도 몰랐다. 김모씨에게 많이 미안하고,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두말 할 것이 없이 죄송스럽다. 김 작가에게 사과를 전하고 대화도 하고 싶다.”
『영남일보』 2021년 1월 18일 보도

A씨가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지만, 너무 늦은 후회와 반성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국내 문화예술계에 큰 파장 일으킨 ‘소설 도용 논란’
얼마 전에는 한 백일장 대회 수상작품(시)이 국내 한 가수의 노래 가사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해 대구문인협회가 주관한 백일장 공모전 당선작과 관련된 논란이었다.

『영남일보』 2021년 1월 25일일자 보도 내용 캡처
지난 1월 대구의 한 시인은 ‘달구벌 백일장’에서 상을 받고 ‘입상 작품집’에도 실린 수상작 한편이 국내 인기 걸그룹 소속 가수의 솔로곡과 상당히 흡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상작품이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노래는 가수 유아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숲의 소녀’라는 제목의 노래다.

시인이 표절 문제를 제기한 주요 대목이다.

“어느 날 난 조금 낯선 곳에 눈을 떴지” (노래 가사)
“꿈에서 깨어난 나는 조금 낯선 숲에서 눈을 떴지” (수상 작품)

“들어봐 고운 새들의 저 노랫소리” (노래 가사)
“고운 새들의 노래소리가 들리는” (수상 작품)

“지금 난 태어나서 가장 자유로운 춤을 춰” (노래 가사)
“지금 난 자유로운 춤을 추며 행복해하지” (수상 작품)

“가장 높은 절벽에 올라가 소리쳐” (노래 가사)
“높은 바위 위에 올라가 소리쳐” (수상 작품)

“멀리 세상 저편에 날 기다리는 숲” (노래 가사)
“멀리 세상 저편에 날 기다려온 숲” (수상 작품)

비전문가가 봐도 노래 가사와 수상 작품 사이 단어와 문장 구조가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일장 공모전에서 노래가사를 표절한 작품이 수상해 논란이 됐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대구문협은 결국 해당 수상 작품에 대해 수상 취소 조치를 했다.
해당 논란을 접한 대구의 한 문인은 “문인들이 모여있는 공신력 있는 단체의 공모전에서도 표절 논란이 불거져 많이 안타까웠다. 그만큼 작품 표절을 필터링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인데, 문인들을 비롯해 예술인들의 저작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대해 머리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어린 학생을 비롯해 국민들이 창작이나 저작권의 무게에 대해 인지하지 못할 경우 얼마든지 또 발생할 수 있는 일 같다”고 우려했다.
‘창작의 무게’는 정당한 보호를 받고 있을까(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3. 나가며
저작권 침해 소지가 높은 최근의 도용, 표절 사태를 돌이켜보며 문화예술인들은 관련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인단체 등에서는 타인의 작품 표절·도용에 대한 필터링이 용이하도록 작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검토 중이지만, 이 역시 데이터베이스화 작업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저작권 보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한 작가는 “국내 문학 공모전 수상작품을 한 곳에 모은 사이트 구축 등으로 창작물을 보호해야 한다. 또 최근 새롭게 문제 제기되고 있는 ‘장르 간 표절’에 대한 대응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