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벌써 10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지금, 뉴노멀이라고 호들갑 떨던 일들은 서서히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에서도 서서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춘 플랫폼과 프로그램들을 하나 둘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눈에 띈 변화의 양상을 보여준 문화예술계. 그중에서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또 활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있다면 바로 온라인 플랫폼이다.
가장 먼저 지난 4월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접어들게 될 무렵 예정되어 있었던 아트 바젤 홍콩을 떠올려보자. 갑작스럽게 오프라인 행사를 접어야 했던 아트 바젤 측은 다행히도 행사가 열리기로 되어 있던 기간에 맞춰 ‘온라인 뷰잉 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원래 페어에 참여하기로 했던 갤러리들은 아쉽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작품을 온라인 전시장에 내걸었고, 공간에 작품을 배치했을 때 실제 크기를 살펴볼 수 있는 이미지와 디테일 컷을 통해 최대한 온라인 뷰잉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연 예술계 역시도 현재 코로나19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역시 네이버TV나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라이브로 공연 영상을 공개하면서 어려움을 타파해 가려고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간과 시간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특성상 무대에서 배우 및 퍼포머들이 발산하는 에너지와 관객의 존재감이 한데 어우러짐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공연 작품이기에, 공연 관계자들의 고민은 더욱더 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연 예술계는 어떠한 자구책을 강구했을까? 먼저 클래식계를 살펴보자.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 3월 ‘디지털 콘서트홀’을 무료로 오픈해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을 끌어들였다. 원래도 유료로 운영되던 디지털 콘서트홀을 모든 이들에게 오픈하면서 1960년대부터 2020년까지 약 600여 편의 풍부한 콘텐츠가 무료로 공개된 것. 특히 관객이 아무도 없는 상태의 공연 영상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관객 없는 공연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만큼 생경한 느낌이지만, 동시에 이는 앞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 새로운 것으로 제시됐다.
11월 다시 한번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고 ‘천만 시민 긴급 멈춤’ 기간으로 지정되면서, 안 그래도 어려웠던 공연 예술계는 더욱더 힘든 상황을 맞이했다. 이에 국립현대무용단은 12월 한 달 동안 무료 온라인 공연 상영회 <댄스 온 에어-연말집콕>을 기획해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Hiding Place’, ‘때론 지나간 춤은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존재했으며 희미해질 때 갑자기 튀어 오른다’ 등 총 8편의 작품을 공개한 바 있다.

우) 2020 안무랩 쇼케이스 <때론 지나간 춤은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존재했으며 희미해질 때 갑자기 튀어오른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제공 : 국립현대무용단)
이제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문화 예술 향유 방법에 적응해 나가는 단계인 듯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술이 발전하고, 전 세계가 랜선으로 연결된 시대를 살아가는 만큼, 온라인 플랫폼 구축과 콘텐츠 생성은 전혀 새로운 것 없는 움직임이다. 그렇지만 한 번도 오프라인의 행사 없이 온라인 콘텐츠만 공개했던 적은 없었기에 모두에게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 세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팬데믹이 풀리고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인다고 할지라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시사해왔다. 상황에 의해 조금은 강제적인 모양새를 띄었으나 이렇게 구축된 온라인 플랫폼과 생성되는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들은 우리에게 더욱 풍부한 경험치를 선사할 것이다. 이렇게 ‘노멀’로 자리 잡아 가는 ‘뉴노멀’에 대해 한 현대미술 작가의 말로 갈음하려 한다.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평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서로 지탱해 나갈 것이라고 믿어요. 온라인을 통해 모두가 예술에 참여할 수 있고 또 예술을 만드는 작가가 될 수 있으며, 내 주변의 볼거리에만 한정하지 않고 저변을 넓혀 나갈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예술의 독특한 아우라를 현장에서 느끼면서 그 감동의 시너지를 키우는 겁니다. 그러니 비록 코로나19는 비극이지만, 우리의 삶과 생각, 감각, 생활 방식을 확장시키는 것이 분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