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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Normal Becomes Normal
정송 / 노블레스 피처 에디터
2020년을 되돌아보며 올 한 해 가장 많이 곱씹은 단어를 하나 떠올려보자. 필자의 뇌리에 가장 먼저 스친 것은 바로 ‘뉴노멀’. 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례 없이 전 세계를 집어삼키며, 전방위로 우리의 삶을 압박했다. 그동안 자연스러웠던 행동들에 제약이 생기고, 당연하게 여기던 문화생활 역시도 모두 막히며 우리는 이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벌써 10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지금, 뉴노멀이라고 호들갑 떨던 일들은 서서히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에서도 서서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춘 플랫폼과 프로그램들을 하나 둘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눈에 띈 변화의 양상을 보여준 문화예술계. 그중에서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또 활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있다면 바로 온라인 플랫폼이다.

가장 먼저 지난 4월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접어들게 될 무렵 예정되어 있었던 아트 바젤 홍콩을 떠올려보자. 갑작스럽게 오프라인 행사를 접어야 했던 아트 바젤 측은 다행히도 행사가 열리기로 되어 있던 기간에 맞춰 ‘온라인 뷰잉 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원래 페어에 참여하기로 했던 갤러리들은 아쉽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작품을 온라인 전시장에 내걸었고, 공간에 작품을 배치했을 때 실제 크기를 살펴볼 수 있는 이미지와 디테일 컷을 통해 최대한 온라인 뷰잉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트 바젤 OVR 2020에서 화이트 큐브가 선뵌 안토니 곰리의 <Open Veer II> (사진 제공 : 아트 바젤)
VSF 갤러리에서 아트 바젤 OVR 2020에 출품한 애나 호이의 <Memory of Future> (사진 제공 : 아트 바젤)
아트 바젤을 기점으로 하우저 앤 워스나 데이비드 즈워너, 국제갤러리, PKM 등 국내외 유수 갤러리들이 자신들만의 뷰잉 룸 플랫폼을 구축하고, 판매 가능한 작품을 비롯해 미처 오픈하지 못한 전시를 VR 시각으로 보여주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우저 앤 워스는 『노블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일찍부터 간파하고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준비하고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단순히 작품을 온라인으로 소개하는 것을 넘어 갤러리와 미술관들을 각각 전시 학예 투어 영상을 공개하거나, 온라인 오프닝 행사를 진행하는 등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난 후 관람객들이 적극적으로 전시 장소를 방문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SNS 채널이나 유튜브 채널 등은 ‘홍보’의 한 방법으로, 물리적으로 열리는 행사를 소개하고 관람객들의 유입을 북돋는 역할을 했다면, 코로나19 시대에서는 이러한 제한적인 역할을 벗어나 또 하나의 관람 형태의 예시를 제시하는 듯하다. 특히 미술관, 갤러리 측은 물론이거니와 작가들 역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와 함께 낼 수 있는 시너지에 이전보다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 뷰잉룸에 참여한 갤러리현대. 이슬기 작가의 <U: 남의 다리 긁는다> (사진 제공 : 갤러리현대)
학고재에서 가상 전시 공간인 ‘오룸(OROOM)’을 열고 개관전으로 <강요배: 풍경의 깊이>를 선뵌다. (사진 제공 : 학고재)
일례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운영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이 있다. 그동안 이 채널을 통해 미술관은 꾸준히 전시 투어 영상을 올려왔는데, 올해 들어 휴관 기간이 길어졌던 만큼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전,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전 등 관람객이 미처 만나지 못하는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직접 가이드해주는 영상들을 잇달아 올리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미술관 학예사의 가이드라니! 그동안 일반 관람객들은 도슨트나 도록 혹은 팸플릿을 통해 간접적으로 혹은 어렴풋이 알 수 있던 전시 기획자의 사유와 의도는 물론 관람 포인트까지 알 방법이 생긴 셈이다. 미술관은 앞으로도 이러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먼저 학예사의 설명을 듣고, 전시 내용에 대해 마스터한 다음 직접 전시장을 통해 작품이 전하는 아우라를 고스란히 느끼는 것이야말로 미술관이 계획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협업이자 오케스트라가 아닐까.

공연 예술계 역시도 현재 코로나19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역시 네이버TV나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라이브로 공연 영상을 공개하면서 어려움을 타파해 가려고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간과 시간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특성상 무대에서 배우 및 퍼포머들이 발산하는 에너지와 관객의 존재감이 한데 어우러짐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공연 작품이기에, 공연 관계자들의 고민은 더욱더 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연 예술계는 어떠한 자구책을 강구했을까? 먼저 클래식계를 살펴보자.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 3월 ‘디지털 콘서트홀’을 무료로 오픈해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을 끌어들였다. 원래도 유료로 운영되던 디지털 콘서트홀을 모든 이들에게 오픈하면서 1960년대부터 2020년까지 약 600여 편의 풍부한 콘텐츠가 무료로 공개된 것. 특히 관객이 아무도 없는 상태의 공연 영상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관객 없는 공연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만큼 생경한 느낌이지만, 동시에 이는 앞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 새로운 것으로 제시됐다.
11월 다시 한번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고 ‘천만 시민 긴급 멈춤’ 기간으로 지정되면서, 안 그래도 어려웠던 공연 예술계는 더욱더 힘든 상황을 맞이했다. 이에 국립현대무용단은 12월 한 달 동안 무료 온라인 공연 상영회 <댄스 온 에어-연말집콕>을 기획해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Hiding Place’, ‘때론 지나간 춤은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존재했으며 희미해질 때 갑자기 튀어 오른다’ 등 총 8편의 작품을 공개한 바 있다.

좌) 댄스필름 <Hiding Place> (사진제공 : 국립현대무용단)
우) 2020 안무랩 쇼케이스 <때론 지나간 춤은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존재했으며 희미해질 때 갑자기 튀어오른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무용단 남정호 예술감독이 2020년 발표한 신작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무용단)
이밖에도 방탄소년단의 ‘방방콘’이라든지, 여러 음악 방송과 예능 프로그램에 랜선으로 참여한다든지, 야구나 축구 경기장을 찾을 수 없으니 각각 자신의 공간에서 라이브로 응원하는 모습을 공유한다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소통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이제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문화 예술 향유 방법에 적응해 나가는 단계인 듯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술이 발전하고, 전 세계가 랜선으로 연결된 시대를 살아가는 만큼, 온라인 플랫폼 구축과 콘텐츠 생성은 전혀 새로운 것 없는 움직임이다. 그렇지만 한 번도 오프라인의 행사 없이 온라인 콘텐츠만 공개했던 적은 없었기에 모두에게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 세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팬데믹이 풀리고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인다고 할지라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시사해왔다. 상황에 의해 조금은 강제적인 모양새를 띄었으나 이렇게 구축된 온라인 플랫폼과 생성되는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들은 우리에게 더욱 풍부한 경험치를 선사할 것이다. 이렇게 ‘노멀’로 자리 잡아 가는 ‘뉴노멀’에 대해 한 현대미술 작가의 말로 갈음하려 한다.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평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서로 지탱해 나갈 것이라고 믿어요. 온라인을 통해 모두가 예술에 참여할 수 있고 또 예술을 만드는 작가가 될 수 있으며, 내 주변의 볼거리에만 한정하지 않고 저변을 넓혀 나갈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예술의 독특한 아우라를 현장에서 느끼면서 그 감동의 시너지를 키우는 겁니다. 그러니 비록 코로나19는 비극이지만, 우리의 삶과 생각, 감각, 생활 방식을 확장시키는 것이 분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