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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진화하는 드라이브스루 마켓
김경민 / 매경이코노미 기자
“와 시장님이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김장김치를 드라이브스루(Drive-Thru) 방식으로 구매했다. 용인 처인구 삼가동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드라이브스루 직거래 장터에서 김장김치 판매 행사가 열린 덕분이다. 백군기 용인시장이 직접 판매에 나선 이 행사에서 김장김치와 생배추 등 3500만원 어치 농산물이 모두 팔렸다. 백 시장은 “코로나19 위기로 판로가 막힌 농가의 소득 증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감염병 걱정 없는 드라이브스루 장터를 열었다. 시민들이 신선한 로컬푸드로 건강한 식생활을 하도록 참신한 방식의 직거래장터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이브스루 장터에서 김장김치 판매를 돕는 백군기 시장 (사진 : 용인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감염 위험이 크다보니 쇼핑할 때도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쇼핑몰을 선호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시장이 모두 위축된 것은 아니다. 자동차를 타고 코로나19 걱정 없이 쇼핑할 수 있는 신개념 ‘드라이브스루’ 서비스가 인기몰이 중이다. 지자체 농수산물 판매뿐 아니라 고급 호텔, 편의점, 주유소, 커피전문점 등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활용하는 곳이 부쩍 늘어나는 중이다.

드라이브스루의 시초는 1921년 미국 댈러스에 오픈한 ‘커비스 피그 스탠드’라는 레스토랑이다. 고객이 차를 몰고 와서 돼지 바비큐 샌드위치, 닭고기 튀김 등의 음식을 주문한 뒤 주차장에서 기다리면 직원이 음식을 갖다주는 방식이었다. 이후 패스트푸드 전문점 인앤아웃, 맥도날드 등이 드라이브스루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국내에서도 속속 도입되는 중이다.

드라이브스루 서비스가 가장 활발한 곳은 외식업계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 오픈한 인천 주안DT점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40여곳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열었다. 2012년 9월 국내 첫 번째 드라이브스루 매장인 경북 경주보문로DT점 오픈을 시작으로 현재 27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햄버거업체인 맥도날드는 전국에 260여개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보유했고 버거킹 드라이브스루 매장도 85곳에 달한다. 이에 질세라 토종 브랜드 롯데리아도 전체 매장 1300여곳 중 40여곳을 드라이브스루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스타벅스 경주보문로DT (사진 : 스타벅스코리아)
편의점도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잇따라 도입하는 분위기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물건을 살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전에 모바일 모빌리티 플랫폼 ‘오윈’ 애플리케이션으로 상품을 주문한 고객이 CU 점포 앞에 차를 세우면 점포 근무자가 차량 창문을 통해 물건을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기존 드라이브스루 방식은 오프라인에서 주문하고 결제하는 만큼 대기시간이 발생한다. 하지만 CU 차량 픽업서비스는 점포 도착 전에 미리 앱으로 주문, 결제를 마치는 만큼 구매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주유소에서도 드라이브스루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오윈은 주유 서비스에 드라이브스루를 접목한 앱을 내놓았다. 미리 얼마를 넣을 건지 예약하고 결제한 뒤 주유소로 가면 창문을 내리지 않고도 주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GS칼텍스 400여개 주유소와 제휴했고, 에쓰오일 등 전국 2000여개 주유소와 제휴를 추진 중이다.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지역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지자체도 부쩍 늘었다. 제주도는 한라도서관 주차장에서 ‘제주광어 드라이브스루 특별판매’ 행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광어 소비가 급감하고 수입 규제로 수출량까지 줄면서 제주광어 출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번 특판행사를 통해 제주광어 소비 촉진에 나섰다.

오윈 어플 화면
경북 포항시도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해수욕장 앞 도로에서 강도다리 활어회 도시락을 팔아 인기를 끌었다. 활어회 도시락은 채소를 포함해 1kg으로 3∼4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회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차량 300∼400대가 길게 줄을 서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충남 천안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학교 급식 납품농가와 업체들을 돕기 위해 ‘학교 급식용 농축산물 드라이브스루 특별 판매전’을 열기도 했다.
구룡포에서 진행된 수산물 드라이브스루 (사진 : 포항시)
장난감이나 도서 대여도 드라이브스루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자녀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이 어려워진 만큼 아이 장난감을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대여해주는 곳이 많아졌다.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 육아종합지원센터 주차장에서는 주황색 옷을 입은 직원들이 승용차 조수석에 장난감을 넣어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신청자들은 미리 장난감을 요청하면 1시간 뒤부터 받을 수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승차 전달 방식을 통해 시민과 직원 대면시간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대여 장난감은 매일 소독한다”고 전했다.

울산시와 전북 군산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휴관 중인 도서관에서 ‘북 드라이브스루 대출 서비스’를 운영했다. 울산도서관은 평일 오후 3시까지 신청을 받아 다음날 오후 2~4시 주차장 배부처에서 책을 건네준다.

드라이브스루 형태로 진행한 지역 축제도 눈길을 끈다. 경남 창원시는 지난 10월 30일~11월 8일 마산해양신도시에서 마산국화전시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행사장을 걸어서 구경하는 대신 인터넷으로 예약한 차량에 입장 전 발열체크를 한 관광객들이 탑승한 드라이브스루 형태로 행사장을 둘러보게 했다. 행사가 열린 9일 동안 1만 5312대 차량에 탑승한 방문객 6만1000여명이 전시회장을 둘러봤다. 창원시는 “국화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창원 화훼농가를 돕고 꽃 생산기반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얻었다. 전시회가 마산어시장 등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마산해양신도시에서 진행된 마산국화전시회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지역 축제가 취소된 상황에서 새로운 축제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지자체가 마산국화전시회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나섰다. 중국 CCTV가 직접 행사장을 찾아 중국 전역에 생중계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특급호텔도 드라이브스루 방식 도시락을 연이어 선보이는 중이다. 호텔업계 최초로 드라이브스루 방식 도시락을 도입한 롯데호텔서울은 도시락 품목을 늘리고 판매기간도 연장했다. 호텔 레스토랑의 ‘파인 다이닝 코스 메뉴와 바비큐 세트인 ‘캠핑 패키지’, 와인이 포함된 ‘혼술 세트’를 오는 12월 말까지 판매하기로 했다. 인천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는 샌드위치 등을 드라이브스루로 구매해 야외 정원에서 피크닉을 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고메 투고 박스’를 출시했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전화 예약 후 픽업 시간에 맞춰 호텔 로비 앞에 잠시 정차하면 차에서 내리지 않고 수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드라이브스루 열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코로나19 확산이 멈추더라도 드라이브스루 서비스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관련 서비스를 계속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유통,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에서 드라이브스루 서비스가 활용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