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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1
코로나19와의 낯선 조우(遭遇), 소중한 경험
오동욱 /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1. 들어가며
2019년 말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은 사회·문화·경제 전반에 걸쳐 큰 충격을 가져왔다. 문화예술계 역시 전례 없던 바이러스 정국 속에 낯선 한 해를 보내면서 매우 심각한 상황을 경험하였고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예술회관과 미술관, 박물관 등 다중이 밀집한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하는 대면 교감이 생명인 문화예술의 특성상 창작·유통·향유 등 생태계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심대한 위축현상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공연장과 전시장 등의 임시 폐쇄로 인해 대중과의 원격 소통 등 디지털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역시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소통 측면뿐만 아니라 저작권 분야와 시설의 관리시스템 자체에도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었다. 일반시민들도 코로나19로 인해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반복적으로 실행되면서 일상적 사회활동 위축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로 인한 무기력과 스트레스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저하되는 ‘코로나 블루(Blue)’를 호소하는 현상도 증가하였다.

2020년 격동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대구시와 공적 문화시설·단체를 중심으로 위기 대응정책의 현황과 한계를 살펴보고, 향후 With 코로나 시대의 방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문화예술 대응정책의 성과와 한계
◎ 코로나19 위기 속의 대응정책
대구시와 공공 문화시설·단체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다양한 대응정책을 추진하였다. 대응정책의 주요 유형은 크게 예술인(단체)의 피해 실태조사와 사례접수, 예술인 복지와 창작 지원,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 제작 지원, 예술인 파견사업, 방역물품 지원 등의 형태로 요약할 수 있다.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에서는 예술인들의 안정적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정부의 예술인복지사업 등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인 「예술인지원센터」를 신설하였다. 또한 예술단체들의 지속적 예술활동과 온라인 창작·향유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채로운 사업들을 신규로 기획·실행하였다. 대표적으로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안전망 구축을 위한 ‘긴급지원 공연예술 창작 활성화’,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아트 체인지업’, 대구예술발전소의 청년작가 발굴을 위한 ‘수창동 스핀오프’, 지역 음악인의 공연활동 지원을 위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하우스콘서트 시리즈’ 등을 추진하였다. 또한 예술가들의 공감대 형성과 협력망 구축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예술작당(糖)회’와 ‘멘토링프로그램-멘토스쿨’, 지역 예술인의 창작활동과 사회 진출 확대를 위한 ‘예술인 역량강화프로그램-아트업’ 등의 사업을 추진하였다.

좌) 대구예술발전소 1층 윈도우갤러리에서 진행중인 ‘수창동 스핀오프’, 우)멘토스쿨 3회차(최은주 대구미술관장 멘토)
공간울림에서 진행된 유네스코창의도시 하우스콘서트
또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함께 지역 예술인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을 시행하였으며, 지역 청년예술인의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예술인 희망일자리사업’을 추진하였다. 이 중 예술인지원센터에서 시행한 ‘라운드테이블-예술작당회’는 지역의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론의 장 기능을 하는 사업이다. 코로나19 피해가 본격화된 시점부터 지역 예술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공식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 기능을 수행하였다. 대구예술발전소와 범어아트스트리트, 가창창작스튜디오 등에서는 기획전시 및 입주작가 스튜디오 관람을 위해 VR(가상현실) 콘텐츠를 활용하는 등 온라인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대명동의 공연예술연습공간은 예술계 침체 극복과 지속적 창작활동 장려를 위해 심야시간까지 대관을 연장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였다.
좌) 예술작당회 4회 현장 모습, 우) 가창창작스튜디오 VR오픈스튜디오 메인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제작극장의 중심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예술단과 극장이 협업한 국내 최초의 영상음악 콘텐츠인 ‘DAC on Live’를 실시하였다. 이는 코로나19 정국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예술인에게 필수가 되었음을 인식하고 적절한 환경을 제공한 선도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시립무용단의 영화 ‘댄스필름’과 정기공연을 국내외에 유튜브로 생중계하였으며, ‘시립극단 창작극 오디오북’ 제작 방송을 통하여 시민들에게 위안을 제공하였다.
DAC on Live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새로운 개념의 오디오 플랫폼 공연인 ‘대콘의 600초 클래식’을 통해 지역 연주자들의 창작활동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였다. 교육청과의 협력으로 중고생을 위한 음악회인 ‘클래식 오아시스’를 비대면 음악 교육콘텐츠로 제작하여 보급하였다. 또한 해외 오케스트라들을 배제하고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와 국내 오케스트라를 주축으로 하여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콘의 600초 클래식
클래식 오아이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유튜브 채널 ‘오페라떼(Operatte)’를 개설하고, 방구석 오페라와 고막스틸러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흥미롭게 오페라 콘텐츠를 전파하고자 하였다. 오페라 하이라이트 음반 ‘오페라 위드 유(OPERA WITH YOU)’를 제작하여 지역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에게 먼저 무상으로 제공하였으며, 해당 연주에 참여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에는 음반 저작권료를 지급하여 연주활동 및 사기 진작에 일조하였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상주단체인 디오오케스트라와 대구오페라콰이어의 연주 음원을 담은 CD.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연주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기 위해 제작하였다.
지난 5월 16일, 대구오페라하우스 광장에서 진행된 ‘힘내요 대구! 오페라 광장콘서트’ 공연장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힘쓰고 있는 소방관, 의사 및 간호사,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을 초청하여 진행하였다
대구미술관에서는 직접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 환경에서 작품 관람과 해설을 함께 들을 수 있는 ‘투어 영상 콘텐츠’를 개발하여 서비스하였다. ‘모바일 전시 투어’, ‘에듀케이터와 함께 하는 전시 Q&A’, ‘스마트 도슨트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영상을 온라인 채널로 소통하였다. 지역작가와 미술계 종사자의 영상 제작 지원 프로그램인 ‘나의 예술세계’는 미술관 프로그램의 확장성을 가져다준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좌) 대구미술관 유튜브 채널, 우) 학예연구사가 전시를 직접 설명하는 콘텐츠
대구미술관장이 직접 진행 중인 전시를 소개하는 콘텐츠(사진제공 : 대구미술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대구아트페어 등 지역 대표적 문화이벤트들은 규모는 줄이되 지역 주체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성을 견지하여 선순환적 문화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예술적 치유와 위안 제공에 유의미한 역할을 하였다.

대구시 구·군의 기초문화재단(문화예술회관)에서도 지역 예술계를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을 실시하였다. 대표적으로 수성문화재단의 ‘예술인 기(氣) 살리기 프로젝트’, 행복북구문화재단의 ‘대학문화예술키움’, 달서문화재단의 ‘예술人 희망in 달서’ 등이 있다. 이는 지역 예술가를 지원함과 동시에 지역 문화브랜드 제고를 위한 기초문화재단의 모범적인 정책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 대응정책의 긍정적 요인과 한계
코로나19 대응 긴급지원 대책이 예술계가 필요로 하는 세밀한 부분까지 포괄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효과 차원에서 미흡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는 위기 대응체계가 단기적인 분야에 초점을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회복과 전환을 위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변수에 직면하면서 선택의 폭도 좁았기 때문에 대처과정에 시행착오는 거의 필수적으로 따르게 되어 있다. 신속한 대안 마련과 사업 보완에 대한 노력이 따르면서 기존의 형식과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대응전략 마련과 시행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예술인 창작 안정성, 예술 창작 지원 체계화, 온라인 문화예술 플랫폼 서비스 지원 등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등 자체 대응력을 제고할 수 있는 유익한 경험들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의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축소하거나 선정 기준을 수정·보완하여 진행하는 등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시행하였다.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도 온라인 기반의 공연과 축제, 가상과 실제 융합형 전시, 발코니 음악회, 차 안에서 즐기는 드라이브 인 공연 등과 같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통해 희망을 부여하고자 노력하였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정책을 대폭 확대한 점은 문화예술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정책의 디지털 전환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도 중요한 예술지원 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예술계와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소수의 현장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진행한 ‘릴레이 포럼’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의의는 크다. 문화예술 생태계 정상화와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담론 과정은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With 코로나 시대의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위해 관련 예술가들의 통합적 의견이 전제되고 전반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기 대응 과정에 있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정책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 문화예술 데이터 확보에 있었다. 향후 문화예술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조화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지역문화 생태계 전반에 대한 촘촘하고 깊이 있는 데이터 관리체계 구축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문화예술의 창작·유통·소비 등 가치사슬 및 생태계 전반에 걸쳐 정책 판단의 준거가 될 수 있다.

3. 나가며
재삼 부언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은 지역문화 생태계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문화예술 관련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는 위기와 불확실성 속에서 문화예술 생태계의 현실을 성찰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하였다. 불행하게도 코로나19가 마지막 팬데믹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With 코로나 시대의 문화예술 생태계는 익숙한 것과는 결별하고 낯선 것과는 조우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의 구축은 필수적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극한 상황 속에서도 유의미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안전한 면대면 예술활동 환경, 민간 문화시설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지원 등과 같은 지역문화 생태계 맥락에 초점을 둔 총체적인 정책 방안을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경험과 전망을 토대로 향후 지역문화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준거 기반으로 작용시켜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장기적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주지하면서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모색과 공론을 위한 소통은 지속 이어져야 한다.

대구시와 지역 문화시설·단체, 예술 현장에서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 위기 대응 노하우와 매뉴얼의 부재, 관련 예산 부족 등의 한계 속에서 극복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을 경험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비대면 상황의 예술활동 및 향유 방법,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활용, 신규 정책사업의 발굴 및 기존 사업의 조정, 위기 대응 재원 확보 등을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개발해 왔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지역문화 생태계의 상처 회복, 단계별로 요구되는 혁신 로드맵을 구상하는 것이다. 지역문화 정책 패러다임은 면대면과 비대면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연계와 통합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위기 상황 속에서도 문화예술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판단컨대, 코로나19 팬데믹은 온라인 문화예술 창작 및 플랫폼 관련 정책의 중요성과 체감도를 더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예술과 기술, 온라인과 오프라인, 면대면과 비대면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을 집중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공연장, 미술관 등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이루어지도록 철저한 방역시스템은 우선 정책이다. 아무리 기술적 요인이 중요하다 해도 문화예술 콘텐츠의 가장 핵심적인 플랫폼은 문화시설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은 위기 속의 사회를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이다. ‘의학적 백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예술적 백신’이다. 미래에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또 닥칠지라도 예술적 백신의 효과가 실감 있게 나타날 수 있도록 치밀하고도 중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