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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5
마켓 4.0시대의 디자인 전망과 과제
글_임헌우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
디자인은 명사인 동시에 동사
우리는 흔히 디자인을 ‘어떤 계획의 결과물’이라는 외형적 의미로 사용한다. 이럴 경우 디자인에 대한 명사적 접근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디자인이란 용어의 동사형이다. 동사로서 디자인은 ‘체계적으로 계획하다.’, ‘특정한 효과나 목적을 위해 만들거나 설계하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디자인은 ‘결과물’이란 명사인 동시에 ‘계획하고 만들어 간다.’는 동사로 작용하는 것이다.

아이데오(IDEO) 회사(출처-아이데오 페이스북)
디자인은 ‘문제(Problem)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 문제를 (창의적 생각과 방법으로) 해결해나가는 것(Solving)’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럴 때 언급되는 디자인이란 의미는 동사형에 가깝다. 최근 각광을 받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도 이러한 디자인의 일반적 정의에서 출발한다. 디자인이 솔루션을 구하는 방법이라면 과거 맥킨지(McKinsey & Company) 등에서 담당했던 기업 컨설팅 업무를 점차로 디자인회사가 수행하게 될 수 있을 것이고, 실제로 아이데오(IDEO)란 회사는 그런 일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해 가고 있다. 디자인을 버려야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다소 철학적인 명제가 중요해진 시대이다.
디자인, 시대를 반영하는 유동적 작업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마켓 4.0』에서 ‘생산자 중심’ 구조의 종말과 ‘하이터치’시대로 이행을 예고하고 있다. 마켓 1.0이 표준화와 대량 생산으로 대표되는 ‘제품중심’의 시대였다면, 마켓 2.0은 정보를 소유한 ‘똑똑한 소비자’의 시대였다. 더 나은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의 가치 추구 욕구가 마켓 3.0시대를 ‘인간중심’의 시대로 바꾸었다면 마켓 4.0 시대에는 융합과 초연결 속에서 인간적인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하이터치’ 전략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필립 코틀러는 말한다. 따라서 마켓 4.0 시대에는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동사로서 디자인’이 더욱더 중요하게 인식될 것이다. 디자인에 관한 제한적 시각 자체도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일차적 즐거움(Enjoyment)을 주는 디자인에서 진화하여 사람들의 경험(Experience)과 참여(Engagement) 등도 디자인의 대상으로 급속도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디자인은 시대를 반영하는 유동적 작업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대한 알고리즘(Algorithm)화 실험들
“전 세계 사회·산업·문화적 르네상스를 불러올, 과학기술의 대전환기는 시작됐다.”라고 했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다보스포럼 회장의 말처럼 지금 세계는 격변의 미래와 마주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의 발전은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있을 정도로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한때 디자인은 창의적 능력이 있어야 하는 분야라서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쉽게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인공신경망과 유사한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디자인에 알고리즘을 도입하여 디자인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려는 시도들이 지속해서 요구될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전망일 것이다. 분명 알고리즘은 디자인 영역에서 사람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쉽게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들과 그 영역에 대한 전망 또한 필요할 것이다.
최근에는 디자인을 알고리즘으로 처리하려는 시도들도 실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Logojoy(www.logojoy.com)란 사이트에서는 불과 1분 정도의 시간으로 로고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로고디자인 5개를 고른 후, 컬러를 선택한 다음 회사 이름과 슬로건을 입력하고, 몇 가지 옵션을 선택하면 컴퓨터가 알고리즘으로 로고디자인을 화면에 보여준다.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로고디자인의 서체를 바꾸는 등 세부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기능들도 있다. 물론 아직 초보적 수준의 디자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기에 딥 러닝 알고리즘 도입하여 디자이너의 전문성과 사고 패턴까지 컴퓨터가 학습할 수 있다면 꽤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Logojoy(www.logojoy.com)란 사이트
생각하는 냉장고, 뉴스읽는 장난감

생각하는 냉장고, 뉴스 읽는 장난감
(원제: Smart Things)(츨처-네이버 책)
몇 년 전 『생각하는 냉장고, 뉴스 읽는 장난감(원제: Smart Things)』이란 재미있는 책이 번역되어 출판된 적이 있다. 본격적인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시대의 도래를 표현하기엔 꽤 적합한 제목이다. 사물(Things)은 더욱 똑똑해질 것이고, 기술은 다른 것과의 융합과 초연결을 통해 진화의 속도를 높여 갈 것이다. 냉장고가 단순히 계산하는 수준을 넘어서 개인의 신체 정보와 융합되고 그것을 학습한다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집의 개념은 디지털 공간과 생물학적 공간이 통합되는 초연결 네트워크의 허브(커넥티드 홈, Connected Home)로 기능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명공학, 사이보그공학 등의 발전으로 망막 인플란트(Implant)가 일반적으로 시술될 것이고, 영화에서나 존재했던 쥐라기 공원도 가까운 미래에 개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현실(AR), 과 증강현실(AR) 기술은 현실의 복제를 뛰어넘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상을 구현해 줄 것이다. 디자인은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행동을 유도하는 어포던스(Affordance)의 기능이 강화될 것이다. 디자인은 인지와 행동 심리학, 뇌과학과 다학제적으로 융합되면서 인간이 가진 생물학적 본성까지 그 대상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디자인의 동사적 정의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중요 키워드는 초연결과 융합이다. 이것은 디자인 산업 4.0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즉 디자인 역시 다른 영역과 연결되고 융합될 것이다. 단순히 명사적 성격으로서 디자인은 존재하지 힘들 것이리라. 즉, 디자인이 아닌 디자인 씽킹이 필요하고, 외형과 결과를 만들기보다는 가치와 의미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디자인 영역과 분야라는 수직적 사고를 벗어나 에드워드 드 보노(Edward de Bono)가 제시한 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동사로서 디자인의 역할이 될 것이다. 모두에 거론했듯이 디자인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다. 이런 디자인의 역할에 주목한다면 다가올 미래의 여러 가지 변화와 파생되는 디자인에 관한 제반 문제들도 어렵지 않게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과제들
디자인은 그 사회와 문화적 수준을 가리키는 바로미터(Barometer)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전망하고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디자인 산업을 그것에 걸맞은 수준으로 체질 개선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디자인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즉 디자인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에 따른 제반 비용과 가치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이다. 여전히 공공기관에서는 최저가 입찰로 디자인을 선정하는 관행이 지속하고 개인적 취향과 지위에 근거해서 디자인이 평가되는 경우도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한쪽에는 야근과 박봉에 시달리는 디자이너의 인권 문제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창의성에 걸 맞는 대가가 인정되지 않는 몰이해가 공존한다. 마켓 4.0 시대에서 우리는 디자인 1.0 수준에 머물고 있지 않은지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문화야말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알고리즘화 시킬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우리가 모두 생각해 봐야 할 미래의 키워드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것들은 존재해야한다. 디자인 역시 지속 가능하게 존재하기 위해선 지금 그것을 잘 가꾸고 보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