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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치는 바다가 나의 정원, ‘차박 캠핑’ 매력에 빠지다
차완용 / 한경비즈니스 기자
(출처: 한국경제신문)
큰맘 먹을 필요 없다. 가벼운 침구만 챙기면 된다. 떠나고 싶은 곳으로 떠나고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머무르면 그만이다. 서는 곳이 집 앞마당이고, 자동차가 곧 호텔이다. 비록 진짜 호텔에 비해 숙소 면적이 비좁고 생활 편의 시설도 부족하지만 만족도만큼은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이 부럽지 않다. 이것이 바로 차에서 머무르고 잠을 자는 ‘차박 캠핑’의 매력이다.
– 캠핑의 대세가 된 ‘차박’
차박 캠핑이 유행이다. 이유는 또렷하다. 기동성‧편의성 때문이다. 텐트를 치고 즐기는 ‘노지 캠핑’, 도구가 갖춰진 공간에서 즐기는 ‘글램핑’, 전기와 수도 시설 등이 갖춰진 곳에 텐트와 캠핑 용품을 챙겨 가는 ‘오토캠핑’ 등 여러 가지 캠핑이 존재하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것은 차박 캠핑을 따라올 수 없다.
일단 숙소, 차편 등의 예약이 필요 없다. 차를 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침실이다. 별도의 숙박 장비도 걱정 없다. 일반 캠핑처럼 이것저것 용품을 사지 않아도 되고, 텐트를 칠 걱정은 멀리 날려버리면 된다. 별도의 장비가 필요치 않으니 마음만 먹으면 바로 떠날 수 있다.
낭만, 힐링, 추억, 인생 사진 등은 덤으로 따라온다. 파도치는 해변가, 잔잔한 호숫가, 수풀이 우거진 숲속 등 차가 갈수 있고 맘에 드는 장소만 고르면 된다. 더욱이 차는 사면이 유리창으로 덮여 있어 경치를 감상하기도 좋다. 특히 파노라마 선루프가 설치된 차라면 금상첨화다. 차 안에 누워 낮 하늘의 구름과 밤하늘의 별빛을 구경하기에 제격이다. 또한 비 오는 날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면 비좁은 차량의 불편함마저 낭만이 된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시의성도 차박 캠핑의 유행에 한몫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가 강조되면서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즐길 수 있는 차박 캠핑이 캠핑의 대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체 캠핑인구 중 차박 캠핑의 비중은 미미했지만 지금은 주류문화로 자리 잡았다.
차박과 관련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동호인 카페 회원 수로 간접 추정해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 ‘차박캠핑클럽’ 회원 수를 보면 코로나19 초기인 2월 말 8만명에서 지난달(8월)에는 15만7000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을 정도로 인기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다이내믹으로 차박 캠핑을 즐기는 모습(출처: 쌍용자동차)
– 차박 열풍에 소형 SUV 쾌속 질주
차박은 본래 낚시꾼, 등산객, 사진가 등이 차에서 대충 쪽잠을 자는 데서 시작됐다. 다른 야외 활동을 위한 보조적인 숙박 수단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차가 대중화되고 공간의 활용도와 편의성이 대거 향상되면서 숙소나 텐트를 대신하는 숙박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
세단은 다소 힘들지만 스포츠유틸리티(SUV)나 왜건, 해치백 차량이라면 대부분 2열 이후의 좌석을 접어 트렁크 적재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모델마다 전폭이 다르지만, 대략 슈퍼싱글 침대보다 넓은 폭의 바닥 면적이 확보된다. 물론 천장 높이를 생각한다면 SUV가 좀 더 움직이기 편하다. 이 때문인지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는 소형 SUV의 급격한 성장세가 눈에 띈다. 가장 저렴한 가격대에, 세련된 디자인에 첨단 품목 갖춘 신차가 계속 쏟아지며 가장 경쟁이 치열한 차급으로 급부상했다.
국산 모델만 지난 1년 사이 베뉴·셀토스·트레일블레이저·XM3 등이 새로 등장했다. 기존의 코나·스토닉·니로·캡처·티볼리·트랙스까지 포함하면 이들 차급의 경쟁 모델은 국내 5개 브랜드에서 10종에 달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들 국산 소형 SUV 판매량은 총 11만8725대로, 지난해 상반기의 7만807대와 비교해 67.7% 증가했다.
전체 SUV 판매량 가운데 소형 SUV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지난해 상반기 국산 SUV 전체 판매량은 24만2934대였고 소형 SUV 차급의 비율은 29.1% 정도였다.
셀토스와 베뉴가 출시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SUV 전체 판매량은 30만9821대로 25% 정도 증가했다. 이 중 소형 SUV 차급의 비율은 38.3% 정도로 9.2%포인트 높아졌다.
수입차 브랜드에서도 SUV 선호 현상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등록된 수입차는 12만8236대로 이 가운데 세단이 7만5433대(58.8%), SUV가 4만7665대(37.1%)를 차지했다. 매년 SUV 비율이 높아지면서 세단 비율이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차를 아예 캠핑카로 개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기존에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개조가 가능했으나 올해 2월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일반 차량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캠핑용 자동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승인한 캠핑카 튜닝 대수는 3214대로, 지난해 동기(1119대) 대비 2.9배로 급증했다. 이는 작년 연간 캠핑카 튜닝 대수(2195대)를 이미 넘어섰다.
차박 캠핑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현대차 스타렉스. 공간이 넓은 만큼 최고의 차박환경을 자랑한다 (출처: 현대자동차)
– 즐거운 차박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
물론 차박 캠핑도 어느 정도의 준비는 필요하다. 우선 여행을 목적으로 한 순수 차박 캠핑일 경우 주변 관광지나 맛 집을 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차박 캠핑은 어느 정도 기본적인 캠핑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타프(캠핑 시 그늘막 또는 지붕 역할을 하는 도구)나 도킹텐트를 챙겨야 하고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코펠, 버너도 필요하다. 잠을 잘 수 있는 매트와 이불은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기타 필요한 것은 개개인의 캠핑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변 환경을 고려한 장소 선택도 중요하다. 화장실이나 샤워장 등 시설이 갖춰졌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 아닌 노지에서 차박을 할 경우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불편할 수 있다. 이럴 땐 최소한 생리현상을 해결 할 수 있는 화장실이 가까운 장소를 거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운전하는 동안 벌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이나 오지는 해가 일찍 져 빠르게 어두워질 수 있기 때문에 지형을 잘 파악해서 운전해야 한다. 한 팀 보다는 2~3팀 정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고, 동행자는 졸음·음주 운전을 하지 않도록 운전자를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