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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2
코로나 19의 시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예술
서민지 / 대구문화재단 정책홍보팀
코로나19 사태로 대구를 비롯한 전 세계가 팬데믹을 겪고 있다.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태를 말하는 ‘팬데믹’은 평범했던 우리 사회와 일상에 극적인 변화들을 가져왔다. 많은 예술가들은 이러한 코로나19 시대의 상황에 침체되기 보다는 그들의 상황을 예술적 시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도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사태, 코로나19. 그들의 시선으로 기록된 대구의 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대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구예술발전소는 2020년 세 번째 기획전시로 글리치음악과 시각예술의 융·복합 프로젝트인 <글리치 앤 비쥬얼 아트, 팬데믹>展을 개최한다. 본래 8월 25일부터 개최하기로 하였으나 코로나19의 2차 확산의 우려가 다시 찾아오면서 대구예술발전소가 임시 휴관에 들어가 9월 11일(금)부터 정상 개관했다. 대구예술발전소의 전시 관람을 위해서는 개인 관람 신청이 필수이며, 하루에 총 4타임(10시, 12시, 2시, 4시)만 관람이 가능하다. 회차별 관람 가능 인원은 50명으로 제한했다.
* 개인 관람 신청은 대구예술발전소 홈페이지 및 전화예약(053.430.1289)을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글리치 앤 비쥬얼 아트, 팬데믹>展 포스터
<글리치 앤 비쥬얼 아트, 팬데믹>展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대구에서 직접 코로나 상황을 겪은 작가들을 비롯하여 국내·외 다양한 예술가들이 바라본 시선들을 작품에 담아냄으로써 ‘팬데믹’상황에 대한 접근 방식의 다각화를 보여주는 전시다.

글리치음악과 시각예술의 융·복합 프로젝트로 시각과 청각을 통해 관람자에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실험적임과 동시에 도전적인 기획 전시로, 평면 및 입체작품이 음악과 하나의 작품으로 스토리텔링 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글리치(glitch)음악은 전자 음악의 한 장르로 시스템상의 일시적인 오류나 오작동에 따른 음향적 결함을 활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의 융·복합 전시와는 달리 작곡가 23의 글리치음악과 시각예술의 도전적인 협업을 선보였다.

작곡가 23의 음악은 작품별 독자적으로 배치된 독립된 모니터 시스템에 의해서 연주되어진다. 분리된 세 개의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위한 음악들은 공간에 따른 고유한 템포와 토날리티를 유기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관객들이 각각의 작품들을 독립적으로 접했을 때 소편성의 실내악 규모로 들릴 수 있고, 그 음악들이 한 공간에서 합쳐졌을 때는 대편성의 심포니로 받아 들여질 수 있게 작업되어져 있어 전시 관람에 또 다른 경험을 더한다. (*예외적으로 공간을 마무리하는 작품들과 연계된 49호, Mathmatical Game, 스물셋은 독립적인 음악으로 작업되어져있다.)

전시의 구성은 세 개의 섹션으로 스토리텔링 되어 ‘팬데믹’주제를 보여준다. PartⅠ은 코로나19와의 마주함을 보여준 ‘OUTBREAK’, PartⅡ는 코로나의 급격한 전개로 모두가 혼란을 겪었던 시기를 담은 ‘CONFUSION’, PartⅢ는 소중하고 간절했던 우리의 일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 LOVE’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섹션별 주제>
프롤로그

갈라짐, 그 사이로 빛이 스며들며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1. OUTBREAK

뜻하지 않은 손님이 오고, 입이 없는 군상들의 경계와 불신의 세상
Unexpected guests coming, a world of mistrust and vigilance of silent people

2. CONFUSION

혼란, 보이지 않는 고통의 시간과 기다림의 연속, 슬퍼할 여유조차 없는
Confusion, the unseen hours of pain and waiting, not even the time to grieve.

3. & LOVE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더 간절한 사랑이 있었음을…
And, after a long time, there was more dearest love…

에필로그

나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하는 프롤로그 작품은 송연진 작가의 <OPUS 01.>이다. 작가는 2020년 코로나19의 발생으로 국가 간, 시민 간 그리고 경제·사회·정치시스템이 모두 고립되었지만 이것을 통해 또 다른 새로움을 발견하고 사랑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송영진, OPUS 01.(Waltz for Isolation), 가변설치, sound, video, 2020
PartⅠ’OUTBREAK’에서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가 모두를 두려움과 공포에 빠지게 한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진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과 우왕좌왕했던 당시를 회상한다. 서성훈의 <자화상> 조각은 팬데믹 이후에 상황에서 거세된 실존의 요소(무게, 촉감, 공간, 시간)를 조각이라는 영역을 통해 표현하였다.
예기치 못했던 바이러스 출현에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던 당시의 대구를 표현한 신준민의 <대구의 12경>, 한승민의 <스멀스멀>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그리고, 아델리의 <숲에서 길을 잃다>는 현재 우리에게 당면한 위기의 시대를 극복해 나가는 여정을 어두운 공간 속 빛나는 알루미늄과 크리스탈로 표현한 설치작품으로 전시관을 찾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PartⅠ‘OUTBREAK’ 전시 전경
아델리_숲에서 길을 잃다, 200x100x400cm, Optical Fiber Light, 알루미늄, 크리스탈, 2020, Op. 1 No. 08
섹션의 마지막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긴 미로를 오로지 청각과 촉각에만 의존하여 걸어가게 되어 만나는 이수영의 <막다른 길> 작품이 있다.
이수영_막다른 길, 가변설치, 비디오, 2020,49호
PartⅡ‘CONFUSION’에서는 모두가 혼란을 겪었던 최고 절정기를 담아냈다. 아델리의 <기억의 조각들>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 무수한 사유들의 충돌과 소멸로 재생산되는 ‘지금’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베른트 할프헤르의 <Game of Life>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의 하루가 사라지듯, 삶의 과정에서 예측불가 한 것을 애니메이션의 매뉴얼적인 부분과 절차적 영향을 더한 알고리즘을 통해 얘기한다. 이어서 권기철의 <사랑한 후에 남겨진 것들>, 윤제원의 <Pixel·Line·Touch>, 까지 조각, 평면, 영상 등의 작품들에 확진자가 약 6,900여명에 달하는 대구의 상황들과 끝이 없는 기다림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델리_기억의 조각들, 120x160cm(5), 아크릴 패널 위에 혼합재표, LED Light, 2020, Op. 2 No. 01
Bernd Halbherr_Game of Life, 가변설치, Sound, Video, 2020, Cellular Automata
PartⅢ’& LOVE’에서는 일상의 간절함과 나눔의 소중함을 들여다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삶의 형태와 모습, 자연 환경의 변화 등을 통해 지난날 인류의 이기적인 삶의 태도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언택트의 시대, 뉴노멀의 시대,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를 맞이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차현욱의 <그날이 오면>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자본적 민주주의에 포장되어 있던 동시대의 상처들이 드러나고 있음을 말한다. 그 외에도 신준민의 <빛나는 날들>, 패트릭 베잘렐의 <Do Not Worry> 작품 제목에서 보듯이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다시 희망을 가지며 힘들었던 날들을 위로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좌) 차현욱_그날이 오면, 200c290cm, 한지에 먹, 2020, Op. 3 No. 07 / 우) 신준민_빛나는 날들, 227x450cm, Oil on Canvas, 2020, Op. 3 No. 02
이태량의 <23>은 작곡가 23(김성수)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소리와 공간, 그리고 서로간의 거리와 ‘낯설게 하기’의 관점에서 시작한 작곡가23(김성수)의 음악작업은 전시를 통해 균형과 치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작업했다. 그의 음악을 통해 이태량은 새롭게 시작될 미래지만 또 다시 예상치 못한 오류들로 발생할 수 있는 ‘뉴-팬데믹’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에필로그로 마무리한다.
이태량_ 23, 400×300×400cm, 혼합재료, 2020, 스물셋
코로나19 사태로 큰 고통을 받은 도시 대구, 하지만 대구 시민들은 지혜롭게 이겨내고 있다. <글리치 앤 비쥬얼아트, 팬데믹>展은 팬데믹을 극복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특히 대구시민과 나아가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이 시대의 상황을 기억하기 위한 예술작업의 결과물이다.

이 외에도 대구에는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들이 진행되었다.

대구미술관은 지역 작가 12인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모색한 <새로운 연대>展을 지난 6월 16일부터 9월 13일까지 진행했다. <새로운 연대>展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평범한 일상에 찾아온 위기를 통해 일상의 가치와 자유, 개인과 공동체적 삶의 의미를 조명했다.

수성아트피아는 8월 5일부터 8월 14일까지 전시실 전관에 걸쳐 작가 4명이 참여한 <코로나 이후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展을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인간관계의 친밀성이 느슨해지고 대중이 모이는 행사가 취소되는 등의 현실을 겪은 30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경험한 ‘코로나19 유행과 변화한 사회상’을 조형예술로 풀어낸 4개의 영상설치 작품과 참여작가 4명의 아카이브가 선보여졌다.

마지막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대구현대미술가협회의 <팬데믹&대구>展이 8월 19일부터 8월 30일까지 개최되었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소속 작가 111명과 프랑스 작가 8명 등 모두 119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전관(6~13전시실)에서 진행되었으며, 각 전시실은 고유의 주제와 특성을 가지고 코디네이터와 작가들이 대구의 팬데믹 현상과 현재 예술가들의 상황을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코로나19의 2차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물론 여러 기관들도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많은 시설들과 거리에는 한적함과 공허함이 감돌고 시민들은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있다. 2차 유행의 사태가 마무리되고 다시 코로나19의 조짐이 잠잠해져 사회에 활기가 도는 그 날을 기다려본다. 그리고 예술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 날 또한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