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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1
30주년 대국국제현대음악제 리뷰
COVID-19 위기 속에 30주년 대구국제현대음악제를 성황리에 개최하다.
김유리 / 작곡가
COVID-19는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공연 전 발열 체크는 필수가 되었으며 연주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주하는 모습이나 전체 객석의 30%만 운영하는 탓에 카메라가 중앙을 차지하고, 빈자리가 더 많이 보이는 연주 홀의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대구국제현대음악제가 8월로 연기되면서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30주년 대구국제현대음악제는 어느 해 보다 성황리에 개최하였다.
대구콘서트하우스에 걸린 30주년 대구국제현대음악제 현수막
음악회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방송 되었고, 현장에서 입장이 불가능했던 관객들을 위해서는 연주회장 바로 아래층에 별도의 스트리밍 룸을 설치하여 현장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운영하였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30주년 대구현대음악제는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개최되었다.
초대감독 진규영은 ‘COVID-19로 인해 올해 대구국제현대음악제를 개최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러한 새로운 방식으로 개최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애초에 대구국제현대음악제가 30년 동안이나 계속될 줄 몰랐다. 젊은 음악인들을 위해 그들을 한자리에 모았을 뿐인데 현대음악제의 거대한 장으로 발전했고 젊은 음악인들이 미래를 꿈꾸는 장소가 되었다. 30주년이 되는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어 무척 행복하며 초대감독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구국제현대음악제를 거쳐 지나갔던 많은 이들에게는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중하고 귀할 수밖에 없다.
좌) 2020대구국제현대음악제 포스터 / 우) 폐막연주를 마치고 야외를 이용해 단체 사진
– 공부모임이 만들어낸 결과물
대구국제현대음악제의 시초는 공부모임이다. 진규영이 방학을 이용해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곡가들과 함께 현대음악을 공부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곡가들도 뜻을 같이하여 가세하였다. 모임 이름을 ‘젊은 음악인의 모임’으로 정하고 정기적으로 모였다.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젊은 작곡가들이 찾아왔고 모임의 규모는 거대해졌다. 경주, 서울, 부여 등으로 옮겨 다니는 친목형 공부모임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새로운 방식의 모임 형태가 필요해졌다. 그것이 바로 현대음악축제였고 진규영이 ‘젊은 음악인의 모임’과 힘을 합쳐 1991년 동아쇼핑 스타 홀에서 개최한 ‘제1회 대구현대음악제‘였다. 젊은 작곡가들은 열광했고, 음악제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음악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고 불과 5년 만에 강원도 관동대학에서부터 제주대학까지 참여하는 전국행사로 성장하였다. 1995년에는 폴란드 모자이크음악제와의 교류를 성사시켰고, 1996년에는 현대음악의 거장 펜데레츠키를 단독으로 초청하며 국제음악제로 도약하였다.

그러나 대구국제현대음악제에도 서서히 위기가 찾아왔다. 초대 감독 진규영이 차세대 이두영, 임주섭, 이철우, 구자만에게 성공적으로 감독직을 승계하며 음악제의 운영은 안정되었으나 재정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어려워졌다. 음악제의 존폐를 논할 정도로 최대 고비를 맞이한 때가 2006년이다. 그러나 음악제의 폐지만은 막자며 초대감독을 포함해 모든 역대 감독이 힘을 모아주었고, 김유리, 권은실, 홍신주, 박철하가 차례로 음악제를 이끌며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에서 몇 안되는 국제현대음악제로 자리 잡았고 대구를 유네스코에 음악의 도시로 등재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 30주년 대구국제현대음악제가 기적적으로 치러지다.
2020년 8월 21일 금요일 타악기그룹 LIMS 연주를 끝으로 대구국제현대음악제 30주년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개막을 앞두고 8.15 광화문 집회로 인해 코로나가 확산되어, 확진자가 매일 2-3백명이 나오는 상황에서 음악제의 총책임을 맡은 예술감독 박철하와 사무국장 서영완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수도권 상황을 주시하며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음악제를 진행했고 참석자 모두 마음을 졸이며 음악제를 즐겨야 했다.

2020년 대구국제현대음악제는 처음부터 30주년 기념음악회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음악제의 고문이었던 펜데레츠키를 추억하고, 현재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러나 COVID-19로 하늘길이 막히고 음악제를 개최하는 것조차 불투명해지자 매년 6월에 열리던 음악제를 8월로 연기하고 감독 박철하의 뛰어난 위기 대처능력과 사무국장 서영완의 현명한 판단력에 기획부 조우성의 발 빠른 순발력을 더하여 프로그램 전체를 재구성하였다.

좌) 예술감독 박철하와 초대감독 진규영 / 우) 대구국제현대음악제 현장 본부
지금 국내 상황에서는 제30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를 개최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 초유의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DCMF(지휘:진솔), TIMF(지휘:정헌), EINS, LIMS, 피아니스트 이영우, 대구시립현대무용단의 화려한 출연진으로 음악제를 재구성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객석을 30%만 운영하였고 연주회 후에는 바로 연주 홀과 로비를 비웠으며 리셉션도 전면 금지했으나 관객들은 멋진 연주와 훌륭한 작품에 크게 감동하며 연주자들과 서로 교감했다. 참석자들은 서로가 서로의 안전을 위해 손등인사로 반가움을 대신하는 등 조심조심 기적의 음악제를 함께 만들어갔다.
–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만나다.
COVID-19라는 거대한 위기 속에서 알게 된 사실은 한국 연주자들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 연주자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 아닐진대, 등잔 밑이 어두운 탓인지 너무나 가깝고, 너무나 친하고, 너무나 익숙하여 미처 알지 못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연주단체의 기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었고 창작음악에 대한 해석능력까지도 세계적인 수준에 있다는 것을 이번 음악제를 통해 확인하게 되어 행복하였다.

음악제는 음악회 5회, 세미나 및 간담회 3회, 대구시립현대무용단의 축하공연으로 구성되었다. 개막연주는 대구MBC오케스트라(상임지휘자 진솔)와 DCMF앙상블이 뛰어난 기량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Pierre Boulez의 6개의 악기를 위한 ‘Dérive 1’을 시작으로 모두 6개의 작품을 소개했다. 특히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초대감독인 진규영의 작품 ‘천상병 시에 붙인 4개의 노래’를 부른 바리톤 이원섭은 호소력 깊은 목소리로 좌중을 감동시켰다. Charles Ives의 Three ‘Quarter-Tone Pieces’는 1/4음 간격으로 조율된 2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이다. 피아니스트 김효준, 윤민경의 환상적인 호흡이 돋보였다. 양영광의 앙상블을 위한 ‘Hexaemeron’은 장중하면서 섬세한 곡이었다. 이어서 매혹적인 김민지의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피아노 그리고 타악기를 위한 ‘étoile’, 호소력 짙은 이재구의 챔버앙상블을 위한 ‘슬픔이 흩날리는 진분홍빛 시간들’을 차례로 세계 초연하는 귀중한 시간을 만들었다.

DCMF앙상블, 지휘자 진솔, 바리톤 이원섭
두 번째 TIMF앙상블의 연주 또한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훌륭한 작품과 멋진 연주를 선사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윤이상의 ‘피리’를 시작으로 윤한결의 ‘몬드를 위한 3중주’, 기교적이고 완숙미가 넘치는 대구 원로 작곡가 임우상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향V’, 간간히 일본 민속음악을 연상케 하는 Dai Fujikura의 ‘목소리’, 참신함이 똑똑 터지는 Gérard Pesson의 ‘Nebenstück’, 카리스마가 물씬 풍기는 이성연의 현악4중주 ‘평범한 듯 반짝이게 III’를 정헌의 지휘로 소개하였다.

세 번째 공연으로 대구시립무용단의 축하공연이 대구콘서트하우스 야외 특설무대에서 펼쳐졌다. 대구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인 김성용이 Charles Ives의 ‘대답 없는 질문’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한 작품이다. ‘대답 없는 질문’은 고도로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품고 있다. 안무가 김성용이 ‘존재’라는 고도의 형의상학적인 질문을 춤사위로 관객들에게 묻고 또 묻는다. 관객들은 대답 없는 질문에 답하기라도 하는 듯 대프리카의 땅에서 올라오는 8월의 복사열 속에서도 미동 없이 축하 공연을 감상하였다.

1) 대구시립무용단 공연 / 2) 사무국장 서영완과 시립무용단 단장 김성용 / 3) 대구시립무용단공연을 감상하는 관객들
네 번째 공연은 앙상블 Eins의 연주회로 이국적인 색채의 José M. Sánchez-Verdú의 ‘Qasida’ for Clarinet, Viola and Piano, 한바탕 춤사위를 연상케하는 박명훈의 피아노5중주를 위한 ‘舞童’, 세련된 음색으로 좌중을 홀린 Guillaume Connesson의 ‘Techno Parade’ for Flute, Clarinet and Piano, 소리와 소리 사이에 긴장된 공백으로 짜릿함을 전해준 김동학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_앞 지다_’, 작곡가의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었던 Bernd Richard Deutsch의 현악4중주 ‘제2번’을 소개했다. 최고의 기량으로 세계적인 연주를 보여준 앙상블 아인스에게 찬사를 보낸다.
앙상블 EINS연주
다섯 번째 공연은 피아니스트 이영우의 독주회. 그녀는 TIMF앙상블의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남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그녀가 소개한 6개의 작품은 현재 자신의 위상을 대변하는 듯했다. 아방가르드의 지침서처럼 여겨왔던 John Cage의 ‘The Perilous Night’ for Prepared Piano, Mauricio Kagel의 ‘MM51 Ein Stück Filmmusik’ für Klavier를 소개했고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이상원의 피아노와 라이브 일렉트로닉을 위한 ‘E(A)lec(a)toric’과 최저음과 최고음을 넘나들며 피아노의 모든 것을 보여준 김동명의 피아노를 위한 ‘Action’을 세계초연 하였다. Pierre Jodlowski의 ‘Serié Blanche’ for Piano and stereo soundtrack, Olga Neuwirth의 ‘Trurl-Tichy-Tinkle’ für Klavier solo를 소개하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지막 연주로 타악기그룹 LIMS가 건반타악기와 무율타악기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기교적이고 카리스마가 풍기는 Michael Burritt의 ‘Fandango 13’을 시작으로 팀워크가 절실해 보이는 Elliot Cooper Cole의 ‘Postludes’(2nd,4th,6th,8th), 연주공간을 활용해 입체적인 소리를 만들어낸 김은성의 경계의 ‘저편-멀리서 들려오는 코랄’, 타악기만의 특별한 음색을 보여준 David Lang의 ‘소위 자연의 법칙 3번’ (The So Colled Laws of Nature 3rd)을 소개했다. 그리고 타악기를 전공했거나 타악기 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Owen Clayton Condon, Nebojsa Zivkovic 그리고 Nathan Daughtrey의 작품은 타악기에 의한, 타악기를 위한 맞춤형 곡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을 소개하며 축제의 폐막을 장식했다.

타악기 그룹 LIMS 연주
– 포럼, 젊은 작곡가들과의 대담 그리고 세미나
대구국제현대음악제 30주년 기획 특별포럼은 현 감독 박철하가 사회를 맡고 이건용, 진규영을 패널로 초대하여 ‘현대음악-2020-글로벌’이라는 주제로 토론했다. 한국전통문화에서 축제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현대음악이란 또 무엇인지, 2020년의 현실에서 대구국제현대음악제를 글로벌화 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의 질문과 답이 오가며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위촉 및 초청작곡가와의 만남은 강사 이건용, 이재구, 김동명이 진행했고 젊은 작곡가와의 대담(진행: 조우성)에서는 김유리, 김예지, 노재봉, 백성태, 임창호, 조대인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강사 권은실은 오픈 토픽 세미나를 진행하며 재치 있는 입담으로 참석자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했다.
좌) 특별포럼 패널 이건용과 사회자 박철하 / 우) 특별포럼 현장
작곡가와의 만남
–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
이번 대구국제현대음악제에서는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우수하고 훌륭한 작품과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같이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없었다면 30주년 대구국제현대음악제는 개최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예술감독 박철하, 사무국장 서영완, 사무차장 이승은, 기획부 조우성, 재무부 김민지, 홍보부 임지훈, 곽소영, 국제부 이혜원, 김성아, 연주부 이수은, 신성철, 류효림, 김선영 등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수고한 그들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1) 입장 전 발열체크 / 2) 음악회 전 입구 풍경 / 3) 음악회 후 안내에 따라 연주홀과 로비를 재빨리 비우고 있다
※ 참고로 제30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의 모든 연주는 이후 편집과 음향보정을 거쳐 ‘대구콘서트하우스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진출처 : 대구국제현대음악제, 김용규, 김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