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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4
동심으로 거리두기
『외톨이 왕』
강건해 /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강사
코로나19시대의 올바른 대인 관계는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 두기’다. 서로 부대끼며 체온과 숨결을 나누는 소통방식은 금기된다. 입과 코를 가리고, 손은 맞잡지 않으며, 서로 간의 거리를 침범하지 않는 것만이 나와 우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임수현 작가의 『외톨이 왕』은 제7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작품집이다. 작가는 『외톨이 왕』에서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기피로 외톨이가 되는 주체를 형상화한다. 작품 속 아이들은 “외톨이와 짝이 되기 싫어 요리조리 피하고”, 결국 외톨이는 자신만의 은신처를 가꾸는 ‘외톨이 왕’이 된다.
전등을 끄거나
장미에 물을 주는 소행성 왕처럼

외톨이야, 하고 부르면
외톨이가 되는 나라

일 년에 한 번
별들이 자리를 바꾸는 날이 되면

아이들은 외톨이와 짝이 되기 싫어
요리조리 피해요

그 왕은
일 년 내내 혼자 밥 먹고
혼자 축구공을 차요

구석진 곳 의자 하나만

왕관처럼 주어진대요

아무도 없는 구석 자리
왕의 은신처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어요

-「외톨이 왕」 전문
코로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는 「외톨이 왕」의 주인공처럼 “혼자 밥 먹고, 혼자 축구공을 차고, 화분을 가꾸며” 각자의 은신처를 수호해야 한다. 범접할 수 없는 서로 간의 거리에는 외로움이 깃들기도 하겠지만, “장미에 물을 주는 소행성의 왕처럼” 기꺼이 그 외로움을 가꿔나갈 수 있어야 한다.
임수현의 『외톨이 왕』은 외톨이 아이가 자기 세계를 담담히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리며 그의 외로움을 응원한다. 대구 출신의 작가는 현재 아동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아동문학’이라는 범주는 지금까지 일반 문학의 하위 장르로 인식되어 ‘어린이들의 문학’이라는 고정 관념에 갇혀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동문학’이라는 장르는 서구에서는 존재하지는 않는 개념으로, 현재는 일본과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 대만 등에서만 통용되고 있다. 사람의 감정을 아이의 것과 어른의 것으로 구분 짓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장르 구분은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세상과 인간을 표현하는 문학의 형식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다. 구태여 어떠한 장르, 형식으로 구분 지어 작품을 재단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19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두려움을 공략하고 있다. 이성과 지성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러한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쩌면 순수한 동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외톨이 아이를 통해 깨뜨리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외로움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천착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또 다른 방식으로 외로움을 대하고 있다. 외로움이라고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포착함으로써 외로움에서 파생하는 복잡한 감정을 단순화시킨다.
거긴 아무도 없고
누구도 안 오는 곳이고
혼자 놀기 좋은 곳이야

친구와 다투고 집으로 돌아올 때
엄마가 참여수업에 못 온 날
난 가끔 거기서 놀아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환해지는 곳이야

(중략)
긴 머리 꼬불꼬불 마녀가
따뜻한 코코아를 타 놓고

어서 오렴

두 손 벌려
반겨 주는 곳이야

-「노란 대문」 일부
타인과의 거리 두기로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공간이 생겼다. 이제 이 공간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이제 아무도 없고, 아무도 오지 않는 그 공간을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따뜻한 코코아를 타 놓고” “두 손 벌려 반겨” 줄 수 곳으로 가꾸어야 한다. 외로움을 가꿀 줄 아는 ‘외톨이 왕’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