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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
문화예술 후원에는 특별한 울림이 있다.
이제승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후원센터장
2019년 故 김윤식 문학평론가의 유족은 유산 30억 원을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에 기부했다. 30억 원이라는 금액도 놀랍지만, 일평생 문학만 생각하고 책과 펜을 놓지 않으셨던 고인의 삶이 오롯이 담긴 기부였기에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2019년 아르코예술후원인대상 수상자인 초허당 권오춘님의 40년에 걸친 115억 원 기부는 문화예술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화예술 후원은 예술의 가치를 존중하고 예술가와 공감한다는 점에서 예술과, 예술가와 맞닿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 후원 이야기에는 예술작품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울림이 있다.
<故 김윤식 문학평론가 추모 영상 중>
예술지원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에 나선 것도 실질적인 기부액 뒤에 있는 예술에 대한 옹호와 지지가 우리 예술의 밑바탕이 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예술위의 문화예술 후원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1)법정기부금단체로서 기부자와 예술가 사이의 매개 역할, 2)문화예술후원인증제도를 바탕으로 한 지역 및 민간의 후원매개활동 지원, 그리고 3)예술나무 브랜드를 통한 후원문화 확산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분야 후원총량을 확대하는 것이 예술위의 목표이다.
– 기부자와 예술가를 매개하는 법정기부금단체
예술위는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법정기부금단체로서 연 300억 원 규모의 조건부기부금 업무를 하고 있다. 기부자가 이 단체의 이런 사업에 후원을 하고 싶다고 문예기금에 기부를 하면 예술위는 단체의 사업계획서를 받아서 해당 기부액을 교부 및 정산하는 방식이다. 법정기부금단체에 기부하면 지정기부금단체에 비해 법인세, 소득세에서 손금(필요경비) 인정한도가 높다. 법인의 경우 소득금액의 50% 한도 내에서 손비처리 되며, 개인은 소득금액의 100%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받는다. 지정기부금단체가 각 10%, 30%임에 비해 한도가 높은 건데, 사실 한도보다는 법정기부금단체로서의 투명성과 편의성이 예술위 기부사업의 강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부액이 문예기금으로 들어가서 나가기 때문에 지출, 정산, 성과보고 등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술가 입장에서는 예술위의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연, 전시 등 프로젝트에 대한 기부금 사업도 있지만, 후원회원의 정기후원금 관리도 기부금사업으로 추진이 가능하다. 예술위 CMS이용단체로 선정이 되면, 후원회원의 정기후원금이 자동 출금되며, 회원은 연말에 기부영수증을 받을 수 있고, 단체는 시스템을 통해 후원자 관리도 가능하고 기부금사업으로 기부금 사용이 가능하다. CMS이용단체로 선정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 후원중인 정기 후원자를 10명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별도 신청기간 없이 상시 접수 및 심의중이다.
예술단체 정기후원사업 (CMS) 안내
기부금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기부금사업의 제도와 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규제 중심의 기부금품법이 기부 활성화 쪽으로 변화되었다가 최근에는 투명성 확보가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예술전문법인에게 자동적으로 부여되던 지정기부금단체 지위도 심사제도로 바뀔 예정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예술분야 기부가 위축되지 않도록 예술위는 법정기부금단체로서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기부자와 예술가를 이어주는 매개역할을 지속 강화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새로운 문화예술후원 홈페이지를 오픈해서 기부자와 예술가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후원을 하고, 받을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예술위 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 기관 및 민간단체가 기부자와 예술가간 후원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코자 한다.
– 지역 및 민간의 후원매개활동지원
사회 많은 분야의 기부와 후원이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보편적 인류애에 근원이 있음에 반해 문화예술 분야의 기부와 후원은 예술가,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와 취향이 근저에 깔려있다. 게다가 예술 후원은 예술을 즐기고 향유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따라서 예술의 향유에 있어서 기획, 홍보 등의 매개자들이 필요하듯이 예술의 후원에 있어서도 기부자에게 예술과 예술가에 대해 알려주고, 예술가에게는 기부자들의 의도와 취향을 알려주고, 실제 후원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회계적 이슈들을 해결해주는 매개자들이 필요하다.
문화예술후원매개의 중요성은 2014년 제정된 문화예술후원활성화에 관한 법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법 제5조는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의 인증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후원매개라는 업무의 존재와 그 업무의 국가적 장려에 대한 내용을 처음 밝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규정이라 할 수 있다. 문화예술후원매개 활동을 하는 단체로는 법정기부금단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으며, 위 법에 따른 인증단체로 한국메세나협회, 경남메세나협회, 제주메세나협회, 서울문화재단 등이 있다. 예술위는 우리나라 문화예술분야 후원총량을 늘리기 위해 후원매개단체를 늘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매개단체를 늘리기 위해 예술위가 정책지원을 하는 분야는 단기적으로는 재정지원이고 장기적으로는 인재양성이다. 재정지원은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지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예술후원 유치 및 매개활동을 희망하는 광역 및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2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작년까지는 이미 확보된 기업 후원금에 문예기금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기업 후원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는 수천만 원 상당의 기업 후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여 후원회원 관리 시스템 도입, 재원조성 교육, 기업 네트워킹 행사 등 후원유치 및 매개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개선하여 진행 중이다. 2020년에는 8개 지자체에 각 2천만 원 내외의 활동비가 지원되었다.
문화예술후원매개 전문가는 예술위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육성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핵심 이슈이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는 미래에 유망한 신(新)직업 14개를 발표하고 장기적인 육성 방침을 밝혔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후원기획자(문화예술후원코디네이터)이다. 이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예술위는 올해 지역문화재단의 후원담당자, 기업 사회공헌부서 간부 및 직원, 후원분야 취창업을 원하는 경력단절여성(직업 전환을 원하는 예술가 포함)을 대상으로 하반기 중 교육 및 실습을 추진한다. 이 분야는 공인 자격증 도입, 법적 근거 마련 등 정책적인 후속조치가 지속 추진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후원매개인력 양성 → 매개단체 취·창업 → 후원활동지원 → 후원매개단체 인증 → 단체운영비 지원” 등 후원매개와 관련된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전망이다.
– 문화예술후원문화 확산
예술위가 자체적으로 후원매개활동을 하고, 공공 및 민간의 매개활동에 대해 인적, 재정적 지원을 하더라도 결국 기부는 사회공동체의 의식 수준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예술위가 2012년 시작한 예술나무 운동은 처음엔 고갈되는 문예기금의 자구책으로 기금모금에 방점이 있었으나, 작년부터 문화예술 후원 전반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배우 안재홍이 출연한 광고는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당신도 예술가”라는 컨셉으로 예술 후원에 대한 경험을 확산코자 했다.
“문화예술에 후원하는 당신도 예술가” 광고 중
개인의 예술후원 경험이 가장 대중화된 곳은 바로 크라우드펀딩이다. 예술위는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 ‘카카오같이가치’와 함께 문화예술 분야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텀블벅의 경우 개설된 문화예술프로젝트에 200만원 한도의 마중물을 지원함으로써 프로젝트의 신뢰도를 높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인데,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2018년에 35개 프로젝트에 4,900명의 개인이 참여했는데 2019년에는 50개 프로젝트에 6,100명의 개인이 후원에 참여했다. 청년 예술가에 대한 기획전이었던 <예술하는 청춘시대>에는 단일 프로젝트에 2,000명의 후원인이 모였고 1,800만원의 마중물로 8,200만원의 후원금을 유치하는 실적을 올렸다. 또한 올 3월에는 코로나19 피해 예술단체가 참여하는 기획전을 열었는데, 1억 원을 예정했던 마중물 예산이 조기 소진되어 예산을 추가 투입, 총 40개 단체에 1억 8천만 원을 지원했다. 코로나19 기획전은 종료되었으며, 기존의 연중 ‘텀블벅’ 크라우드펀딩매칭지원사업은 수시 접수 및 상설 심의를 하는 사업으로 ‘텀블벅’, ‘예술위’와 유선 협의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코로나19 긴급모금 프로젝트 지원안내(현재 종료)
크라우드펀딩 텀블벅 프로젝트 예시
문화예술 후원문화 확산에 기업들의 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문화예술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다른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위는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 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다. 현재 39개 기관이 인증을 받았는데 기존에는 대기업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공공기관, 지역기반기업, 중견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관들이 인증을 받고 있다. 인증기관에는 공항 출입국 우대카드가 제공되고 문체부가 운영하는 근로자휴가지원사업, 여가친화기업인증제 등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문화예술 후원과 관련된 교육, 네트워킹의 기회가 부여되고 인증 대기업의 경우 중소중견기업만 가능한 한국메세나협회의 매칭펀드지원에 참여할 수 있다.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 인증제도 홍보 리플렛
– 예술의 가치를 믿고 응원하는 사람들
예술위 문화예술후원센터는 문화예술후원을 통해 예술의 가치를 믿고 응원하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예우하고, 부각시키고, 확산시키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앞서 소개한 초허당 권오춘님의 아르코예술후원인대상 수상소감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르코예술후원인대상 수상자 초허당 권오춘님
“예술가들에게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영혼을 발견했어요. 내가 가난하게 살아왔기에 그들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죠. 나도 예술을 알고 싶어서 아무 조건 없이 작품 설명만 들려달라고 했어요. 그들의 뜨거운 예술혼은 내 삶에 빛이 돼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