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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3
문화의 차별을 없애는 것, 배리어프리문화
김수정 / (사)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이사
방송에서 자주‘다르다’와 ‘틀리다’,‘차이’와 ‘차별’을 비교하여 설명한다. 성, 인종, 국가, 장애 등 서로의 다름, 즉 ‘차이’는 인정하나 이를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적 차별은 더 벌어졌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콘텐츠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계층에게 넷플릭스 등의 OTT(Over The Top Service)는 다른 나라 이야기이다. 와이파이 이용이 어려운, 통신비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문화적 단절을 의미하게 되었다.
문화를 즐기는 데 차별을 없애고 소외된 이들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배리어프리문화이다. 배리어프리영화를 시작으로 여러 문화 장르에서 배리어프리,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배리어프리의 개념은 건축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영어 barrier와 free가 결합된 단어로 장벽을 없앤다는 의미이다. 계단을 오를 수 없는 휠체어 이용자, 유모차를 끄는 부모 등을 위해 슬로프를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이용자가 불편하면 고치고 편하게 바꿔나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불편을 제기하는 이용자의 목소리가 작고 힘이 없다면 들리지 않고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필자가 속한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2011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였다. 영화에 배리어프리는 영화관람에 배제되어 있는 1차 대상인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에 집중되었다. 기존 영화에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 화자, 효과음, 음악을 한글자막으로 넣고, 화면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을 해설해주는 음성해설을 넣어 재제작한 것이 배리어프리영화이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제공
이전부터 시각, 청각장애인 당사자 단체에서 화면해설 및 한글자막 영화를 만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장애에 상관없이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로 그 개념을 넓히고 영화인들이 함께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배리어프리영화’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고 일을 시작하였다. 완벽히 만들어진 영화에 새로운 음성해설과 자막이 들어가는 것이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지만 창작가에게는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영화감독과 프로듀서, 사운드 디자이너, 배우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화면해설 녹음 현장-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주변부의 소수가 변한다고 전체가 변화되지는 않는다. 변화를 위해서는 영향력 있는 단체, 인물의 동참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미약한 상황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불편함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에게 제안을 하였고 제안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제안으로 해오는 배우와 매니지먼트사들도 늘어나게 되었다. BH엔터테인먼트의 손석우 대표의 아이디어로 배리어프리영화 홍보대사를 구성하게 되었다.
배우, 남녀감독,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비장애인대표로 구성된 배리어프리영화 홍보대사는 매해 선정되고 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직도 배리어프리영화라는 용어조차 매우 생소했을 것이다.
2020년 배리어프리영화 홍보대사-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배리어프리영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유지하고 있음을 매 작품을 만들 때 마다, 상영을 할 때 마다 느낀다. 그리고 다른 문화 영역으로 넓혀지는 것을 볼 때 마음의 짐을 조금씩 더는 느낌이다. 특히 연극분야에서 남산예술센터가 적극적으로 배리어프리연극에 대한 시도와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음이 매우 고무적이다.
남산예술센터 포럼 현장사진-에이블 뉴스 2019.11.29.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30&NewsCode=003020191129135919258713
남산예술센터는 2019년 4편의 연극과 포럼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온라인 생중계로 <오셀로와 이아고>의 배리어프리 공연을 선보였다. 현재 한국의 배리어프리연극은 무대에서 화면해설과 자막의 개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본다.

또 다른 영역에서 배리어프리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고령자를 위한 여행에 포커스를 두고 있지만 그 대상은 점점 넓혀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치매어르신의 영화 관람을 위해 매뉴얼을 작업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리어프리영화를 영미권에서는 accessible cinema라고 한다. 누군가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불편하다면 그 불편한 요소를 없애주는 것이 배리어프리영화이다. 시설의 문제일 수도, 영화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문화는 나만의 문화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일 때 더 의미가 있다. 우리에서 소외된 이들이 없는지 한번쯤 돌아보시길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