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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
챌린지(Challenge) 문화
손호석 / 대문 편집위원, 극작가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챌린지는 명사로는 ‘도전’, 동사로는 ‘도전하다. 싸움을 걸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단어의 뜻으로 유추해보자면 우리가 최근 자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챌린지들은 ‘당신이 얼마나 멋진 것을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지 한번 도전해보세요.’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돈을 주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 싸이의 말 춤을 추고, 비의 깡 춤을 추고, 돌려차기로 병뚜껑을 연다. 이런 종류의 챌린지는 무엇보다도 재미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방법을 고민하여 챌린지를 수행한다.
역주행 중인 비의 ‘깡’ (출처: cnb 저널)
– 아이스버킷 챌린지
이렇게 재미가 주가 되는 챌린지와 달리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딱히 재미는 없는 챌린지는 화제가 되거나 널리 확산되기가 쉽지 않다.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얼음물을 뒤집어쓰기 전까지는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이야기다. 이 챌린지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2014년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전세계로 확산됐다. 참가자는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을 업데이트 하면서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목한다. 24시간 안에 챌린지를 수행하거나 100달러를 ASL 단체에 기부해야 한다고 요청하면서.
별로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인데 왜 이 얼음물 챌린지만 그토록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 특징적인 이유를 언급해보려고 한다. 첫째로 릴레이로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목하는 방식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참가를 권유하는 것과 정확하게 이름을 명시하고 지목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을 지목하여 거절하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릴레이가 끊어질 위험성이 줄어들도록 한 것도 성공의 요인이다. 두 번째로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취지만 좋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명인들도 거부감 없이 동참을 하고 되고, 챌린지는 기사화되면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마감 시간이 있었다는 점을 성공의 포인트로 언급하고 싶다.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짧은 시간에 챌린지가 널리 퍼져 나가는 효과를 거두었다. 아이스버킷챌린지의 성공 이후로 좋은 취지를 가진 챌린지들은 이러한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빌게이츠의 아이스버킷 챌린지 (출처: 연합뉴스)
– 코로나 시대의 챌린지
2020년 세계는 코로나 19라는 재앙으로 신음하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이 질병은 사람들을 단절과 고립의 상태로 내몰고 있다. 사람들이 따뜻한 온기를 주고받던 현대 사회의 연결성은 전염병이 퍼질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발적인 격리,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고립 상태가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물리적인 단절이 강력해질수록 온라인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오히려 강조되고 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연결되어 서로에게 응원과 힘을 전해주고자 하는 뜻이 모여 코로나 시대의 챌린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코로나 19에 맞서 의미와 재미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는 반가운 챌린지들을 소개해 본다.
1) 덕분에 챌린지
덕분에 챌린지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와 환자 치료를 위해 애쓰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챌린지이다. 참가자는 고마움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 챌린지를 이어갈 참여자를 지목한다. 성공적인 방역 성과를 보여주는 한국 의료진과 방역 담당자들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과 지지가 높은 상황이라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참여하여 큰 화제가 되었고 펭수, EXO 등 유명인들도 다수 참가하였다.

몇 달간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사투를 이어가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힘이 되는 것은 물론 우리를 대신해서 애쓰고 있는 의료진들을 떠올리면서 생활 속 방역에 시민 모두가 동참하도록 만드는 효과도 있는 듯하다. 취지가 좋아 널리 알려졌지만 재미있는 포인트가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청와대 덕분에 챌린지(출처: 연합뉴스)
좌)김연아 덕분에챌린지(출처: 김연아 인스타그램) / 우)펭수 덕분에챌린지(출처: 펭수 인스타그램)
2) 플라워버킷챌린지
2월과 3월은 입학과 졸업 등 꽃의 소비가 많은 시기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면서 화훼농가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해 꽃을 선물하는 챌린지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플라워버킷챌린지이다. 꽃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다음 참가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떤 꽃을 누구에게 보낼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는 챌린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정서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담은 꽃을 보내면서 이 시기를 함께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챌린지이다.
플라워버킷챌린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신세계 그룹
3) 아티스트 챌린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 중 하나가 문화예술 분야이다.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 혹은 연기되었고 예술가들은 하루 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되었다. 수입이 없어서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지만 공연, 전시를 진행하지 못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종사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예술 활동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을 떠올리면서 예술가로서의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챌린지가 진행 중이다. 아티스트 챌린지가 바로 그것인데 참가자는 10일 동안 자신의 활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의 이미지를 선택해서 올리고 챌린지에 동참할 동료 예술가를 지목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게 되는 팬데믹의 상황에 모두가 놀라고 위축되는 상황이다. 떨어져 있지만 혼자가 아님을 되새기게 하는 코로나 시대의 챌린지들이 시민 모두에게 작은 힘과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