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목차보기
기획특집
Print Friendly, PDF & Email
기획특집 #4
코로나19가 가져 온 미술관 변화
문현주 / 대구미술관 홍보팀장
믿기 힘든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설 연휴 언론에서 대서특필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월 21일 한국 첫 확진자를 발생, 2월 18일 대구 첫 확진자를 기점으로 대구를 한순간에 대유행 상태로 몰고 갔다. 메르스, 신종 플루 등 여타 다른 바이러스와 같이 초반기 통제 가능한 전염병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맹위를 떨치며 대구를, 한국을 아니 전 세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인류의 모든 시스템에 침투해 버린 것이다.

대구 첫 확진자 발생 하루 뒤인 2월 19일 아침, 차갑고 긴박한 긴장감이 대구를 감쌌다. 분야별 코로나19 대책회의가 화상으로 진행되었고 대구 문화 관계자들의 관련회의도 신속하게 돌아갔다. 하루 뒤 대구미술관은 바이러스로 휴관하게 된 대한민국 최초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고 이 후 90일간 정적과 함께 했다.(최초, 최대라는 수식어를 자주 사용하는 미술관이지만 바이러스로 인해 이런 수식어를 안게 될 거라곤 상상 조차 하지 못했다.)

공조 시스템은 돌아가지만 조명은 꺼진 전시장, 작품은 있지만 관람객이 없는 미술관은 마치 거대한 수장고와 같았다. 대유행 초반기 미술관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생명이 오가는 전쟁과도 같은 시기 문을 닫고 뉴스에 촉각을 세우는 일 말고는 미술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기도 잠시, 미술관이 사회에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일들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전시를 현장에서 볼 수 없다면 온라인으로 보게 하면 어떨까.’, ‘직관의 감동을 전해줄 수 없다면 친절한 설명으로 미술관에 대한 흥미를 높여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시도는 전염병으로 문화생활이 어려운 사람들과 힘든 시기를 겪는 이들에게 더욱 풍성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구미술관 유투브 채널에 올라온 대구미술관 전시 소개 (최은주 대구미술관장)
대구미술관 영상 콘텐츠 제작은 2013년부터 시작되었다. 공연 백스테이지 투어와 같이 미술도 전시 준비 과정을 보여주면 어떨까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메이킹 필름 제작을 계기로, 작가 인터뷰, 교육, 심포지엄, 아티스트 토크,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영상으로 담아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유튜브가 홍보채널로 각광받기 시작한 지난 3년 전부터 대구미술관 영상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려 각종 SNS 채널에 활용 중이다.
대구미술관 유투브 채널
대구미술관 영상 콘텐츠가 처음부터 관심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일부 미술에 관심 있는 마니아층들이 즐겨보는 정도였으나 코로나19가 많은 이들로 하여금 미술관 온라인 영상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상투적이지만 위기가 ‘위험이자 기회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영상 제작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콘텐츠를 기획해야 하고, 촬영해야 하며, 작가 인터뷰 경우에는 작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이후 편집 과정에서는 영상을 덜어내고 붙이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고, 적절한 CG와 분위기에 맞는 배경음악 선정, 자막 작업까지 공들인 만큼 좋은 콘텐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외주 제작 시 많은 예산이 수반된다. 지방의 많은 미술관들이 이번 상황에 신속하게 온라인 전시를 선보일 수 없었던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비용 장벽 때문일 것이다.

개관 10년을 앞둔 대구미술관은 개관 초창기부터 홍보팀이 있었고, 현재 영상 담당, 디자인 담당이 있는 흔치 않는 지역 미술관으로 타지방에서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마다 중요하게 공유했던 부분은 영상 콘텐츠와 감각적인 디자인의 중요성이었고 SNS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영상과 디자인을 담당할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 대다수 미술관들은 홍보팀이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이 인력까지 충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후 몇 명 미술관은 발 빠르게 홍보팀을 구성했고, 외주이지만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콘텐츠를 활성화하며 위기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구미술관 유튜브에는 현재 160개 넘는 영상 콘텐츠가 게재되어있다. 앞으로 미술관 콘텐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온라인 영상 콘텐츠라 우후죽순 많은 영상물들이 전세계적으로 제작되고 업로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작품, 미술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작 사례들을 살피고 도전하고 연구해야 한다. 전염병 초기 대구미술관에서 기획했던 <나의 예술 세계>는 대구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영상으로 담아 홍보, 아카이브하는 중요한 사례가 되기도 했다.

대구미술관 유투브에 게시되어 있는 작가들의 영상
전시 하나에서 양산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기획자, 에듀케이터, PR 담당자, 도슨트 등이 설명하는 전시에서부터 소장품 소개, 교육, 심포지엄, 공연까지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었던 미술관 프로그램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될 것이다.
에듀케이터 전시 궁금증 Q&A
그러나 이 많은 콘텐츠를 미술관 내부 인력들이 제작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있다. 한계를 넘어서 아이디어 넘치는 질 높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외주 제작과 더불어 내부 인력 보강도 필요하다. 바이러스는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창궐할 것이고 인류는 이러한 환경에 순응, 도전하며 살아남기 위해 언텍트 라이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조용하게 스며들었던 디지털 대전환에 가속도를 붙인 코로나19는 미술관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관점에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는 영상 콘텐츠 제작과 온라인을 전담할 인력, 예산편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대구미술관 유투브 영상제작 스케치
10년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한 심포지엄에서 모마의 온라인 PR 디렉터는 온라인 PR 중요성을 강조하며 온라인 전담 부서를 만들어 미래변화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관에 온라인 전담부서가 있는 것도 놀라웠지만 작가와 작품, 미술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이 놀라웠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당분간은 해외 여러 미술관 유튜브나 비메오를 찾아다니며 영상콘텐츠를 벤치마킹하겠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는 해외 유수미술관에서 대구미술관 유튜브를 벤치마킹하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