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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3
프리미엄을 만드는 가치, 편리함으로 승부하다.
최지혜1)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분리수거 대신 해주세요.’ 3000원
‘음식물 쓰레기 좀 버려주세요.’ 2000원
‘택배 찾아주세요.’ 2000원
이렇게 소소한 일들을 직접하지 않고 왜 심부름으로 처리할까? 2018년 동네기반으로 심부름 서비스를 런칭한‘김집사’는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일들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로 최근 6개월간 700%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집사가 겨냥한 소비자는 귀찮고 번거로운 일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다.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추가적인 비용 지불을 감수하는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러한 소비행태를 편리미엄(편리함 + 프리미엄(premium))이라 한다.

편리미엄의 사례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분야는 집안일이다.
사람이 하던 가사 노동을 대신하는 가전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여유시간을 확보한다. 예전에는 집안에 꼭 두어야할 3대 가전으로 TV․냉장고․세탁기가 꼽혔다면, 편리미엄 시대의 필수가전은 로봇청소기․식기세척기․빨래건조기다. 이를 ‘3신 가전’이라고 부르는데 집안일을 줄여주는 ‘신의 물건’이라는 뜻이다. 주부 일을 대신 해준다고 해서 ‘가전주부’라 불리기도 한다.2)
편리미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2020년 3신가전의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식기세척기는 2020년 3배 이상 수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출처: 비대면 모바일 세탁소 ‘런드리고’ 론칭 9개월…생활빨래 100만 리터 2019.12.23.)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 시장의 성장도 편리미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청소연구소·미소·대리주부 등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도우미 서비스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런드리고·세탁특공대 같은 세탁특화 업체들도 인기가 높다. 특히 런드리고는 자체개발한 스마트 빨래 수거함에 고객이 밤 12시까지 세탁물을 맡기면 24시간 내에 세탁을 완료해서 문 앞까지 배송해준다. 세탁물을 맡기고 찾기 위해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 런드리고는 2018년 3월 론칭 이후 월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3)업계추산데이터에 따르면 인력중개 플랫폼 시장의 하루 평균 의뢰 건수는 22만 건에 이른다.
출처(좌우사진모두): [스페셜 리포트] ‘그 시간 내가 사겠어!’ 우리가 ‘편리미엄’에 열광하는 이유 <한국금융>, 2020.03.05
HMR시장의 꾸준한 성장 이면에도 최대한 편리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자리한다. 2022년에는 시장규모가 5조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소포장·소용량을 강조하거나 메뉴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국·탕·찌개와 같은 집밥 음식에서 빠에야, 감바스, 폭립, 똠양꿍, 치즈케이크 등 다양한 해외메뉴들로 확장되고 있으며 유명 셰프들의 시그니처 메뉴들이 등장하고 있다.
육아에 있어서도 다양한 서비스와 아이템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반복적인 일은 서비스와 가전제품으로 대체하고 아낀 시간만큼 아이와 놀아주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부모와 아이돌봄 교사를 연결해주는 앱 ‘째깍악어’는 누적 돌봄 건수가 10만 건이 넘었다. 국가공인 자격증 등본 확인, 성범죄 이력조회, 인적성 검사 등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해야 교사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다.4) 터치 한 번으로 분유를 찰 수 있고, 빠르고 안전하게 젖병 소독을 가능하게 하는 육아가전제품의 판매도 늘고 있다. 특히 오토분유제조기는 초보엄마들의 필수아이템이다. 이유식도 영양과 성분을 고려한 전문브랜드에서 배달받는다. 완제품 이유식이나 반찬 혹은 손질된 재료를 배달하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헬로네이처는 육아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먹거리를 추천해주는 베이비존과 키즈존을 오픈했다.
출처: 울음 분석·돌봄 교사 연결·영양 정보까지…육아는 ‘템빨’ <한국경제> 2019.07.09
뷰티 업계에서도 최근 편리미엄이 이슈가 되고 있다. 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의 최근 3년간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8년 에센스 매출이 지난 2016년 대비 150% 가량 급격하게 성장했다고 한다. 스킨 매출액을 처음으로 뛰어넘은 수치다. 불필요한 단계를 건너뛰고 최소한의 관리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려는 이른바 ‘스킵케어(Skip-care)’5)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계가 길고 복잡한 기존의 스킨케어 제품들 대신, 고농축·고기능성 제품의 적은 양으로도 효과적인 피부 관리가 가능한 에센스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발휘하려는 편리미엄은 헬스분야의 지형도도 바꾸고 있다. 영하 110~130도 이하 극한의 냉각환경에서 신체가 자가 회복 과정을 거침으로써 극적인 칼로리소모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알려진 냉각사우나와 크라이오테라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5분~20분의 운동만으로도 운동효과를 높여주는 EMS(Electronic Muscle Stimulation) 트레이닝도 주목받고 있다. EMS는 저주파 자극을 통해서 근육에 직접 전자기 자극을 해줌으로써 짧은 시간에 운동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펀딩을 진행한 ‘X-PAD EMS 트레이닝’이 펀딩 한 시간 만에 펀딩률 100%를 달성하며 운동 귀차니스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6)

편리미엄이 프리미엄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시간’에 있다. 사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거나 설거지를 하고, 편의점에 다녀오는 일들은 모두 내가 직접 할 수 있다. 그러나 귀찮고 반복적인 노동을 대신해주는 서비스와 제품을 이용함으로써 소요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줄이고 더 생산적인 활동을 위한 여유를 확보하고 싶은 것이다. 일종의 시간을 사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확보된 시간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특히 소유보다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명품 가방을 가진 사람 보다 시간적 여유를 가진 사람을 더 부러워하게 되었다. 편의를 높여주는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시간을 사는 것이 프리미엄이 되는 이유다.
프리미엄 전략은 사실 많은 기업들의 목표다. 대부분의 기업이 우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프리미엄화 되기를 바랄 것이다. 과거에는 프리미엄 전략을 위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으나 이제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편리’를 제공하는 제품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돈이 더 들더라도’ 나의 시간을 확보하고 보다 의미 있는 경험을 통해 인생을 프리미엄하게 만들고 싶다는 소비자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겪고 있는 크고 작은 불편함에 귀 기울여야 하는 때이다.

  • 1)<트렌드코리아 2020>, <트렌드코리아 2019>, <트렌드코리아 2018>, <트렌드코리아 2017>, <트렌드코리아2016>, <트렌드코리아2015>, <트렌드코리아2014> 공저자/ 소비자학 박사
  • 2)유튜버, 주부들의 시대가 왔다!, 여성조선, 2018.7.18.
  • 3)집에서 손가락 하나로 자동차 구매까지…‘손품’ 파는 시대 <헤럴드경제> 2019.11.09
  • 4)울음 분석·돌봄 교사 연결·영양 정보까지…육아는 ‘템빨’ <한국경제> 2019.07.09
  • 5)스킵케어(skip-care): 피부에 필요한 최소한의 화장품 가짓수로 스킨케어를 하는 방법. 불필요한 단계는 건너뛰고 피부가 필요로 하는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스킨케어는 피부 관리에 효율적이며 훨씬 현명한 방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6)효율성 최강의 다이어트, <헤럴드경제>, 201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