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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
지극히 개인적인 동네책방 이야기
현숙경 / 영상과 책을 만드는 크리에이터
몹시 피곤한 날이었다. 외근을 마치고 털레털레 걸어가는 길에 우연히 그곳을 만났다. 이젠 읽을 때도 됐다며 발길을 붙잡은 작은 책방. 온종일 에너지를 쏟아낸 지친 태양도 창을 넘어 슬며시 나를 따라 들어왔다. 따뜻했다. 조심스럽게 귓가를 두드리는 음악도, 내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내보인 책들의 제목도. 열 발자국 정도면 금세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던 공간에서 생각지 못한 위로를 받은 날. 그때 반해버렸다. 동네 책방의 매력에.
좌) 굿브랜딩북스의 슬로건이 쓰인 입간판, 우) 굿브랜딩북스를 처음 방문한 날 커튼에 앉은 ‘서점’ 그림자
큐레이션서점 굿브랜딩북스
사람에 반하든, 사물에 반하든 그건 아주 짧은 순간 우리의 뇌리를 스친, 설명하긴 힘들지만 이유 있는 느낌으로부터 비롯된다. 알고 싶었다. 그 느낌의 꽤 구체적인 이유를. 알고 보니 이 책방을 만든 이가 대구에서 10년 넘게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착한브랜딩연구소의 정진우 소장이라고. 그의 노하우가 책방 곳곳에 깃들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좌) 굿브랜딩북스 외경, 우) 굿브랜딩북스 실내
굿브랜딩북스는 ‘B’로 풀었습니다.
Book Curation
Brewing
Branding
굿브랜딩북스의 키워드를 간결히 설명하고 있는 벽면
굿브랜딩북스에 있는 책들은 저희만의 기준점을 두고 큐레이션 해서 입고시킨다는 게 다른 점입니다. 대형서점 어딘가에 깔려있거나 눈에 띄지 않는 책들이 많죠. 우리는 그것들을 바깥으로 꺼내는 일을 합니다. 기획코너를 통해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책과 관련된 행사도 꾸준히 해오고 있어요. 이제 책을 볼 때 커피 마시는 건 당연할 정도지만, 제가 커피를 기본적으로 좋아해서 저희 서점에서는 Brewing만, 핸드드립만 진행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원래 하는 일이 브랜딩이다 보니 브랜딩에 관련된 책들이 많습니다. 오래전부터 책에서 얻는 게 많았고, 서점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해왔어요. 제가 좋아하는 문장을 하나 소개하고 싶은데요.
작가가 하는 일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고
사람들을 흔들어놓는 일입니다.
공감과 새로운 관심의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 수전손택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들을 자꾸 던지고 싶었어요.
좌) 책꽂이 옆면에 새겨둔 수전 손택(Susan Sontag)의 글, 우) 책방 한켠에 조용히 던져진 메시지
2017년 8월에 서점 문을 열었습니다. ‘이제 읽을 때도 됐다.’가 저희의 메인 슬로건인데요. 읽을 수 있는 제안을 드리는 서점으로 운영하고 싶습니다. 굿브랜딩북스는 여섯 가지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어요. 퍼스널브랜딩, 지역브랜딩, 기업브랜딩, 디자인, 영감, 일과 삶의 균형감이요. 저희가 브랜딩디자인 일을 하고 있으니까 브랜딩과 디자인 관련된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 영감을 주는 도서들, 항상 일과 삶의 균형감이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채널과 정보에 지치니까,
큐레이션 할 필요는 무조건 있다고 생각해요.
책도 워낙 많이 쏟아져 나오니까.
그래서 큐레이션의 힘이 더욱더 중요해지는 거 같습니다.
카테고리별로 책을 진열한 책장
큐레이션 된 책들
책은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책으로만 제안하는 게 아니라 책이 포함된 여러 가지 주제를 기획해서 함께 이야기 하고 싶고, 그걸 통해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요. 그게 동네서점 굿브랜딩북스의 방향이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책방 문을 열지 못했을 때, 그는 문 밖에 텍스트와 사진을 프린트 해 붙였다. 오가는 사람들이 글을 보고, 마음을 움직이고, 힘을 내길 바란다며. 굿브랜딩북스는 이렇게 동네 서점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좌) 굿브랜딩북스를 방문한 손님, 우) 좋은 글귀를 소개하고 있는 유리창
좌) 좋은 글귀를 소개하고 있는 유리창, 우) 굿브랜딩북스 로고
셀렉티드 북스토어 고스트북스
고스트북스의 마스코트
여기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책방이 있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 세상 편한 자세로 책을 즐기고 있는 ‘유령’이 반기는 곳, 독립서점 고스트북스다. 타지역에서 대구를 들릴 때 꼭 가봐야 할 장소로 꼽힐 만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힙한 책방이다.
좌) 아늑한 분위기의 고스트북스, 우) 보기 좋게 진열된 고스트북스의 책들
3층에 위치한 이곳은 책을 보러 작정하고 온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유령의 문을 통과하고 들어오면 새하얗게 꾸며진 책의 천국이 펼쳐진다. 정형화되지 않은 출판물들, 날 것의 텍스트들, 각자의 개성을 모두 인정한다는 듯 팔을 벌리고 있는 서가와 그 품에 안긴 특이한 책들. 한눈에 화사한 첫인상을 주는 책방에서 귀여운 유령 다음으로 책방지기 김인철씨를 만났다.
좌) 책방지기가 손수 꾸민 고스트북스 내부, 우) 개성을 뽐내는 다양한 출판물들
신선한 책들을 바로바로 꺼내어 볼 수 있는 책방
재미있는 책을 만드는 소규모출판사
고스트북스는 가장 최근에 나온 작업물들이 빨리 입고되는 신선한 책방이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개인이 직접 만든 독립출판물과 숨어있는 좋은 책들, 쉽게 접하기 힘든 해외작가의 출판물을 선별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독립출판에도 흐름이 있는데 그런 흐름을 바로바로 읽고 전달하려고 하죠. 그와 동시에 출판사로써 재미있는 책을 만드는 서점이기도 하고요.
인철씨는 인터뷰를 하는 도중 몇 번이나 일어나 살아있는 책들을 선보였다. 고스트북스에서 출판한 책, 좋아하는 책, 소개하고 보여주고 싶은 책 등등. 순식간에 테이블 위에 책이 가득 놓여졌다.
김인철 책방지기가 애정하는 책들
함께 고스트북스를 운영하는 류은지 작가와 자체적인 콘텐츠를 제작해오고 있어요. 냉탕과 온탕 시리즈라고 류은지 작가의 그림과 제 글들을 책으로 만들기도 하고요. 일러스트레이터 샌드위치페이퍼, 이준식 사진작가와 함께 미미매거진이라는 잡지도 만들고 있어요.
좌) 김인철, 류은지 작가가 함께 만든 첫 번째 책, 우) 미미매거진
책 만들기 워크숍 ‘진메이킹클래스’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책 만들기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어요. 진메이킹클래스는 2014년부터 류은지 작가가 강의를 이어오고 있는 고스트북스의 인기 워크숍이랍니다. 저 역시 진메이킹클래스 수강생이었어요. 이 워크숍을 통해 류은지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책 만들기에 이어 결혼까지 하는 행운을 얻었죠. 하하.
류은지 작가의 일러스트
요즘 사람들이 책에 대한 열망이 많은 거 같아요. 읽는 매체로써 뿐만 아니라 내 이야기를 표현하는 매체로 책을 좋아해요. 정형화된 삶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거 아닐까요?
좌) 고스트북스 한칸 전시, 우) 깨알 같은 고스트 일러스트
좌) 고스트북스 굿즈 코너, 우) 깔끔한 정리 된 고스트북스의 책들
제가 우주과학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작년엔 고스트유니버스라는 독서모임을 진행했어요. 제 꿈이었어요. 책방에서 과학이야기, 우주이야기 하는 게. 그걸 올해도 해볼까합니다. 저기 보시면 우주과학 책들도 쭉 있어요.
지금의 삶에 굉장히 만족한다며 웃어 보이는 인철씨. 너무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까 조심스럽다 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내비친다. 책도 많이 내고 싶고, 평생 책방지기로 살고 싶다고.
좌) 고스트북스의 유령 간판, 우) 고스트북스 1층 입구
곧 3주년을 맞이하는 고스트북스
아직 저희 책방을 신기해하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독립출판에 대해 모르는구나, 더 알릴 수 있는 가능성이 많구나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성장할 분야라고 봐요. 그 와중에 꾸준히 작업물을 발표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는 지역 서점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대구에서요. 상생의 힘을 믿습니다. 항상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준비해둘 테니까, 사람들이 개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하고 싶어 하는지 와서 많이 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 했던가. 작은 동네책방이 담고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여러분의 발걸음을 통해 확인되길 바래본다.
큐레이션서점 굿브랜딩북스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47길 72-1
화-토 11:00-21:00, 일 11:00-19:00 / 월요일 휴무
053. 426. 1765
셀렉티드 북스토어 고스트북스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212, 3층
월-일 13:00-20:00 / 둘째, 넷째 화요일 휴무
053. 256.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