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예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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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의 힘 – 중 · 장년예술인
작곡가 서영완,
그의 시도들을 만나다
서영완 / 작곡가
작곡가 서영완
1. 선생님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프리랜서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서영완이라고 합니다. 개인작품 활동 이외에 최근에는 무용음악 작업을 많이 하고 있고 이전에는 뮤지컬과 영화음악으로도 여러분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2.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최근 만든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있었던 ‘자연과 인간-품품품(品品品)’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습니다. ‘품’이라고 하면 동아시아 시학의 핵심용어로 시를 바라보는 동양의 미학적 접근법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자연스럽다’에서 이 ‘자연’은 ‘인간에 의하지 않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한다’를 뜻하는 거죠. 이와 같은 품격 중 몇 개의 소재를 작품 속으로 가져와서 무용가와 사진작가 그리고 작곡가인 저와 미학자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된 아트그룹 DMPA에서 기획하고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만나다 보니 어느 한 쪽은 중심을 잡고 가야 했는데 이번 공연은 음악이 그 중심에 있었죠. 하지만 무대에서 드러나는 현상은 공연 전체적으로 어느 한 장르로 규정될 수 없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품이라는 용어가 주는 추상적인 느낌이 있어 작품은 받아들여지기 쉽게 접근했는데요. 현대음악적인 흥미로운 사운드와 클래식과 재즈적인 익숙함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의 품을 표현했습니다.
3. 2017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진행된 디퍼런트 시리즈 <소닉 샤워 Sonic Shower>의 공연 기획과정은 어땠나요?
대구에서의 문화공연은 정말 다른 도시에 비해 아주 활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에 대해서는 좀처럼 시선을 두지 않는 면이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구콘서트 하우스가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것이 디퍼런트 시리즈입니다. <소닉 샤워 Sonic Shower>는 기존에 있었던 음악회의 형식을 전혀 따르지 않는 공연이었는데요. 공연자체가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진행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모든 곡들은 끊임없이 연결시키게 되었고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중간에 연주자가 등·퇴장하지 않게 했습니다. 그리고 전자음향과 실제 연주, 그리고 영상이 클래식과 재즈 그리고 전자음악과 국악의 다양한 장르를 통해 시종일관 무대를 채웠습니다. 객석을 12개의 스피커가 360도 둘러져있어서 소리의 방향이 공간전체를 통해서 채우고 있죠. 마치 공연장 자체를 스피커 울림통 안에 위치한 것처럼 시도한 공연이었습니다.
4. 선생님의 작품들은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전자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는데요. 이렇게 폭넓게 작업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대규모로 진행되는 공연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제행사의 개·폐막식처럼 음악과 무용, 조명 그리고 무대미술과 문학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요소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부분에서 특히 매력을 느끼는데요. 그런 작품을 지향하다가 보니 음악이외의 다른 요소를 작품에 자주 쓰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클래식의 음악어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다른 음악장르의 어법을 익혀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다양성이 저의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음악 이외의 음악어법을 익히는데 있어 재즈는 필수적인 부분인데요.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클래식과 재즈, 컴퓨터음악을 모두를 체계적으로 익히고 활동하는 작곡가는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죠.
5. 현대무용과 현대미술처럼 현대음악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여기서 현대라는 의미는 어떤 것입니까?
여러분은 현대무용과 현대미술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어떤 단어들을 떠올리실지 궁금한데요. 저에게 있어 현대문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되는 부분은 ‘자유롭다’입니다. 형식으로부터, 기법, 재료, 소재 등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죠. 그래서 일반인들은 ‘생경하다’라는 말로 정리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이 국경에 상관없이 각자의 고유한 언어로만 말하는, 그래서 서로 이야기 하는 바를 이해하기 힘든 세상이 있다고 상상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전통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대입니다. 베토벤시대의 음악처럼, 우리가 그 음악에 대한 감성을 공유할 수 있었던 세계 공용어가 있었던 시기와는 판이하게 다르죠. 다만 현대음악을 너무 멀게 생각하지 말고 흥미로운 새로운 음악으로 조금은 적극적으로 감상하신다면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실 것 같습니다.
6.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유학을 떠나 10년을 보냈습니다. 음악작업에 있어 그 전후는 어떠한 차이가 있었습니까?
제가 어렸을 때 음악을 배우기 위해서는 보통 유럽으로, 특히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선배님들과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20세기 이후의 음악은 독일을 중심으로 발달했기 때문인데요. 저는 좀 생각이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전자음악을 배우기 위해서 유학을 생각했었지만 차츰 클래식 음악이 외의 음악을 익히려면 재즈라는 통로를 지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당시에는 지금처럼 실용음악과라도 없을 시기였고 전문적으로 재즈를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도 없었을 때이죠. 그래서 미국의 버클리음악대학에서 재즈를 배우고 그리고 컴퓨터음악을 깊이 있게 익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여러 장르의 음악에 대한 어법을 다양하게 활용하기를 위해서는 영화음악의 기능적인 부분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뉴욕대학(NYU)에 입학하게 되었죠.
변화라고 하자면 저는 항상 같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 안에서 찾기 보다는 제 주위에서 더 많은 변화가 느껴지는 데요. 문화적인 토양 자체의 변화가 더 많이 느껴져요. 대학이라는 아카데믹한 관습적인 부분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시대여서 충분히 각자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분위기가 고무적인 것 같습니다. 문화에서 맞고 틀리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질문의 답이 이제는 어느 정도 서있지 않나 싶어요. 모든 문화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의 존재이유와 가치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7. 무용 음악과 연극 음악, 전시연계 공연도 작업을 하셨습니다. 장르에 따라 변화되는 음악과정에 큰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연극과 무용, 영화에 사용되어지는 음악은 미묘한 기능적 차이가 있죠. 연극과 영화음악은 시나리오 전개에서의 감성적인 흐름을 유지시키는 역할이 주를 이루고 또 무용음악은 춤추는 무용수들이 편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약간씩 다른 기능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음악이면 모든 장르에 다 잘 녹아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끔 제작과정에서 음악이 전체적인 흐름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데 그렇더라도 최상의 퀄리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8. 작업에 있어 어떠한 부분들로부터 영감을 받으시나요?
영감이라기보다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일텐데요. 일단 아이디어를 얻었을 때의 기쁨이 있죠. 좋은 아이디어는 어렵게 발견되기도 하고 갑자기 떠오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본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아니면 자연을 마주하면서 혹은 생각을 끝없이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얻어지는데 문제는 얻어진 아이디어로 얼마나 구체적이면서 깊이 있게 파고들어서 현실화시키는 과정까지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겠죠. 저는 아이디어를 이미지화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영화의 첫 장면처럼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이미지화 하는데, 그 다음은 그 이미지가 이끄는 방향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선호합니다.
9. 서영완의 음악세계를 말로 표현하자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다분히 엘리트적이거나 너무나 대중적이거나 한 그 중간쯤의 음악인 것 같아요. 앞서 현대음악을 ‘흥미롭게’ 들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은 ‘어렵다’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죠.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어렵다’와 ‘익숙함’을 어떻게 조화롭게 한 작품 안에 녹여낼 수 있을까라는 부분을 많이 생각합니다.
10. 앞으로 선생님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최근에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팀을 만들었어요. 앞서 말한 DMPA라는 그룹인데요. 현대무용(Dance)과 음악(Music) 그리고 영상(Photography)과 미학(Aesthetics)을 담당하는 4명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져있는 작품의 컨셉보다는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형식과 소재로 문화의 영역을 조금이라도 더 넓게 하고자 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개인 작품과 이 팀의 활동에 중심을 두고 활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