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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3
용도 폐기? NO! 시민의 의지로 화려하게 부활한 옛 건물들
신우화 /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가는 세월을 비켜가지 못하듯 건축물도, 도시도 살아있는 유기체의 특성을 지니기에 사람과 별반 다름이 없는 과정을 거친다. 이제 막 완공된 건물과 새롭게 조성되는 신도시는 쾌적하고, 깔끔하고 좋은 기능들로 신선함을 부여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손때가 묻기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수선을 필요로 하게 되고, 건물의 효용가치가 다 하게 되면 종국에는 철거되거나 비어있는 공간으로 남게 된다.

최근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낙후된 도시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과정에서 방치된 옛 건물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러한 옛 건물 중에는 역사적 콘텐츠를 보유해서 보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건물의 규모나 형태 그 자체가 역사적 가치를 가지기에 재활용에 의미가 부여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도시의 성장과 팽창 등 도시구조의 변화로 인해 도심 인근에 위치하던 공장 등 산업시설과 열차차고지 등 기간시설이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남겨진 건축물이 문화예술인과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건축물이 가진 외형과 내부의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그 건물의 개성과 유니크함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거듭난 해외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버려진 공장에서 문화예술인의 인큐베이터로 변신한 Kaapeli
헬싱키의 중앙에 위치하는 헬싱키역에서 메트로를 타고 약 10분 정도 이동하면 카펠리테흐다스(Kaapelitehdas), Kaapeli 또는 Cable Factory로 알려진 곳을 갈 수 있다. 이곳은 헬싱키의 남서쪽 해안가에 위치하는데 원래는 노키아(NOKIA)의 케이블 공장으로 이용되던 곳이었다.

케이블 공장은 1939년부터 1954년까지 3단계에 걸쳐 완공되었으며 U자 형태에 5층, 7층, 3층의 총 55,800㎡ 규모로 그 당시 헬싱키에서 가장 큰 면적을 지닌 건물이었다. 1980년 초반까지 전기 및 전화선을 제조하면서 핀란드의 주 수입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으나, 사업 축소로 빈 공간이 발생하면서 노키아는 저렴하게 임대를 주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예술인들의 입주가 진행되었다.

Kaapeli의 전경(현재 모습), 출처: https://www.kaapelitehdas.fi/en/info
Kaapeli 전경, Kaapeli에서 저자 촬영(2019. 11)
노키아의 사업 쇠퇴로 공장시설의 외곽 이전을 결정하면서 1987년 헬싱키시는 노키아로부터 공장을 매입하여 학교, 호텔, 박물관 등으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은 약 5천만 유로의 예산과 1991년 경기침체라는 변수, 그리고 기존에 공장에 입주해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의 반발 등으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특히 입주 예술가들은 시의 개발방향에 대응하여 Pro-Kaapeli라는 협회를 설립하고 공장 내에 형성된 예술공동체의 활동을 알리고 공장의 원형이 유지되어야 함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입주 건축가와 예술가들은 공장의 내·외부 형태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건물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리모델링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시 당국에서는 예술가 육성을 위한 공연, 전시, 연습 공간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노키아와 새로운 합의를 통해 1991년 Kiinteistö Oy Kaapelitalo라는 부동산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이렇게 문화예술인의 양성 공간으로 탄생된 Kaapeli는 핀란드에서 가장 큰 복합예술공간으로 3개의 뮤지엄과 10개의 갤러리, 무용공연장, 예술학교와 작업 공간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약 300개 이상의 공간은 장기임대 형태로 계약되어 여기서 발생되는 임대료를 통해 복합예술공간은 공공보조금 없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공간의 약 99%가 임대와 더불어 콘서트나 전시, 페스티벌 등으로 연간 국제적 규모의 프로그램이 지속되어 유럽 전역에서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있다.

작품이 설치 중인 내부 홀 모습, Kaapeli에서 저자 촬영(2019. 11)
2019년 11월 현장에 방문했을 때 추운 겨울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위한 연습과 전시를 위한 사전 작업, 학생들의 견학, 예술가 및 관계자 등으로 꽉찬 카페 등 건물 내 대부분의 공간은 예술적 열기가 가득 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Kaapeli는 2021년 댄스하우스 완공을 앞두고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놀라운 것은 홈페이지에서 현장의 공사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킴과 공간의 형성과정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여 댄스하우스의 완공을 모든 이가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이 마련된 후 Kaapeli의 성장모습이 기대된다.
2021년 댄스하우스 건립 뒤 모습에 대한 조감도, Kaapeli에서 저자 촬영(2019. 11)
용도를 다 한 차고지에서 시민의 Hip한 장소로 거듭난 De Hallen
De Hallen 전경, 출처: https://europe.uli.org/uli-netherlands-transformation-de-hallen/
De Hallen 내 주요 기능, 출처: https://arquikunst.wordpress.com/tag/de-hallen/
De Hallen은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서쪽으로 약 2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는 복합문화쇼핑공간이자 교육공간이다. De Hallen은 1902년에서 1928년 사이에 건설된 암스테르담 최초의 전기 트램 차고지이다. 이곳은 1932년까지는 차고지로, 이후 1996년까지는 차량정비 및 작업장으로 활용되었으나 트램의 현대화와 규모 변화 등으로 더 이상의 역할을 찾지 못하였다. 2005년까지 트램 박물관으로 운영되기는 했으나 결국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De Hallen의 개발을 위해 전체 철거 후 주택 건설, 공연장 및 극장 등 복합문화시설 건립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경제적 문제, 지역 주민의 반대 등으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2010년 초 활동가, 예술가, 건축가, 지역주민 등은 De Hallen을 국가적 유산으로서의 건물 복원과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Tram Remise Development Company(TROM)을 구성하였다. 이들은 De Hallen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되 지역주민의 요구와 미래의 잠재 이주자의 희망에 부합하면서 경제적 실현가능성도 고려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를 위해 상업기능과 비상업기능을 차별화하고 다양한 시설의 잉여가치를 검토하여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하였다. De Hallen과 400채의 주택 건설에 총 3,200만 유로가 투자되었는데, 은행, 건설회사, 시의회, 70명의 개인투자자 등이 참여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만족할 수 있는 기능이 논의되었다.

De Hallen의 홀 부분에 대한 리모델링 과정, 출처: https://dehallen-amsterdam.nl/en/then-and-now/
De Hallen이 위치한 Kinkerbuurt 지역은 Bellamybuurt지역과 Borgerbuurt지역 사이에 위치한다. 그런데, 오래된 건축양식을 간직한 Bellamybuurt지역은 예술가, 작가 등이 거주하면서 주택 가치가 상승하는 반면, Borgerbuurt지역은 근로자를 위해 건설된 사회주택이 대다수 입지하여 건물의 쇠퇴와 더불어 거주계층도 다민족, 저소득 등으로 전혀 다른 사회적 인구구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따라서 상업적, 예술적 기능 외에 사회적 목적의 실현도 매우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De Hallen은 약 22,000㎡의 면적에 17개의 창고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창고의 길이는 9m에서 21m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유리로 리모델링된 차고지의 천장은 기다란 홀 형태의 중심통로를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멋진 경관을 연출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 중심 통로는 어린이를 위한 행사, 메이커들의 다양한 작품 전시 및 판매, 벼룩시장 등으로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2015년 개관 이래 이곳은 패션, 예술, 문화, 케이터링 및 공예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호텔, 9개의 영화관, 레스토랑, 카페, 미술관, 갤러리, 상가, TV 스튜디오, 창업 공간, 어린이집 등 다양한 규모와 독특한 개성을 지닌 공간들이 형성되어 있다.

특히 Denim City(의류 재단, 디자인), Recycle(자전거 수리 및 판매), Young Bloods(미용) 등은 사회적 목적을 실현을 위해 장인학교의 기능과 상가의 기능이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Maker Store에서는 아동복, 엽서, 퀼트 등 다양한 물품이 판매되는데, 상점에 들어서면 개방된 2층 공간에서 디자이너들이 직접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곳에는 레이저 커터가 있어서 자신만의 디자인을 가져오거나 디자이너와 상의하여 자신만의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시민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어우러져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도 De Hallen이 가진 커다란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상점 내부에서 디자인과 천을 직접 골라서 재단을 의뢰할 수 있는 Denim City 장인 학교의 형태로 아카데미, 워크샵, lab, 상점의 기능을 모두 수행한다, 저자 촬영(2018.12.)
다양한 영역의 디자이너 제품을 만날 수 있는 Maker Store, 2층의 오픈된 공간에서 디자인 작업을 수행되고 있고, 레이저커터가 있어 자신만의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자하는 사람에게 시제품 제작의 좋은 기회가 된다, 저자 촬영(2018.12.)
사람을 생각하는 옛 건물의 리모델링
헬싱키의 Kaapeli와 암스테르담의 De Hallen은 계획과정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축가, 예술가, 활동가 등의 옛 건물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리모델링에 대한 요구 그리고 지역 주민과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적극적 움직임이 결국은 시 당국을 설득하여 옛 건물을 재생을 통해 사용자, 그리고 일반 시민에게도 사랑받는 건물로 재탄생시키고 있었다. 앞서 제시한 두 사례는 옛 건물의 기 입주자와 주변 지역민들의 요구와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오랜 기간 건물의 용도와 리모델링 방식에 대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고민하여 함께 녹여낸 결과물이다.

우리나라의 재생은 사람보다 계획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옛 건물의 재생은 신축보다는 건축적으로 또 비용적으로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입지 특성상 주변지역에 미치는 파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대구에 산재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옛 건축물들도 누가, 왜,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활용이 향후 어떤 가치를 갖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한 많은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계획된다면 대구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건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Tag Archives: De Hallen(2014.12.2.) https://arquikunst.wordpress.com/tag/de-hallen/(접속일 : 2020.3.10)
  • ULI Netherlands: The Transformation of De Hallen(2016. 3.17)(https://europe.uli.org/uli-netherlands-transformation-de-hallen/)(접속일 : 2020.3.10)
  • De Hallen 홈페이지(https://dehallen-amsterdam.nl/en/)(접속일 : 2020.3.11)
  • KAAPELI 홈페이지(https://www.kaapelitehdas.fi/en/info)(접속일 : 202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