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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
도시를 보는 새로운 시각, 도시재생
강진 / 건축사사무소 제이강 대표
‘뉴트로’,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단순한 재현이나 지나간 것에 대한 추억을 넘어 새롭게 재해석하여 즐기는 방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질 것 같은 이 ‘뉴트로’열풍은 사실 건축계에서는 조금 더 전부터 ‘도시재생’, ‘지속가능한 건축’이라는 단어들로 회자되어왔다. 일반인들에게는 ‘리모델링’, ‘리노베이션’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하다. 단순히 내·외부의 변화로 이미지만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서 오래되고 낡은 건축물에 새로운 용도와 성격을 부여하여 재탄생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리노베이션에 대한 관심은 건축계 안팎으로 점차 넓어지고 있다. 도시 내 건축물들이 노후기에 접어들면서, 낡고 오래된 건물들과 거리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존의 것을 어떻게 유지하고, 재사용 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비단 오래된 건물뿐만이 아니다. 도시에 대한 고민도 역시 마찬가지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어떤 산업은 사양의 길을 피할 수 없다. 한 도시 또는 나라의 한 축을 받쳤던 산업과 기업들이 쇠(衰)의 길로 들어서면서 인구감소와 함께 도시도 쇠퇴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나온 해결방안이 ‘도시재생’이다.

2006년 우리나라에서 도시쇠퇴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고 이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미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도시내에 오래된 ‘공간이나 거리에 주목하여 리모델링, 이른바 ‘도시재생’을 진행해왔다. 유럽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빨랐던 만큼 도시재생도 빨리 시작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례들로는 2차대전 이후 런던의 전력을 공급하다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하여 ’21세기 가장 성공한 현대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1905년 가톨릭 교구 장례식장으로 쓰이다 폐쇄되었지만 도시재생 사업으로 예술가들의 공유창작공간이 된 파리’104 상카르트 아틀리에’등이 있다.
대구 역시 높고 큰, 새롭게 지어진 건물들 틈 사이에 오래된 건물들이 리모델링되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대구 도시재생의 사례로 ‘수창청춘맨숀’, ‘삼성창조캠퍼스’, ‘공구박물관’이 있다.

대구 수창청춘맨숀
‘수창청춘맨숀’은 대구예술발전소와 더불어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 근대산업 유산을 활용한 예술 창작 벨트 조성’ 계획사업의 일환으로 각각 2013년, 2017년 개관했다. 대구예술발전소가 작가들에게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작업공간의 제공으로 창작활동의 기반을 지원하고, 그렇게 창작된 작품들은 수창청춘맨숀에서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대구 수창청춘맨숀 전경
‘수창청춘맨숀’은 우리나라 최초 담배제조공장 구 KT&g ‘연초제조창’의 직원들이 거주하던 사택이였다. 당시에는 대구의 주요산업기반 중 하나였던 연초제조창은 1999년 IMF직후 정부정책으로 인해 공장이 경북 영주로 이전하게 되면서 오랜 세월 아무런 쓰임 없이 방치되고 있었다. 이 후 공장이였던 건물은 철거가 되어 아파트와 공원이 들어서게 되고, 남은 건물들도 철거위기가 있었으나 근대문화유산가치를 인정받게 되어 청년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기존의 사택 A·B동은 전시실 및 북 카페 등 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했고, 2개동을 잇는 C동은 관리공간으로 신설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버려진 폐산업 시설을 활용한 문화재생이었다. 기존의 건물모습을 최대한 살리고 이 공간에 예술이라는 컨텐츠를 어떻게 입힐 것인가, 또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프로젝트는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1여년에 걸쳐 완성되게 된다. 이런 과정 덕분에 기존 사택의 내부구조는 고스란히 보존되었고, 아파트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거실, 주방 등 생활공간 곳곳에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삼성창조캠퍼스
대구역에서 중앙 북쪽으로 올라가면 고층아파트 숲 사이로 오래된 박공지붕 건물이 몇 채 있다. 한 때 대구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제일모직공업주식회사’의 옛 터를 대상으로 리모델링한 ‘삼성창조캠퍼스’이다.
삼성창조캠퍼스는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인 ‘삼성의 모태’라는 흥미로운 기업역사 컨텐츠와 넓은 공장 부지를 이용하여 청년들에게는 창업지원과 시민들에게는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의 시설을 보존하며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사업들은 대개 단일건축인데, 삼성창조캠퍼스처럼 대규모 구역인 경우는 드물다. 이 큰 부지는 벤처창업존, 문화벤처융합존, 삼성존, 주민생활편익존 4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성창조캠퍼스 기숙사동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기존의 본관은 삼성의 역사를 재현하는 기념관으로, 과거 공장 근로자들이 생활했던 기숙사는 각각 오페라 체험관, 공예 예술관,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등 예술체험공간으로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다. 기숙사는 총 6동으로 부지 동측에 위치한다. 동서를 가로질러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 중앙광장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유도한다. 건물외벽을 일부 신축하고 일부는 그대로 보존하여 옛 모습인 담벼락 넝쿨과 현대의 커튼월, 징크마감재의 대비가 멋스럽게 대비된다. 부지 남측에 위치한 본관(창업기념관)과 ‘삼성상회’는 기숙사동과는 다르게 옛것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특히 ‘삼성상회’는 중구 인교동에 있었던 건물을 1997년 해체하여 보관했던 자재를 그대로 사용하여 복원했다. 건물의 내부와 소품까지 고증에 신경을 써서 보는 재미가 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은 ‘주민생활편익존’이다. 넓은 공원과 음식점 및 다양한 복합편의시설들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공구박물관
오래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듯한 낡은 건물, 이제는 잘 쓰지 않는 조금 낯선 단어들이 적힌 간판, 낮임에도 사람이 얼마 다니지 않아 한적하고 조용한 거리, 대구시 중구 북성로의 모습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이 거리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1906년 대구읍성이 완전히 허물어지면서 성곽이 있던 자리에는 동성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가 신작로로 조성되었다. 그 중에서도 북성로는 경부선 개통과 대구역 건립 등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한 때는 대구의 산업중심지 역할을 하던 거리였다. 70~80년에는 소위 요즘말로 ‘핫플레이스’라 불렸을만큼 유동인구가 많았던 곳이기도 했다. 북성로 골목 한쪽 귀퉁이에 2층짜리 적산가옥이 눈에띈다. 2013년 개관한 공구박물관이다.
리노베이션 후 공구박물관
리노베이션 전 공구발물관
북성로 공구골목의 흥망성쇠를 기억 및 보존하기 위한 리노베이션 사업이였다. 프로젝트 당시 1930년대 미곡창고로 쓰였던 건물은 오래된 시간만큼이나 낡아있었다. 오랜 세월 여러 번의 증축으로 인해 목조주택 원형은 온데간데 없었다. 거리가 가지고 있던 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어렵지만 목조주택의 원형을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외벽콘크리트 마감을 걷어내고 내부를 정성들여 복원했다. 재밌는 점은 민간단체가 주가되고 행정이 지원하는 형태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렇게 민·관이 적절히 연계된 사례는 도시재생이 지향해야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서 섬처럼 남아있던 건물들이 도시재생의 바람을 타고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찬란했던 역사 혹은 즐거운 문화예술이라는 컨텐츠를 담고서 말이다.
그러나 한 편에선 도시재생이 건물의 정비나 보존과 같은 물리적 환경개선에만 그쳐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도시재생의 목적은 ‘생활환경개선’과 ‘지역 경제 활성화’이다. 지역경제는 사람이 머무르고 생활하며 소비와 소득의 패턴을 가져야하는데 지금의 도시재생사업은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형식밖에 안된다는 지적이다.
앞서 말한 패턴을 가지기 위해서 컨텐츠를 건물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닌 건물과 건물을 잇는 거리, 공원과 같은 공공 공간 조성을 통해 좀 더 큰 지역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또 여러 도시재생 사례를 살펴보면 주체가 주민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이다. 많은 사업의 계획 및 진행을 정부 및 지자체와 여러 국책연구원등에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재생의 진정한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실제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과 이용자가 될 많은 시민들이 주체가 된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