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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 이색문화
나는 농활(農活)을 판다
강영수 / 희망토농장
농촌의 새벽
얼마 전 대만으로 농업연수를 다녀왔다.
그곳에 만난 귀농인은 내가 한국에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해 주었다. 특히, 대만 이란(宜蘭)현에서 만난 라이칭송씨과의 대화에서 나는 한국의 도시청년들에게 농촌의 매력을 알리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그는 귀농 20년차로 현장(농촌)에서 귀농을 준비하거나 농촌 삶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도시청년에게 지역을 이어주는 조력자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역할은 도시청년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들이 농촌에 왔을 때 자신의 삶을 농촌에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정착할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활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그들에게 농촌의 삶을 팔고 있다.’
라이칭송씨는 농촌의 경험이 없는 도시청년들에게 농촌의 삶을 팔고 있었다.
대만에서 라이칭송과 함께 (사진상 오른쪽 : 라이칭송)
최근에 나는 대구경북 도시청년들에게 농촌과 농업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 차에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경북 의성군 안계면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면서 더욱 도시청년들에게 대한 매력적인 전략을 고민하고 있었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 말을 통해서 지금 농촌의 상황은 정확하게 표현이 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은 없고, 청년들은 농촌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농촌에는 청년의 힘이 필요한 현실이다. 이런저런 나의 고민은 한 두 해가 아니고 나만의 고민도 아니었다. 딱 부러지는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뭔가 이러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만 계속 맴돌고 있던 차였다. 대만에서 만난 라이칭송씨와의 대화에서 나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농촌과 농업의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험이 필요하다. 그 경험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농활’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활동 또는 농업활동으로 대학생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문화이다. 더군다나 지금까지의 농활형태로는 농촌과 농업에 매력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두 번다시 오지 않을 힘든 노동의 시간으로 대부분이 느끼고 기억하고 있다. ‘즐거운 농활은 없을까? 또 오고 싶은 농활은 없을까?’ 고민은 항상 머릿속에 있었다. 지금까지의 농활로는 도시청년들에게 농촌과 농업의 매력을 전달하기는 역부족이었고. 이전의 농활운영 경험으로는 아주 어려운 것이었다. 특히 공간의 부족과 동기의 부재였다.

하지만, 나는 적절한 플랫폼을 찾게 되었다.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크라우드 펀딩을 단순히 신상품을 오픈하거나 상품을 소개하고 상품리뷰 및 후기를 통해서 브랜딩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농활을 크라우드 펀딩과 함께 생각을 해보면서 그 생각은 달라졌고, 도시 청년들 중에 우리가 제공할 농활의 매력을 공감하고 참여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걸러지고 선순환적 추천도 일어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펀딩하는 것이 아닌 농업농촌관련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나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농활상품’을 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스타트업계를 중심으로 이제 보편적인 상품 오픈플랫폼이 되었다. 상품을 테스트 하는 수준을 넘어서 상품의 언박싱 온라인행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성격의 크라우드 펀딩은 상품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다양한 이슈를 몰고 온다. 상품후기와 상품 추천등 잘 만들어진 크라우드 펀딩은 ‘팬’을 만들고, 다음 펀딩을 기대하게 한다. 왜 사람들은 ‘팬’이 되는 것일까? 나는 크라우드 펀딩 상품과 소비자들 사이에 뭔가 특별한 재미와 공감이 ‘팬’을 만들고 있다고 판단되었다. 나는 가끔 생산자와 소비자 같이 상품을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을 크라우드 펀딩 사례에서 본적이 있다. 농부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농활을 통해 땀만 흘리는 농업이 아닌 즐거운 농활, 신나는 농활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이러한 농활을 기획하고 있던 나로써는 크라우드 펀딩은 지역도 알리는 일석이조의 절묘한 결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신선함에 대한 투자이며, 나의 판단을 실행에 옮기는 아주 쉬운 방법이다. 자신의 판단에 자부심을 심어주고 투자한 상품에 대한 믿음도 크다. 즉, 상품을 대하는 태도에 이미 ‘팬’이 될 것이라는 약속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농활상품을 크라우드 펀딩에서 시작하고 판매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시작부터 ‘팬’을 만들어간다. 팬들에게 농활상품은 농촌의 여유로운 삶과 건강한 삶으로 제공할 것이다. 팬은 팬을 만든다. 팬은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시스템에서 또 다른 팬을 모아올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보다 ‘농활’상품과 잘 어울릴 것 같은 플랫폼은 없는 것 같다.

최근에 읽은 『90년대생이 온다』을 보면서 나는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즐거운 농활, 특별한 농활은 도시청년들 특히 90년대생에게는 통할 것 같다. 그들은 간단하면서 재미있고 정직한 것을 원하다라고 한다. 농활상품은 구매자들에게 아주 간단한 농업활동이 기반이 되고 새로운 경험이 제공될 것이고, 자연 속에서 하나의 생명체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해외유학생과 대학생이 함께 한 농활캠프를 운영한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아주 성공적이었다. 그들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농촌의 삶 뿐만 아니라, 가지치기 및 제초작업과 같은 농업활동을 통해서 땀 흘리며 식물과 조우했다. 오전의 몸 풀기 정도의 농업 활동 후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 산책은 인생 샷은 물론, 잠시 도시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을 것이다. 케냐에서 온 유학생은 처음 복숭아 전지작업을 한국에서 해볼지는 몰랐다고 신선한 경험을 극찬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온 유학생은 수확이 끝난 논 위에서 연을 날리면서 행복한 삶을 위한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도시에도 재밌는 경험들이 많이 있었을 해외유학생들에게 한국 농촌은 더욱 생소하면서 재밌었을 것이다. 한국 대학생들도 탁 틔여진 평야 한복판에서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하늘을 보면서 자유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농촌의 매력이다. 더불어, 아직 준비 중이지만 농활상품에 포함될 ‘농촌클럽’과 같은 힙한 서비스는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또 다른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농촌에서 클럽문화가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농활 갈대밭 산청 단체사진 / 연날리기 체험
벽화그리기 체험 / 농활의 저녁 즐기기 시간
많은 농촌 지자체에서는 청년유치를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가장 많은 정책이 ‘지원금’이다. 하지만 도시청년들을 귀농귀촌하게 하기에는 고민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그들은 돈보다는 삶을 원하고 있다. 감히 예측해본다. 농활상품 크라우드 펀딩의 결과와 과정은 도시청년들이 살고 싶은 하는 농촌의 모습을 읽을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품과 서비스는 구매자의 피드백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고, 구매 청년들의 농활경험은 전파될 것이다. 농부와 청년들은 함께 농활상품을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