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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아트란?
– <빛,예술,인간(Light, Art, Human)>展을 중심으로
김기수 /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뉴미디어 아트란? 현대미술의 담론과 현장에서 뉴미디어 아트(New Media Art)만큼 많이 회자되면서도 논란과 혼란을 동반하는 장르도 없는 것 같다. 뉴미디어 아트라는 용어가 들어간 전시회, 세미나, 연구논문 및 책들이 널브러져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을 달리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그것은 크게 보면 기술(과학)의 영역에서 접근하는 그룹과 미술(예술)의 영역에서 접근하는 그룹 사이의 관점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뉴미디어 아티스트가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한 미술사적 맥락에서 평가되고 기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대미술의 담론에서 뉴미디어 아트의 위상이 매우 중요한 것은 자명할 것이다.1)

오늘날 우리는 첨단기술의 발전을 상징하는 4차 산업혁명(ICT), 포스트휴먼, 초연결사회 등으로 특징짓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현대미술이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어떻게 진화하며 변신했는지를 조명하는 기획전 《빛, 예술, 인간》展(2019. 9. 11~ 2019. 11. 24)이 지난 가을에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렸다. 요컨대, 《빛, 예술, 인간》展은 현대미술의 미술사적 전개의 맥락에서 흔히 서로 다른 장르로 간주되어 온 뉴미디어 아트와 글로벌 개념주의 사이의 접점을 모색하며 작업하는 미술가들을 다섯 개 대륙으로부터 초대하여 그들이 어떻게 동시대의 글로벌한 이슈를 다양한 기술 매체를 통해 개념적으로 다루며 현대미술의 주류에 진입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빛, 예술, 인간>展 전시 전경
여기서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이란 미술사적으로 양차 세계대전을 초래한 서구 모더니즘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성하는 시대적 기류 속에 1960, 70년대를 거치며 기존의 (심미적, 형식적) 근대미술(Modern art)을 대체하기 시작한 새로운 양식으로서, 특히 1989년 이후 전지구적으로 확산된 ‘우리 시대의 미술’로서 동시대의 문제를 다양한 일상적, 기술적 매체를 활용하며 개념적, 비판적으로 다루는 미술을 통칭한다. 주류 현대미술은 모더니즘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며 등장한 개념주의, 탈구조주의, 탈식민주의 등의 담론에 의거해 탈모던화, 탈서구화, 탈중심화를 추동하는 한편 또한 전지구적 지배체제인 자본주의로부터 비롯된 문제를 다룬다.

그렇다면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1990년대 이래 급부상한 뉴미디어 아트는 어떤 위상을 가질까? 루이스 캄니처, 보리스 그로이스, 테리 스미스 등에 따르면, 모든 뉴미디어 아트가 주류 현대미술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간 뉴미디어 아트는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해왔는데, 하나는 미술사적 맥락과 관계없이 과학, 기술 등의 분야와 융합하며 독자적 노선을 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사적 맥락의 연장에서 발전해온 노선이다. 독자적 노선을 추구한 뉴미디어 아트는 그 초점이 ‘미디어’에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 문화권력, 상업오락 등과 자유롭게 연결되지만, 미술사적 담론과 연결된 뉴미디어 아트는 그 방점이 ‘아트’에 있기 때문에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동시대 문제를 개념적으로 다루는 것과 관계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뉴미디어 아트는 현대미술의 개념주의적 계보와 연결되는 한 현대미술의 주류에 진입할 것이고, 단지 기술적 매체의 속성, 이를테면, 신비성, 심미성, 판타지, 가상성(virtuality) 등의 탐구가 목적이 되는 한 – 주류 현대미술과는 독립된 – 독자적 분과로서의 뉴미디어 아트로 간주될 것이다. 따라서 뉴미디어 아트는 (현대미술이 전제하는 동시대성의 문제를 개념적으로 다루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새로운 기술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한) 현대미술로부터 분기하게 될 것이고, 또한 현대미술의 주요 무대인 카셀 도큐멘타, 비엔날레, 모카(MoCA) 등으로부터 초대받지 못할 것이다.

클레어 비숍은 1990년대 후반 이메일의 등장으로 본격화된 디지털 시대가 시각미술의 디지털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뉴미디어 아트와 주류 [현대]미술계는 좀처럼 겹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2)비숍은 1990년대 미술가들이 선호했던 퍼포먼스, 사회적 실천, 아상블라주 조각, 회화, 아카이브, 아날로그 영화 등을 ‘올드미디어'(old media)라고 부르고, 이를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로 대변되는 ‘뉴미디어'(new media)와 구분하며, 이 양자 사이의 간극과 접점의 문제를 규명한다. 비숍은 여기서 정보화 시대에 들어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커짐에 따라 리서치-기반 미술이나 아카이브 아트 등에서 디지털의 비중이 점증하고 있음을 관찰하며 “주류 현대미술이 디지털 혁명을 부인하는 동시에 그것에 의존한다”라고 결론짓는다.3)

한편 에드워드 쉔켄은 1990년대 중반 이래 주류 현대미술과 뉴미디어 아트는 각각 극적인 성장을 경험했다고 분석하면서도 (비숍과 같이) ‘주류 [현대]미술계는 뉴미디어 미술계와 좀처럼 통합되지 않고 점점 더 갈라지게 되었다’고 진단했다.4) 주류 현대미술은 사회적 미술의 실천에서 인터렉티브티, 참여, 프로그래밍, 네트워킹 등의 디지털 문화를 사용하지만 뉴미디어의 과학적, 기술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뉴미디어 아트는 지식생산, 지각 및 상호작용 등에서 미술의 확장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현대미술의 미술사적, 미학적 발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서로 공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숍과 쉔켄은 결국 이 양자 사이의 ‘혼종 담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특히 미술과 기술, 즉 현대미술과 뉴미디어 아트의 오랜 불편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개념주의를 매개로 이 양자 사이의 혼종 담론을 구성하는 것이 최상으로 보인다.

《빛, 예술, 인간》展은 개념주의와 뉴미디어 아트의 접점을 모색하며 현대미술의 세계적 흐름을 소개하려는 취지에서 한국의 손경화, 이한나, 하광석, 2-3-4 프로젝트(권효원, 김안나, 이승희)를 비롯해 시리아 출신의 니스린 부카리, 나이지리아 출신의 쥬느비에브 아켄, 칠레 태생의 막시모 코르바란-핀체이라, 캐나다 출신의 아르튀르 데마르또, 미국 태생의 고든 마타-클락, 프랑스 출신의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와 독일 출신의 클라우디아 슈미츠, 라이너 융한스 등 총 5개 대륙에서 14명의 뛰어난 동시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을 초대하여 오늘날 뉴미디어 아트가 어떻게 동시대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개념주의의 방식과 전략으로 다루며 현대미술을 주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5)

좌) 고든 마타-클락, Day’s End, 1975,
우) 니스린 부카리, The Map Is Not The Territory, 2015
좌)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 Ann Lee In Anzen Zone, 2000,
우) 하광석, Reality-Shadow, 2018
이렇게 볼 때, 《빛, 예술, 인간》展의 성과는 지역의 시민들과 미술인들에게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뉴미디어 아트가 어떤 지향성을 갖고 나가는 게 중요한가를 제시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현대미술이, 특히 개념주의 미술이나 뉴미디어 아트가 아무리 일반인들에게 낯설고 난해하게 느껴지더라도, 우리 시대의 최고 미술가는 우리 시대의 문제를 예민하게 포착하고 비판적으로 다루는 작업으로 우리와 맞닥뜨리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빛, 예술, 인간》展을 통해 지역의 미술인들과 시민들이 한 차원 높은 미술인과 교양인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함으로써 동시대 예술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 1)《빛, 예술, 인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전시 카탈로그 『빛, 예술, 인간』(2019.11)을 참조.
  • 2)Claire Bishop, “Digital Divide: Contemporary Art and New Media”, Artforum (September, 2012), p. 436.
  • 3)Claire Bishop, “Digital Divide: Contemporary Art and New Media”, p. 440.
  • 4)Edward Shanken, “Contemporary Art and New Media: Digital Divide or Hybrid Discourse?,” A Companion to Digital Art, ed. Christiane Paul (West Sussex: John Wily and Sons, 2016), p. 463.
  • 5)기획자는 《빛, 예술, 인간》에 참여한 모든 작가들이 기획자의 관점에 동조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