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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
대구시민으로서 바라본 문화도시대구
조자영 / 그림책 읽는 엄마 #어른, 그림책 모임장
‘세 아이의 엄마’그리고 ‘경력단절중년여성’가장 객관적으로 나를 묘사할 수 있는 표현이다. 거기에 나의 주관적인 의견을 넣는다면’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 또한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그려질 것이다. 그렇다. 나는 세 딸을 둔 엄마이자 많이 보고 배우느라 바쁜 아줌마다. 결혼과 출산으로 나의 관심은 육아와 교육에 집중되었고 문화생활은 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중심이었다.

그러다 중장년을 위한 거꾸로 인생학교 강좌 중 여행자학과라는 교육의 커리큘럼을 보고 나도 배우고 싶었고 그 교육의 강사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평소 생각에 직접 알아보다 문화마을협동조합 관계자라는 정보에 연락처를 찾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문화생활에 변화가 찾아왔다.

문화마을협동조합 김경호 이사님을 알게 되고 여행을 주제로 교육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대구에 대해 대구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좀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시민대화모임(우리가 대화하면 문화도시 대구)을 알게 되었고 아동부터 노인까지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신청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했다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 지원금이 크고 작고를 떠나 서류 때문에 포기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봐왔기에 배려에 감사했고 더욱이 모임활동비를 지원해준다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비록 1회 모임이었지만 이후 각 모임들이 함께하는 공유회를 통해 대구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의미 있는 시간도 가졌다. 하지만 공유회를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도시조성사업의 일환이라는 것도 문화도시추진단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러다가 2차 시민대화모임 참여기회가 주어졌다.

2019 문화도시대구 1차 시민대화모임 홍보물
좌) 2019. 6. 17. 문화도시대구 1차 시민대화모임 (주제 : ‘이야기로 만나는 대구투어’),
우) 2019. 6. 29. 문화도시대구 1차 시민대화모임 공유회
문화도시대구 시민대화모임 삼시색끼(三時色食)라는 타이틀로 주제가 있는 10개의 모임 가운데’#어른, 그림책’이라는 주제로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누구와 어떤 주제로 어떻게 모임하지 고민이 많았는데 내가 평소 관심 있고 하고 싶었기에 선택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신청해도 되는가 싶은 간소한 절차와 지원에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런데 신청은 쉬웠으나 모임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함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너무 좋은 취지의 모임이라 희망자가 너무 많으면 어떻게 하지? 했던 나의 생각은 오만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홍보물을 배포하고 안내했으나 무관심한 반응에 당황했다. 그리고 모인 사람들 다수가 주제도 좋았지만 나에 대한 신뢰를 기본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기에 뭐가 문제였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홍보물을 접했던 이들에게 물어보니 여러 주제들에 관심은 있으나 이게 뭐라고? 모임장이 누구라고? 왜 이런 프로그램을 하지? 등등 여러 궁금증이 생겼었다고 했다. 나부터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왜 이런 사업을 하는 건가? 목적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얘기해주지 못했구나 싶었고 아차 싶었다.

그림책이 친숙하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내 아이를 위해 읽어주고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며 교육적 목적으로 접근했다면 #어른, 그림책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정해 북카페나 책방을 찾아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며 힐링하는 문화이었다. 기존의 사업들은 정해진 장소와 시간 그리고 결과물을 필요로 했다면 시민대화모임은 시간과 장소의 변경, 결과물에 대한 부담이 적어 틀이 없는 사고가 가능했다. 또한 각자가 가져온 그림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풀어내며 모두가 주체가 될 수 있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이 있으나 아이에게는 어렵고 부적합 했던 그림책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겨 매회 즐거움과 새로움이 이어졌다.

삼시색끼 시민대화모임 중 #어른, 그림책 모임만의 특별함을 소개하고 싶다. 우리는 대화의 매개체로 그림책을 활용함으로 주제가 다양하고 키워드의 범주가 무한함에 있다. 그렇기에 3개월 계획했던 대화모임이 종료되었지만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하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리만의 방법으로 그림책을 읽으며 생각을 구조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어른을 위해 그림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좌) 2019 문화도시대구 시민대화모임 삼시색끼 홍보물,
우) 2019. 9. 26. 문화도시대구 2차 시민대화모임 #어른,그림책 모임
지난 11월 2일 삼시색끼 10개의 모임 중 5개 팀이 경북대 서문에서 골목대화방 공유회에 참여했다. 평소 궁금해 했던 모임에 직접 참여해보고 서로 소통하며 네트워킹하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시민대화모임의 배경으로 문화도시대구를 추진하는 과정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었고 그 가운데 대구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내가 참여하고 있음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좌) 2019 문화도시대구 시민대화모임삼시색끼 골목대화방 홍보물,
우) 2019. 11. 2. 문화도시대구 2차 시민대화모임 골목대화방 활동사진
시민대화모임은 신청절차가 간소하고 수치로 결과를 요구하기보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가며 도전할 수 있는 열려있는 진행에 혁신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출석부와 기록지, 활동사진, 영수증 등의 기본 결과서류는 존재하지만 모임의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과정속에 우리들이 변화시킬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었다. 그리고 대화모임주제로 사적으로 생각한 것을 공적으로 표현해내기 어려운데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삼시색끼 주제 중 ‘#고민매칭’과’술 한 잔’을 예로 들 수 있다.

무엇보다 요즘시대에 활발한 온라인 소통이 아니라 실제 마주앉아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민대화모임은 결과를 끌어내기 위함이 아닌 진솔한 대화 속에서 그 과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행복을 지속하고 여럿이 함께 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할 점도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던바와 같이 홍보의 문제를 꼽아본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 사업이 무엇을 위함인지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속된말로 ‘몰라서 참여 못했다’, ‘끼리끼리 한다’라는 말이 들리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대구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애로사항을 개선해서 아동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다양한 장소에서 문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요즘 청년사업이 활성화되고 있고 문화 또한 청년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고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청년중심으로 참여가 이루어지는 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해야겠습니다.

또한 문화라 하면 아주 광범위하게 느껴지는 모호한 단점도 있지만 역으로 끝없이 열려있음으로 어떤 주제든 무엇이든 포함시킬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이 시대의 흐름과 욕구에 맞게 수요와 공급이 적재적소에 매칭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문화도시 대구’를 위해 인디자립, 시민문화, 문화산업, 전문예술, 공공기관 등 5개 분과로 구성된 문화도시 추진단 관계자 분들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리며 광역지자체로 유일한 대구가 문화도시로 선정되기를 응원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