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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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 리듬도시
권상구 /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
타자의 리듬

미술행사에서 즐겨쓰는 ‘비엔날레’, ‘트리엔날레’,’퀸케니얼’이런 제목을 보면 ‘반복’과 ‘리듬’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또한 베니스, 아테네, 지중해가 떠오르며 그들의 도시국가가 생각난다. 갑질하는 중앙정부가 없어도 문화를 꽃피우고 적정하게 살았던 역사속의 도시가 부러워진다.

르페브르(Lefèbvre, Henri)는 시라쿠사, 바르셀로나, 나폴리, 마르세유, 지중해의 도시들은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도 파괴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스도 로마도 고트족도 사라센인도 파괴시키거나 소멸시키지 못한 지중해의 도시들이다. 르페브르는 그 이유를 ‘도시국가’에서 찾는다. 지중해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여러 언어들을 듣고 성장한데서 찾는다. 다양한 리듬을 선천적으로 받아들여 ‘타자의 리듬’이나 중심성이라는 관념자체가 거부된다고 한다.

시간은 생성되지 않는다고 하며 단지 공간만이 그 생산의 결과라고 하며 우리에게 시간 감각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게 바로 리듬이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라는 ‘도시’는 어떻게 리듬을 타고 있을까? 대구문화재단10주년을 맞이하여 이 도시의 리듬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가을호를 열었다.

우리의 리듬

우리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올해 갖가지 주기(cycle)의 리듬을 맞이하였다. 3·1운동 100주년이면서 상해임시정부수립 100주를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지방자치제 시행으로 지역민이 직접 지방정부를 수립한지 25년이 지났고 2009년 직원 9명으로 출발한 대구문화재단이 올해 10주년을 맞이하였다. 부모님 기일에 부모님을 생각하듯 우리는 각자의 시간에서 각자가 걸어온 모습을 특정한 리듬을 타면서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대구 예육회가 녹향을 열어 예술을 육성하겠다고 모인 게 1946년이니 올해로 75년째다. 예술을 육성하자고 모여 처음 한 행위가 ‘음악’을 듣는 모임이었다는 게 시사하는바가 크다. 지난 75년간 미술은, 문학은, 음악은 대구를 위해 무엇을 했을까? 문무학 문학평론가는 능금, 섬유를 넘어 ‘음악’을 대구의 도시경쟁력으로 브랜딩한 것은 진일보 한 일이나, 문화사업이 장르 편향성을 가지면 건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한 켠에서는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라는 새로운 리듬이 시작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정권은 기록을 남기기보다 기록을 지우는 일에 항상 선도적이였다. 기록을 찾고, 기록을 남기는 일은 지극히 단순하고 나이브한 일처럼 보이지만 대구시가 ‘아카이빙위원회’를 구성해 생존하는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아카이빙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임언미 대구문화 편집장이 전해주었다. 대구문화재단이 공고히 해 온 문화인물 현창사업을 넘어서, 아직 기록할 것이 남아있는 지금 대구가 고맙다.

문화는 모노고 솔로다

자본과 정부는 고유한 리듬을 가진다. 이것은 생산하고 파괴하고 재배치한다. 최근 30년간 수도권 집중화로 우린 잃어버린 한 세대를 맞이하였고 지역의 문화예술은 더 큰 사명과 위기의식 속에 임하고 있다. 요시하라 나오키(吉原直樹)는 지역을 지키는 일은 ‘척화비’같이 성을 쌓을 일이 아니라, ‘미지의 것과의 접촉’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내가 모든 타자들을 상호 포섭하고 조화로운 신체 관계로 엮어지게 될 때 지역의 것들은 지켜진다.

또한 이 단순하고 회색 같은 일들을 반복하는 것이며, 계속 반복하며 리듬을 생성하는 일이며, 그래서 타자의 리듬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고, 나의 곡을 나의 리듬으로 마무리하는 일일 것이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의 주장처럼 문화는 모노(mono)고 솔로(solo)이어야 출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