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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1
4차 산업혁명이 예술에 끼치는 영향 혹은 전망
베를린 동향과 트랜드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and its relation with the art scene in Berlin
글_최정미Jung Me Chai 디스쿠어스 베를린 대표
프랑크프르트 메세 건물 앞에 설치된 조나단 보롭스키(Jonathan Borofsky) Hammering Man은 제조업과 철강산업이 융성했던 2차 산업 혁명을 연상시킨다. 2차에 걸쳐 3차가 되더니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란다. 원고 청탁을 받은 후 동료와 지인에게 4차 산업혁명에 대하여 얼마나 아는지 물어보았다. 대부분은 아는 것은 고사하고 “그게 뭐야?” 라는 대답으로 돌아왔다. 정도야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대부분 독일인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심이 별로 없다. 오히려 모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동경심보다 더 클 경우가 많다.
View of Pariser Platz, 2016
Marmor, virtuelle Realität Marble, virtual reality Virtuelle Realität Virtual Reality: Co-Regie Co-Directed by Jon Rafman und and Samuel Walker
Courtesy Jon Rafman; Future Gallery, Berlin
Foto/Photo: Timo Ohler
그래서일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무시한 명칭 대신 참으로 건조한 ‘Industrie 4.0’라는 마치 무슨 컴퓨터 시스템 소트웨어의 운영체제체 같은 이름을 떡 하니 부쳐 놓았다. 명칭만으로는 일반인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세계처럼 보인다. 수식어를 완전히 배제한 이 용어는 2011년 개최된 독일 하노버 산업 박람회에서 물리학자 헤닝 카거만(Henning Kagermann), 공무원 울프 디터 루카스(Wolf-Dieter Lukas)와 컴퓨터공학자 볼프강 봘스터(Wolfgang Wahlster)가 만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산업 부문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베를린 또한 예외는 아니다. 2012년과 2013년 사이 이 분야 근로자 수는 2배로 늘었다. 베를린 미테 장벽 바로 옆 라인스베르거 거리(Rheinsberger Straße)에 자리 잡은 팩토리 건물에는 트위터, 사운드 클라우드 및 모질라 등 외에 스타트업 컴퍼니가 진을 치고 있으며 올해는 외국으로 투자까지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9th Berlin Biennale for Contemporary, Installation view, Courtesy Jung Me Chai

1920년대 베를린은 유럽의 문화중심지는 물론이고 제조업 분야에서도 선두에 섰었다. 1933년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당(나찌당)이 정권을 잡으며 문화예술 분야는 급격히 사양길을 겪었다. 이념 분단을 거쳐 통독 후 연방 정부는 주요관청을 본에서 베를린으로 이전은 했지만, 관광, 건설 분야 외에는 시를 먹여 살릴 만한 산업이 부족했다. 소위 ‘올드 경제’라 불리는 중소제조업 분야는 동베를린 시절 이미 붕괴가 되었고 베를린 시는 다른 산업 구조를 창조해야 했다.

디지털 산업 부문은 시에서 적극적으로 장려, 투자한 노력도 있었지만, 기존 경제 구조의 붕괴에 따른 높은 실업률, 저물가 등의 요인으로 인해 런던, 파리 그리고 뉴욕 등 물가가 천정을 찌르는 도시에서 활동하던 창작예술인과 투자자들이 베를린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또한, IT 분야의 인재, 프로그래머 또한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 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도시는 인재가 넘쳐나며 이러한 인간 풀을 이용하려는 투자자 그리고 안정적인 정치환경에 힘입어 국적 불문 스타트업 컴퍼니들이 그 활개를 피기 시작했다. 또한,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찬성 후 런던 소재 디지털 산업 관련 회사들이 베를린으로 이전할 결정적인 계기로 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를 또 다른 기회로 삼은 베를린 경제 상원의 위원회는 런던 소재 회사에 인재, 자본가들에게 적극적이고 꾸준하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알고 모르게 독일식 인더스트리 4.0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할리우드는 알고 있었다.
수많은 공상과학 영화가 제작되었지만, 인공지능과 유전자를 소재로 한 작품 3점을 들고자 한다. 앤드루 니콜 감독이 1997년에 제작한 「가타카(Gattaca)」는 여러 면에서 특별한 작품이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소위 금수저라 불리는 계급과 자연적으로 출생된 경제,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는 실질적인 의미의 흙수저로 구분된 인간의 얽혀진 삶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2014년, 영화 비평가와 동시에 배급사의 달링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제작하고 조니 뎁이 주연한 「트랜센던스(Transcendence)」는 인간의 뇌가 인터넷에 업로드 된 또 다른 의미의 인공지능과 인류의 본질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2015년 개봉된 「엑스 마키나(Ex Machina)」는 인공지능이 아닌 휴머노이드(Humanoid)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크고 작은 영화제를 휩쓸었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인간이 신의 절대적인 영역으로 불리던 ‘창조’라는 구역으로 들어가는 점이다. 종교문제를 떠나 그간 문명의 기본 사고 구조 프레임을 파괴하는 것과 거의 같은 것이다. 우리는 이 조용한 혁명 앞에 물리적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 준비가 필요하다.
인더스트리 4.0? 독일은 우선 철학으로 시작한다.
일반화한다는 문제점을 무릅쓰고라도 독일인 특성 하나를 들고자 한다. 독일인은 ‘의심을 잘한다.’ 남을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어떠한 현상이나 검증을 선호하며 비판, 회의적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인간의 지식과 인지능력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검증하려 한다. 철학자이며 게르하르트 슈뢰더 내각 문화부 장관이었던 율리안 니다-류멜린(Julian Nida-Rümelin) 교수는 2015년 5월 뮌스터 대학에서 열린 「윤리학과 인류학 Ethik und Anthropologie」에 대한 공개 강연에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이 중 4차 산업혁명 관련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인본주의 개념 즉 인류학의 특성이었다.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귀결된다. ‘Fähigkeit von Menschen sich von Gründen affizieren zu lassen.’ 이 부분은 위르겐 하버마스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도 주장했다고 그는 전한다. 직역하자면 ‘인간의 고유한 능력 중의 하나는 ‘이유’로 부터 지배 받는다.’ 율리안 니다-류멜린의 설명을 정리해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이 정리된다. ‘Alle Gründe sind normativ, objektiv und nicht algorithmisch.’ 직역하자면 ‘이유는 규범적이며, 객관적이고 알고리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와는 다르고 그들이 범접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고 안심해야 할까?

독일 출신 영화 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가 1973년에 제작한 2부작 드라마 「World on wire/ Welt am Draht」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대한 컴퓨터 Simulacron가 현실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시민의 행동양식 등을 예측 가능하게 상황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메트릭스」와 비슷한 설정인데 파스빈더는 여기서 기본 철학적 존재의 개념, 현실에 대한 인식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16년 6월 2일 독일의 페기 구겐하임이라 불리는 컬렉터 율리아 스토섹 컬렉션이 뒤셀도르프 본관 외에 베를린 미테에 지점(Dependence)을 오픈했다.

이 영화에 영감을 얻어 개관전을 「Welt am Draht」라 명칭 했으며 시뮬레이션으로 유명한 이안 챙(Ian Cheng)의 「Emissary Forks At Perfection, 2015」, 캐나다 출신 스트리트뷰로 유명한 존 래프맨(Jon Rafman)의 「Betamale Trilogy (Glass Cabin), 2015」 등의 작품의 선 보이며 전시 내용도 상당히 밀도 있게 꾸며졌다.

「World on wire/ Weltam Draht」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9. Berlin Biennale für zeitgenössische Kunst / 9th Berlin Biennale for Contemporary Art, 4.6.–18.9.2016, Jon Rafman, Installationsansicht / Installation view, Foto/Photo: Timo Ohler, From left to right
  • L’Avalée des avalés (The Swallower Swallowed) Dog/Lion, 2016
  • L’Avalée des avalés (The Swallower Swallowed) Ram/Sea Lion, 2016
  • L’Avalée des avalés (The Swallower Swallowed) Ram/Sea Lion, 2016 High-Density-Polyurethan, Acryl High-density polyurethane, acrylic Courtesy Jon Rafman; Future Gallery, Berlin
존 래프맨은 2016년 개최된 베를린 비엔날레에서도 코뿔소와 곰, 이구아나와 나무 늘보, 개와 사자를 소재로 한 「The Swallower Swallowed」 시리즈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쾰른에서 활동하는 콰이 셴(Kuai Shen)은 곤충을 매개로 기술과 생태학의 접목을 절묘하게 보여 준다. 콰이 셴은 남미에서 서식하는 곤충이나 개미를 유럽으로 공수한 후 그들의 생태를 연구하며 숲이 아닌 완벽한 인공 생활환경을 만들어 준다. 마치 뿌리를 잃은 이주민의 정착기와 유사하다. 특히 「The inexorable colonization of the self」 시리즈는 관련 부분 상을 휩쓸기도 하였다.
  • Playing with ants & other insects, audiovisual installation with leaf-cutter colony Cynetart Festival Dresden
  • Playing with ants & other insects
예술, 음향, 퍼포먼스 그리고 생물 과학을 묘하게 접목하는 마르코 도나루마(Marco Donnarumma)는 런던, 골드 스미스에서 컴퓨팅 및 신체 이론 관련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다. 신체와 기계를 병합한 그의 퍼포먼스와 영상작업에서 아름다운 기괴함으로 가득하다. 특히 「Corpus Nil」은 눈을 때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존 래프맨은 2016년 개최된 베를린 비엔날레에서도 코뿔소와 곰, 이구아나와 나무 늘보, 개와 사자를 소재로 한 「The Swallower Swallowed」 시리즈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쾰른에서 활동하는 콰이 셴(Kuai Shen)은 곤충을 매개로 기술과 생태학의 접목을 절묘하게 보여 준다. 콰이 셴은 남미에서 서식하는 곤충이나 개미를 유럽으로 공수한 후 그들의 생태를 연구하며 숲이 아닌 완벽한 인공 생활환경을 만들어 준다. 마치 뿌리를 잃은 이주민의 정착기와 유사하다. 특히 「The inexorable colonization of the self」 시리즈는 관련 부분 상을 휩쓸기도 하였다.
Donnarumma performing “Corpus Nil”. Courtesy of Onuk and ZKM, Center for Art and Media, 2016

BB9_DISCREET11_© Christopher Roth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오스트리아 출신 철학자이며 문학자인 아르멘 아바네시안과 극작가이자 큐레이터인 알랙산더 마르토스(Armen Avanessian, Alexander Martos)는 지난 9 회 베를린 비엔날레 때 「DISCREET – An Intelligence Agency for the People」이라은 일종의 정보국을 만들었다.

이들은 3주 동안 머무르며 예술, 이론, 기술, 정치, 법률, 핵티비즘과 금융에 대한 분야에 대하여 분석했으며 이들의 활동은 라이브스트림으로 중개 되었다. 요즘처럼 황당한 정보(Alternative facts)가 인터넷을 통하여 난무하는 시기에 기득권 유지를 위한 권력단체가 만들어낸 정보국이 아닌 지식인이 이끄는 정보국(Intelligence Agency)가 요청된다.

최근 벨기에의 한 디지털 마케팅 전문 회사 NewFusion은 직원의 피부 아래에 전자 칩을 이식을 시켰으며 이 칩은 실질적으로 직장에서 전자 신분증을 대체한다고 전했다. 미래에는 3D 프린터로 인간의 장기도 만들고 복잡한 건물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유토피아 혹은 뉴 르네상스라고 도래한다고 보기에는 꺼림칙한 부분이 산재한다. 논리, 의구심 및 비판으로 무장한 독일식 4차 산업혁명이 어떤 식으로 ‘인더스트리 4.0’로 전환되는지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