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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대신 컨셉팅하라
박연정 / 빛글 대표
욜로, 소확행, 워라벨 등 신조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세상,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우리는 유행에 뒤진 이가 되어있다. 사실 요즘은 이런 신조어들이 단순한 말의 유희를 넘어서 기업의 비즈니스와 마케팅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19년은 황금돼지의 해다. 예로부터 돼지는 행운과 재물을 상징하는 동물인 만큼 올해는 나에게도 행운이 다가오겠지, 라는 핑크빛 기대를 품는 이들이 많다. 물론, 그 기대를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하는 문화의 트렌드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세상에는 그냥 좋은 것은 없다. 좋음에는 다 제각각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그 이유와 키워드를 분석할 수 있어야 트렌드가 보인다.
<출처> 스토리블록 이미지
그런데 ‘욜로’니 ‘소확행’이니 트렌드와 관련된 이런 신조어들은 누가 만들어 내는 건가, 궁금증이 든다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기억하자. 지난 2007년부터 매년 한국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발표해 온 사람이다. 그들의 조사 방식은 이렇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모인 트렌드 헌터들이 조사를 하고, 그 내용을 취합해 매년 늦가을 발표하는 시스템이다. 김난도 교수의 말을 빌면 ‘어려운 단어들이라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의외로 빨리 퍼져서 놀랐다’고 한다. 한국은 빠름 빠름의 나라니까 그럴 법도 하다. 자, 해마다 그 해의 띠 동물을 소재로 만들어 낸다는 10개의 트렌드, 2019년에는 어떤 신조어가 만들어졌을까. 『트렌드 코리아 2019』를 살펴보면 올해의 띠 동물인 돼지의 꿈 PIGGY DREAM이란 트렌드가 등장한다.
<출처> 출판사 미래의 창 공식 블로그
2019년 한국을 사로잡을 총 10가지의 트렌드 중 가장 첫 번째가 다. 이제 뭔가를 하려면 두루뭉술하게 이 사람 저 사람 다 쓸 수 있는 상품이나 테마는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확실한 컨셉을 내세울수록 치명적인 매력으로 무장하게 되고, 그런 매력이 있는 곳에는 강렬한 충성심을 가진 마니아가 형성된다. 비록 소수의 마니아들일지라도 그 입소문이 퍼지고 퍼져 더 큰 시장을 열어주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를 선택해서 소비하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이유가 컨셉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2019년엔 ‘마케팅 대신 컨셉팅하라’는 말이 업계에 공공연하다. 사실 ‘컨셉팅’이라고 해서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롭거나 독특한 것을 내세우라는 의미는 아니다. 타깃으로 삼은 대상이 이건 완전 내 스타일! 내 꺼!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정밀한 구획지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승전결 대신 기승전 ‘컨셉팅’의 시대, 이런 시대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감수성을 쭉쭉- 캐치할 수 있는 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처> 출판사 미래의 창 공식 블로그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일찍이 시장의 진화를 3단계로 설명했다. 물건이 부족하니 좋은 상품만 만들면 잘 팔렸던 1.0시장, 공급이 넘쳐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했던 2.0시장, 그리고 도래한 3,0시장은 공감과 소통을 통해 소비자의 영혼마저 감동시켜야 하는 시대라고 한다. 저렴한 가격 혹은 유명한 브랜드보다는 내 취향에 맞고 주관적인 만족을 원하는 세대에게 소통과 참여는 브랜드와 찰떡같은 연결고리를 맺어준다. 셀카 한 장을 찍더라도, 잠시 떠난 반나절 여행에도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컨셉팅이 중요한 컨셉러(컨셉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라는 뜻의 신조어)들이 원하는 매력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셀카 한 장을 찍어도 특별한 상황을 연출해 만족감을 누리는 컨셉러들 <출처> 비디오블락 이미지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컨셉! 우리 생활 곳곳에서 컨셉러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컨셉팅’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여행을 예로 들어보자. 여행만큼 짧은 시간에 행복을 누리는 일도 드물다. 하지만 여행에 대한 조언들은 차고 넘치지만 누구와 어떻게 즐겨야 할지 컨셉에 대한 조언은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대사처럼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같은 컨셉에 열광하는 이들에겐 어디로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어떤 컨셉으로 가느냐가 여행지를 낙점하는 기준인데도 말이다. 그런 감성을 포착한 모두투어에서는 아예 ‘컨셉 투어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고 있다. 인기 셰프와 함께 하는 미슐랭 투어, 프로야구 인기구단의 원정 응원을 하는 프로야구 투어,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힐링 투어까지, ‘컨셉’을 테마로 잡은 여행들이 무궁무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실 이전에도 이 비슷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왜 없었을까 만은, 이렇듯 정확하게 콕 집어 ‘컨셉’으로 드러내주니 더 그럴듯하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컨셉을 소비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흔쾌히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이다.
<출처> 모두 투어 공식 블로그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컨셉팅’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물건이라도 다르게, 같은 물건이라도 재미있게 보이도록 감성을 더한 것이 바로 컨셉팅이다. 이런 컨셉팅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마치 어깨동무 하듯 공감대를 잘 형성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9월 6일부터 2박 3일간 대구에서는 전국최초의 청년축제가 열렸다. 입시지옥에서 탈출했더니 취업지옥에 다시 갇혀버린 청년들, 그들은 어떤 대학을 원할까. 축제에 참가할 청년들의 감성을 진단한 주최 측은 제대로 된 컨셉팅을 세상에 내보였다. 그것이 바로 ‘0대학 아무과 대잔치’이다. 노력 제로, 등록금 제로, 평가 제로, 스트레스 제로, 위아래 제로를 컨셉으로 내건 이 축제는 현재를 사는 많은 청년들의 감성을 대변해 주었기에, 큰 호응을 얻으며 마무리됐다.
<출처> 2019 대구청년주간 홈페이지
‘저희 회사는 이런 회사입니다.”저희 상품은 즐거운 여행을 보장합니다.’이제 이런 말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는 시대다. 어떤 컨셉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접근할지 그 방향설정부터 명확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자기 정체성이 변화됐기 때문이다. 그저 남이 사니까, 그저 남이 가니까 따라하는 보편적인 감성이 아니라 나만의 개인적인 감성, 즉 ‘갬성’을 추구하는 컨셉러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직관적인 감성, 순간적인 미학, 어설프지만 가볍고 즐거운 컨셉에 능동적으로 반응한다.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승전 컨셉팅의 시대, 자신의 브랜드에 확실한 컨셉팅을 더해 2019년 소비시장을 사로잡을 다크호스가 은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