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목차보기
문화리뷰
Print Friendly, PDF & Email
Offstage of Jang Kyung Guk
류병학 / 미술평론가

지난 8월 30일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에서 장경국의 개인전이 오픈했다. 1994년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장경국은 2007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2007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선정되어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따라서 이번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의 『장경국의 오프스테이지』는 13년 만에 열리는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인 셈이다. 따라서 그는 이번 개인전에 2007년부터 신작에 이르는 15점(신작 8점과 구작 7점)을 전시해 놓았다. 말하자면 이번 그의 개인전은 작가의 13년간의 화업을 조망하는 기획전인 셈이다.

필자는 장경국의 작품을 보자마자 감동했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먼저 다가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그의 작품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필자가 본 장경국의 작품들은 일종의 ‘인물화’였다. 그의 ‘인물화’는 필자의 마음을 격하게 흔들어놓았다. 그렇다! 그의 ‘인물화’는 필자의 심장에 꽂혀 있다. 지금도 당시 그의 ‘인물화’를 보면서 느꼈던 전율이 그대로 살아있다. 필자는 그의 ‘인물화’에서 군더더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의 ‘인물화’는 소박하고 담백하지만 밀도감 있게 표현되어져 있어 필자의 뇌리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종종 인생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 보곤 한다. 인간의 삶에 대한 회의는 결국 자기 자신으로 돌아간다. 나는 누구인가? 하지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에서 중도 하차한다. 물론 우리는 잊을만하면 다시 자신을 찾는 여정을 재시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매번 그러했듯이 다시금 자신 찾기 여정에서 하차한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중얼거린다. 그런데 장경국의 작품은 꾸준히 자기 자신을 탐구한다는 점이다. 이번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에 전시된 2007년부터 신작까지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이를테면 그의 ‘인물화’는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 없이는 도달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말이다. 어떻게 그는 인간을 꾸준히 탐구할 수 있는 것일까? 도대체 지칠 줄 모르는 자기 탐구의 ‘힘’은 어디에서 기인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가 자기 성찰을 통해 깨달은 바는 무엇일까?

장경국_인간풍경-습작_oil on canvas_116.8x91cm. 2007
장경국의 작품들은 관객에게 예견하지 못한 뜻밖의 ‘사건’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관객은 ‘돌발상황’에 충격을 받는다. 필자는 장경국의 「인간풍경-습작」(2007)을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일종의 ‘열쇠’로 본다. 그것은 언 듯 보기에 마치 인간들이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탑을 구축하려는 일종의 ‘인간 피라미드’로 보인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인간 피라미드’는 인간들의 ‘협동’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관객이 그림으로 한 걸음 들어가면 인간들이 서로 ‘협동’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 ‘방해’하는 것으로도 보인다는 점이다. 그것은 언 듯 보기에 사람들은 서로 협동하여 ‘인간탑’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마치 서로 잡아당기고 있는가 하면 올라가려는 사람을 못 올라오게 막는 사람들로 뒤엉킨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하자면 장경국은 인간의 지지와 질투 그리고 배려와 시기를 절묘하게 버무려 놓았다고 말이다. 왜? 왜냐하면 그의 눈에 인간은 부조리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장경국이 ‘무대(화폭)’에 연출한 인간들의 돌발상황은 모순되는 두 모습을 지닌 인간의 부조리한 상태이다. 따라서 관객은 그의 작품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순되는 두 모습을 마치 ‘거울’에 비추듯 보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괴리감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장경국은 관객에게 ‘부조리를 의식하며 살아가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장경국_인간풍경 _oil on canvas_130x97cm.2008
장경국의 「인간풍경」(2008)은 3명의 남자를 그린 그림이다. 3명의 샐러리맨(salaryman)은 학교동문의 동창으로 보인다고 말이다. 3명의 동창은 사진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 그들은 동창 모임을 기념하기 위해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란 말인가? 기념(記念)은 ‘뜻깊은 일이나 사건을 잊지 않고 마음에 되새김’을 뜻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기념 촬영할 때 흔히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띤다. 그런데 기념촬영을 하는 그들의 표정은 무표정이다. 그들의 표정은 무표정이지만 왠지 지쳐 보인다. 특히 그들이 와이셔츠에 착용한 넥타이를 보면 한결같이 느슨하다. 그들의 느슨한 넥타이 착용은 그들의 갑갑한 심정을 암시한다. 무엇이 그들을 답답하게 한 것일까? 도대체 동창회 모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명의 동창들 중에 두 사람은 서 있고, 한 사람은 의자에 앉아있다.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은 눈을 감고 있고, 키가 작은 사람은 정면을 주시하는 반면, 그보다 키가 큰 사람은 시선을 우측으로 향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들은 한결같이 다른 시선을 드러낸다고 말이다. 그 각기 다른 시선은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닐 수 없다!
장경국_몽상가_oil on canvas_193.3x130cm. 2014
장경국의 「몽상가」(2014)는 마치 유토(plasticine)로 조각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그 곁은 작가의 ‘손맛’을 한껏 뽐낸 작품으로 보인다고 말이다. 따라서 관객이 그의 「몽상가」를 본다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그리고 관객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관객은 마치 꿈틀거리듯 살아 있는 숲에서 누군가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이 마치 신들린 사람 마냥 그의 「몽상가」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또다시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장경국의 「몽상가」가 요철이 있는 부조가 아니라 평평한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회화라는 것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경국의 「몽상가」는 명암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양감과 질감을 생생하게 드러내어 조각적인 회화를 표현해 놓았다. 따라서 그의 「몽상가」는 회화가 아니라 마치 채색된 조각처럼 보인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들은 장경국의 「몽상가」가 세심하게 연출된 것임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그것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말이다. 작가는 그림 하단에 ‘휴먼스케이프 – 드리머(Humanscape – A dreamer)’라고 새겨/그려놓았다. ‘몽상가’ 장경국은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혹 그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오늘날을 ‘새로운 야만시대’로 본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야만시대’는 인간성을 말살하는 자본주의 시대를 뜻한다. 따라서 그는 모든 것을 ‘돈’으로 가치평가 하는 자본주의라는 야만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위버맨쉬(Ubermensch)’을 꿈꾼다. 그렇다면 그의 「몽상가」가 다름 아닌 ‘초인’이 아닌가?
장경국_면접대기실의 대기자_oil on canvas_130x97cm. 2018
장경국은 관객에게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진 인간’을 촉구하는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치통’을 앓고 있는 모습과 면접 스트레스를 받는 이를 ‘짬뽕’시켜 그린 그의 「면접대기실의 대기자」(2018)와 힘껏 방망이를 휘두르는 선수의 유니폼에는 단 한 번도 구장에 나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지 못한 벤치에 앉아있는 ‘스페어(spare)’라는 단어가 새겨진 「만년 후보」(2018) 그리고 토슈즈(toe shoes)를 벗고 발을 마사지하는 무용수의 발이 토슈즈보다 커져 버린 「무용수-만년 엑스트라」(2018) 또한 평생 일만 하다 대머리가 되어 가발을 쓰고 직원들에게 ‘꼰대질’하는 이를 그린 「내가 말이지…」(2018)가 그것이다.
장경국_인간풍경-리허설_oil on canvas_227.5x160cm. 2019
이번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에 장경국은 대작 「인간풍경-리허설」(2019)도 전시되어 있다. 그것은 서로 엉켜있는 다섯 사람을 그린 그림이다. 맨 아랫사람은 백색 런닝구를 입고 있는 반면, 맨 윗 사람은 정장을 입고 있다. 장경국의 대작은 구작인 「인간풍경-습작」을 떠올리게 한다. 왜냐하면 정장을 한 사람은 두 손으로 사람들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반면, 맨 아래 사람을 발로 밟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정장을 착용한 사람이 어디선가 본 듯하다. 그렇다! 그는 ‘치통’을 앓고 있는 모습과 면접 스트레스를 받는 이를 그린 그의 「면접대기실의 대기자」와 닮았다. 그렇다면 「면접대기실의 대기자」가 면접을 통과해 높은 지위를 가지게 된 것이란 말인가? 물론 「인간풍경-리허설」에 등장하는 정장 입은 사람이 「면접대기실의 대기자」로 전락한 것으로도 읽혀질 수 있겠다.
장경국의 작품들은 슬픔이 많은 이들을 등장시켜 놓았다. 그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허망하게 보인다. 하지만 장경국은 관객에게 ‘부조리’를 향해 반항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관객에게 ‘자유’라는 무기로 부조리를 응시하라고 말한다.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의 장경국 개인전은 9월 29일까지 전시된다. 그리고 10월 4일부터 10월 25일까지 갤러리 동원에서 장경국 개인전 『온스테이지(Onstage)』가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