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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예술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다,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재개관 기념 페스티벌
이희주 / 작곡가, 아트그룹 AMuse 대표
1990년 개관한 대구문화예술회관은 공연장을 비롯하여 전시관과 예련관, 야외음악당(현, 코오롱야외음악당), 방짜유기 박물관, 역사관 등을 개관해 오면서 대구문화예술 발전에 큰 버팀목이 되어왔다. 특히, 팔공홀과 비슬홀은 수많은 공연예술을 선보이면서 대구 공연예술 발전에 큰 구심점 역할을 맡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2003년 개관과 함께 아시아 오페라 허브로서 자리 잡은 대구오페라하우스, 2007년 개관 이래 명품 클래식 공연장으로서 역할을 선보인 수성아트피아, 2011년 대구시민회관의 리노베이션으로 세계적인 음향을 자랑하는 공연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구콘서트하우스를 필두로 대구 지역마다 공연장이 들어서기 시작하였고, 그동안의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역할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구문화예술회관은 공연예술의 발전을 위해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줄 비전과 전략이 필요했고, 그 일환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은 2년간의 리모델링을 통해 다목적 공연을 위한 전문공간으로써 새로운 모습으로 지난 8월 15일 재개관을 알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지난 8월 15일부터 9월 5일까지 기념 페스티벌을 개최하였고, 다양한 공연문화를 선보일 수 있는 다목적 공연장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하였다.
그중 필자는 각각 다른 장르로서의 큰 특징을 보이는 시리즈Ⅲ 기념음악회 「Dream Start」, 시리즈Ⅳ 타악페스타 「태양을 두드리다」, 시리즈Ⅴ 해외초청극 안톤 체호프의 「이바노프」를 관람하였고, 이 공연들을 통해 팔공홀의 새로운 비상을 꿈꿔보았다.
팔공홀 재개관 기념 페스티벌 시리즈Ⅲ 기념음악회 「Dream Start」
Dream Start (출처: 대구문화예술회관)
지난 8월 15일, 재개관을 알리는 뮤지컬 「깨어나는 전설 바데기」, 8월 20일 인문학 극장 「깊은 시선」을 필두로 27일에는 클래식 음악으로 구성된 기념음악회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팔공홀에서의 공연을 많이 관람하였고, 홀이 가지고 있는 구조와 음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공연은 재개관을 통해 음향을 포함한 무대의 메커니즘이 얼마나 달라졌냐는 기대를 안고 공연을 관람하였다.
현재 영국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준성의 지휘와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CM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A. Dvořák「카니발 서곡, Op. 92」가 화려한 서막을 알리듯 힘차게 연주되었다. 인생의 기쁨을 표현한 이 작품은 팔공홀의 새로운 도약의 시작을 알리듯 생동감이 넘쳤으며, 음향적인 측면을 생각한다면 클래식 전문 공연장에서 느끼는 깊은 울림은 부족하였으나 다목적 공연을 생각한다면 무대 컨디션도 나쁘지는 않았다.
Dream Start (출처: 대구문화예술회관)
이어서 P. I. Tchaikovsky의「바이올린 협주곡 D 장조, Op. 35」가 바이올리니스트 유슬기의 협연으로 연주되었다. 현대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협연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오케스트라의 장쾌함이 조화를 이루어 음악적인 화려함과 깊이를 더해갔다. 그녀의 연주는 팔공홀의 새로운 발돋움을 알리듯 무대와 객석 구석구석까지 부드러우면서도 폭넓고 깊이 있게 전달되어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인터미션 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약 90여 명의 성악가로 구성된 대구성악가협회의 갈라 콘서트가 이어졌다. G. Verdi의 「축배의 노래」, G. Rossini의 「나는 이 거리의 제일가는 이발사」, G. Bizet의「하바네라」, J. Strauss Ⅱ의 「친애하는 후작님」등 잘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들을 선보였고, 성악가들의 자유로운 무대 연출과 표현은 변화된 팔공홀의 무대를 잘 활용하였다. 눈에 띄는 것은 정비된 무대 상하부와 승강무대 설치, 무대 좌우 공간의 확장으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팔공홀의 무대를 잘 활용하여 흥미로운 연출로 청중들과 조금 더 가깝게 호흡하듯 음악의 재미를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박태준의 「동무생각」은 작금의 대구 음악계의 활발한 움직임을 있게 해 준 음악인들과 그 움직임에 함께 있었던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존재를 생각하게 만든 무대로,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의 하나 된 하모니는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달하였다.
팔공홀 재개관 기념 페스티벌 시리즈Ⅳ 타악페스타 「태양을 두드리다」
태양을 두드리다 (출처: 대구문화예술회관)
8월 30일에 개최된 타악페스타는 팔공홀의 다목적 공연홀의 기능과 활용 가능성을 가장 잘 나타내 보인 연주회였다. 1986년 창단 이래 개성 있는 스타일과 현대적 감각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장유경 무용단의 「날이 밝아오다」는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 담긴 연출로 팔공홀의 새로운 시작과 여명을 밝히듯 이날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태양을 두드리다 (출처: 대구문화예술회관)
장유경 무용단의 공연이 정적이었다면 동적인 움직임과 음향, 화려한 무대 연출과 효과로 청중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동서양 타악기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국악타악기를 기반으로 새로운 트렌드의 공연을 선보이는 타악집단 일로, 청년타악기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음악을 함께 즐기는 연희집단 오락, 아프리카 음악과 춤으로 젊은 에너지를 선사하는 포니케, 한국의 정서가 녹아든 독특하고 새로운 삼바 연주로 주목받고 있는 라퍼커션이 출연하여 동서양의 화합과 새로운 태양의 출연을 기념하듯 화려한 축제의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와 화려한 조명, 대중음악 공연에도 걸맞은 음향과 영상연출 등 팔공홀의 새로운 모습이 잘 구현된 이번 공연은 청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숨 쉬는 공간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나아가 대구공연문화의 밝은 미래와 넘치는 에너지를 알리는 문화축제의 장이었다 하겠다.
팔공홀 재개관 기념 페스티벌 시리즈Ⅴ 해외초청극 안톤 체호프의 「이바노프」
이바노프 (출처: 대구문화예술회관)
지난 9월 5일,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이바노프」가 해외 초청극으로 대구시민들을 찾아와 재개관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했다. 대구연극협회 국제공연문화교류 콘텐츠사업의 일환으로 찾아온 이 작품은, 담담하게 극을 풀어내는 러시아 국립 막심 고리키 극단의 연출로 연극 애호가들의 발길을 잡았다. 아마도,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접하고 그의 문학적 깊이를 이해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이바노프 (출처: 대구문화예술회관)
이 작품은 삶에 지친 주인공 이바노프를 중심으로 삶의 외로움과 공허함, 죽음과 삶 가운데의 갈등 등을 나타낸 작품으로 안톤 체호프의 작품에서 보이는 언어의 예술성이 여실히 보인 무대였다. 또한, 팔공홀의 음향은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에도 아주 좋았으며, 심플하게 이어지는 무대전환은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아쉬웠던 점은, 러시아어로 공연되는 이번 연극에서 번역이나 자막의 전환 등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었고, 그 아쉬움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약간의 저해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생애에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만나게 된 귀한 시간이었으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삶을 이 연극을 통해 내 나름 해석하며 보게 된 흥미로운 시간이었음은 틀림없다.
문화예술회관의 비전과 전망
2년간의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탄생한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은 장르의 구분 없이 공연 가능한 다목적 공연홀로서의 위상을 드러냈다. 외관과 함께 공연장 로비의 모습이 쾌적하고 밝은 느낌으로 리모델링되어 공연장을 찾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조금 더 넓게 확보가 되었으며, 객석 또한 말끔히 정비되어 모두를 위한 공연장의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무대의 변화이다. 무대 상하부의 정비, 현대식 전환 장치, 승강무대 설치 등 현대식 메커니즘으로의 변화는 뮤지컬, 인문학 강의, 클래식 음악회, 연극, 대중음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물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대구지역 문화의 중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고, 2년간 진행된 팔공홀의 리모델링은 새로운 공연예술문화의 시대에 발돋움하기 위한 신호를 알리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안목으로 공연예술의 산업적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대구문화예술을 선도하는 다목적 공연장으로서의 품격을 지켜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