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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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경쟁력 강화
김형국 / 수성아트피아 관장
– 대구의 경쟁력

우리 대구는 문화경쟁력이 있는 도시인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도 경쟁력을 계속 가지기 위해서는 어디에 우선해야 하는가? 대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갖춰진, 문화에 있어서는 경쟁력이 확실한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구의 경쟁력은 사람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는 오페라하우스,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콘서트하우스와 최근 리모델링을 끝낸 문화예술회관 그리고 8개구군의 공공극장 등 다양한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대구미술관을 비롯한 많은 전시 공간 그리고 국립대구박물관과 역사관, 문학관 등 하드웨어는 어느 도시 못지않다. 양대 공연 축제인 뮤지컬과 오페라 그리고 시와 구군·민간의 영역에서 다양한 공연·축제와 전시를 열고 있다.

이처럼 풍부한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수준 높은 공연·축제·전시가 연중 열리는 곳이 대구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서울 다음으로 많은 대학에서 관련 전공자를 계속 배출하고 있고 특히 어려운 시절에도 예술에 헌신한 수많은 선배들, 빛나는 예술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그런다. “대구에서 인정받아야 전국적으로 인정받는다.”고 — 이는 대구 문화예술인의 수준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말이다.

작품제작 능력은 그 도시나 공연장의 수준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대구는 부산, 광주, 통영 등 타 도시와 비교해보면 대구의 아티스트가 작품제작의 중심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점은 타 지역에서 굉장히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르 간 그 편차가 있다.

– 독일 칼스루에

일전에 독일 서남부 `바덴`주의 주도 칼스루에(Karlsruhe)를 다녀왔다. 인구 30만 정도의 소도시(?)에 매년 25만 명의 관객이 몰리는 음악축제(Das Fest), 세계 4위의 박물관에 랭크된 전시·미디어 센터 ZKM과 미술관 등 문화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온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오페라, 발레 극장이 있다. 우리가 흔히 칼스루에 극장이라고 부르는 바덴 국립극장(Badisches Staats Theater)에는 오페라단·합창단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행정인력까지 무려 7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 극장에서 만드는 오페라와 발레 작품을 중심으로 가을부터 이듬해 초여름까지 매일이다시피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대부분의 공연은 매진사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연이 완벽하지 않다하더라도 아낌없는 기립박수로 화답하는 관객이 있다.

칼스루에 시의 이런 현실은 매우 부러운 것이다. 잘 갖춰진 하드웨어에 그 도시의 예술가를 중심으로 작품을 만들어 연간 시즌제로 공연을 이어가고 그것을 사랑해주는 관객이 있다는 것은 이상향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대구는 부족하나마 이런 기능을 일부 갖추고 있고 타 도시에 비해 그 시스템이 더 활발히 작동되고 있다. 다만 현실적 여건상 필요충분조건을 다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대구는 뮤지컬을 제작 및 유통시킬 수 있는, 거기에다 시장까지 만들어 낸 도시다. 그리고 아시아 유일의 국제오페라 축제를 통하여 대구산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내고 있다. 다만 메이드 인 대구,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 생산이 더 많이 요구된다는 숙제는 남아 있지만 오페라와 뮤지컬은 대구를 대표하는 장르로서 순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장르간 균형

최근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찍고 옹녀`를 보았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소리꾼 김준수가 조역을 맡아 열연을 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작품의 호불호를 넘어 밴드 `두 번째 달`을 통해서 전국적 인기를 얻고 있는 김준수가 작은 역을 맡을 정도로, 어느 것 하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부러웠다. 대구에 이런 좋은 소리꾼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아쉬운 점이다.

나는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다운 면모를 더 잘 갖추려면 국악의 판이 더 커져야 한다.”고 공·사석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다. 대구시립국악단에 많은 인재가 있어 국악기에는 발군의 연주자가 많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좋은 소리꾼의 저변이 얕다는 것은 국악을 상품화 하는데,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큰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이 개선되어야 대구 문화예술 구도의 균형을 갖추게 된다고 본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시스템 구축 그리고 이것을 만들기 위한 투자가 매우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그리고 대구는 통영에 이어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에 가입되어 있다. 여기에 2개 도시 이상 가입되어 있는 나라는 이탈리아, 독일 그리고 한국 정도다. 통영은 윤이상이라는 강력한 콘텐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거기에 비해서 대구는 특정한 킬러 콘텐츠보다는 `서양음악을 일찍이 받아들였다. 전쟁 중에도 문화예술이 끊이지 않은 도시. 특히 수준 높은 공연 축제가 다수 열리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들었다. 이런 폭넓은 저변을 가졌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하드웨어나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예술에 헌신하는 대구인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 수성아트피아

수성아트피아는 중점운영방안으로 발레, 월드뮤직페스티벌 그리고 월드클래스의 클래식 솔리스트. 기본운영방안으로 지역 예술계와 함께, 아카데믹한 공연문화 조성. 이렇게 투 트랙으로 운영하고 있다. 발레는 최고 수준의 작품을 초청함과 동시에 지역 발레단을 도와 작품제작에 힘을 보태고 있다. 월드뮤직은 대단히 설득력 있는 음악과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장르로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것을 대구에 정착 시키고자 우리는 의지를 가지고 이 축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미 두 번의 페스티벌을 통해서 대구에 또 하나의 음악축제로서 가능성과 당위성을 입증했다고 본다. 클래식은 조성진, 크리스티안 짐머만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월드클래스의 솔리스트를 중심으로 초청 공연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공연장으로서 진정한 기획이란 초청공연보다는 지역 예술가와 함께 무엇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 아티스트를 적절하게 초청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역이 가진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즉 대구 예술인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들이 가진 매력을 어떻게 확대 재생산 할 것인가! 이것을 찾아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의 자산은 점차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결국에는 우리의 정체성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스타 만들기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대구의 스타를 키워야 한다고,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말이다. 하지만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에는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의지를 가지고 하지 않으면 쉽지가 않다. 그리고 스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원으로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재교육 시스템(이를테면 정통한 음악코치 등)이 필수적이다. 우리 대구의 취약한 부분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국악전용공연장, 대구시립박물관 등 아직도 조성해야할 하드웨어는 많겠지만 문화예술 관련 시설은 활용하기에 따라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구의 문화경쟁력은 사람에 있는 만큼, 여기에 정성을 쏟아야 우리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서만이 예술인이 행복한 도시, 행복한 예술인에 의한 아름다운 예술이 계속 살아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