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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 무용
디퍼런트 시리즈
Nature & Human <品 品 品 자연과 인간>
안지혜 / 경북대 디지털미디어아트 박사 수료 / 대구시립무용단 상임단원
자신의 예술적 견해와 철학이 분명한 예술가 4명이 모였다. 무용, 음악, 영상과 필름 그리고 미학. 서로의 예술적 내공을 일치감치 알아챈 4명의 예술가들은 바라보는 눈빛에서부터 신뢰가 묻어났고 거기에 솔직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예술작업으로 시작된 만남이 결국 담백한 인간적인 관계로 발전한 셈이다.
예술활동을 하다 보면 신뢰를 바탕으로 예술적 지향점이 맞는 타 장르의 동료를 만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예술가로서 상대를 존중하는 법을 알고 있고 확장된 사고로 서로의 예술장르를 이해하는 순발력도 감각이 있다. 자신의 예술철학에 더해진 실험정신도 서로 닮아 있다. 한마디로 통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며 의리까지 겸비했으니 그들의 예술적 실험정신은 짐작컨대 상상만으로도 이미 저 우주 끝을 다녀왔으리라 생각된다. 예술로 소통하는 그들의 시간은 얼마나 흥미진진 했을까.
기성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창의적인 융합을 지향하는 멀티아트 실험 플랫폼으로 설립한 예술연구소 디엠피에이 ARTLab_DMPA는 지난 5월에 소수 장르인 현대음악을 알리고 창작 저변을 확대시키는 대구 콘서트 하우스 디퍼런트 시리즈의 일환으로 자연과 인관의 관계를 바라보는 작업을 무대에 올렸다.
자연.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저절로 이루어진 모든 존재나 상태를 의미하는 말 그대로 자연. 그 자연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견해들은 매우 다양하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견해를 넘어 4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이들이 해석하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었다.
이들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오늘날 예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하고자 멀티아트 시리즈로 자연과 인간을 시품(詩品)을 통해 재해석하여 구성하였고 자연과 인간의 격(格)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시품은 동양의 시학(詩學)과 이십사시품(二十四時品)을 기반으로 6개의 대목(자연, 형용, 함축, 동, 기려)을 통해 자연과 인간 양 방향의 관계에 대한 예술의 탐구로서 자연과 인간사이의 공간을 “멀티아트”융합의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감상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인간에게서 품어져 나오는 품격. 격이 다른 작품. 사람과 자연의 품. 여러 가지를 연상하게 하는 품으로 자연과 인간에 대해 4명의 예술가가 각자의 해석을 한 공간에 담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객석에 등장하니 4명의 출연진 모두가 무대와 객석에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처럼 있었고 관객이 인사를 건네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그저 자신들의 공간에 손님이 찾아온 것 같은 느낌으로 관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무대 위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글 쓰는 작업을 하던 미학자 남인숙 대표가 객석으로 내려오면서 공연은 시작되었고 작품의 부제에 쓰였던 품에 대한 이야기들이 영상으로 채워지고 현대음악가 서영완의 음악으로 공연이 온전하게 시작되었음을 느끼게 했다. 그가 작곡한 음악의 파장에 의해 흔들리는 작은 식물은 무대 위 책상 위에 함께 놓여 있는 작은 스피커의 진동으로 인해 흔들렸고 영상과 필름을 작업하는 황인모 작가가 객석에서 등장해 카메라로 작은 식물에 포커싱을 맞추고 무대 뒤 전면에 식물의 흔들림을 실시간 투사하여 서영완의 음악을 자연으로 확장시켜 관객에게 전달했다. 작곡가 서영완의 음악에 시너지를 입힌 듯 무대구성이 꽤 인상적이었다. 인간 삶에 함께 존재하는 자연에 대한 의식을 깨우는 시도였을까. 어찌 보면 자연은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움직임으로 쉼 없는 영향을 받아 변화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있었지만 인간들은 자연에 대해 본의 아니게 무신경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에 맴돌았고 자연에 대해 사색하게 하는 무대였다.
데이비드 린치가 인터뷰했던 내용 중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의 확장 범위는 무한하다는 점에 대한 나레이션을 사용함과 동시에 서영완 작곡의 피아노 연주가 더해질 때에는 숨죽이는 집중력으로 같은 예술가로서 상념에 잠기게 하는 시간을 주어 나를 묘하게 집중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어 등장한 현대무용가이자 대구시립무용단의 예술 감독으로 재직 중인 김성용 감독은 말없이 책상 위를 바라보다가 마리오네트 인형을 들고 친구처럼 내려놓고 옆에 앉아 바라본 후 서서히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자연과 인간’이란 작품이 시작된 후 청각이 주가 되는 표현방식으로 ‘자연과 인간이’ 전개되었고 작품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인간의 몸이 표현하는 농익은 움직임의 감정선은 관객의 시각을 고정시켜 관객의 감성에 훅 들어왔다. 그의 호흡과 함께 움직임이 주는 힘은 절제되어 있지만 강렬했다. 작곡가 서영완의 음악과 황인모 작가의 영상은 생각하게 만드는 힘으로 관객을 집중시켰다면, 대구시립무용단 김성용 감독의 춤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감정을 건드리는 힘이 있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해 관객이 품을 수 있는 포인트가 달랐다.
관객에게 자연과 인간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예술로 이야기하듯 공연이 이어지고 다음 전개가 궁금해질 때 즈음. 무대 위 이미 열려져 있었던 그랜드 피아노의 현을 손으로 건드려 연주하는 작곡가 서영완의 음악은 존 케이지의 프리페어드 피아노와는 전혀 다른 서영완의 음악적 도구로 보였고 그의 사운드는 늘 그랬듯이 감각적이었다. 피아노 현을 연주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무대 뒤 배경에 투사하는 황인모 작가의 작업은 또다시 서영완의 음악을 감각적으로 감상하게 했다. 이어 황인모 작가의 작업실에 있던 커피 볶는 기계가 무대 위에서 일정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황인모 작가가 등장해 커다란 사진을 책상 위에 펼쳐 놓는다. 이 사진은 황인모 작가가 드론으로 직접 촬영한 자연 생태계 사진으로 인화된 사진을 손에 들고 객석에서 등장했다. 펼쳐진 사진에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실시간으로 무대 뒤에 투사하며 자신이 촬영한 넓고 광활한 자연 속 곳곳에 숨어 있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을 찾아 사진에 표기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은 황인모 작가가 평소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의식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으며 환경운동가로도 비춰졌다.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에 대해 황인모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마치 어두운 밤 자신의 작업실 한켠에서 익숙한 커피머신을 작동해 놓고 자연에 대해 사색하는 그의 모습이 무대로 옮겨진 듯한 느낌이었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어진다는 생각으로 기분이 착잡할 때 즈음. 4명의 출연진 모두가 슬금슬금 한 명씩 나와 무대 끝에 걸터앉아 제스처로 컨택을 한다. 말없는 대화를 하듯이. 간단하지만 위트 넘친다. 이들의 말없는 제스처에는 그들의 성품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으며 그들이 예술가로 만나 나누었던 우정이 녹아있는 가장 인간적이며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실없는 웃음을 유발하게 하는 그들만의 풍류로 자연과 인간이 작품으로 제작되기까지 그들이 느낀 감정을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무대 위에 등장한 4명의 예술가들은 공연 내내 처음부터 모두 맨발이었다. 어쩌면 무용 이 외의 장르의 예술가들은 익숙하지 않았을 터인데 익숙한 듯 맨발로 공연하며 전시하는 그들의 모습은 관객에게는 진솔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비춰졌으리라 생각된다.
그릇에 담은 생각. 생각을 그릇에 잘 담는다. 품품 작품.
品 品 品_자연과 인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 미학자 남인숙 대표의 품성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4명의 예술가 중 유일한 공연예술장르 예술인. 대구시립무용단의 김성용 감독은 무대 구성과 작품의 틀을 잡는 역할에 충실히 하여 김성용 감독 특유의 감성이 무대 곳곳에 묻어 있었다.
디렉터 남인숙
안무 김성용
음악 서영완
영상·필름 황인모
비주얼디렉터 송영건
그들은 담백하고 맑은 실험정신으로 자연과 인간을 예술작품으로 우아하게 걸맞는 품새와 그 격조로 관객의 품에 들어왔다.
예술로 노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그들의 품에서 자연과 인간을 품을 수 있었기에 오늘의 예술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