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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이프 ‘공연’ 관람 팁
<클래식/오페라 편>
김보람 / 월간<대구문화>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화되면서 ‘여가 시간의 활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 단연 먼저 거론되는 것이 ‘#문화생활’로 불리는 예술 장르를 즐기는 것이다. 그간 먹고 사는 문제에 파묻혀 돌보지 못했던 마음과 정신을 고양시키는 문화예술. 이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는 시대가 도래 했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참 매력적인 도시다. 문화 도시 대구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 향유는 물론, 최신, 최상의 공연 문화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간적 여유와 풍부한 문화적 토양 위에서 ‘워라밸’로 불리던 Work(일)과 Life(삶, 여가)에 드디어 밸런스가 맞춰지는 듯싶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밸런스’는 시간의 측면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에 투자한 만큼은 아닐지라도 문화를 즐기는 데에 드는 ‘노력’도 밸런스를 필요로 한다. 풍성하게 차려진 공연들을 맛보기 전, 관람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숙지하는 것은 문화 시민의 기본 덕목이다. 가볍게는 공연장 에티켓에서부터, 실질적인 공연 정보를 구하는 창구, 할인 혜택, 그리고 공연을 보는 눈을 키우는 법까지 다양한 단계가 존재한다. 이처럼 관람의 팁이라는 방대한 영역 가운데 대구에서 주로 펼쳐지는 공연 장르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관람 팁을 두 차례에 나누어 소개한다.
# 공연 감상 팁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대표 장르, 클래식
지인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방문한 카페에서 왠지 모를 어색한 기분이 든다. 앗, 음악이 없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가는 식당, 카페, 상점 등에서는 쉴 새 없이 음악이 흘러나왔다. 버스나 지하철에 올라도 사람들은 십중팔구 이어폰을 낀 모습이다. 음악으로 둘러싸인 시대를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러한 수요와는 반대로 음악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은 오히려 급격히 줄었다. 음악 감상만을 위해 한 시간 이상을 내는 일은 현대 사회에서 사실 엄청난 일이다. 따라서 이제는 예술에 다가가는 것은 돈과 시간의 여유이기보다, ‘마음의 여유’에 달렸다고 본다.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클래식의 경우는 더하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반복적으로 시도한다면 조금씩 듣는 귀가 열릴 것이다. 클래식 공연 감상 전, 마음 한 편에 반드시 ‘인내심’을 챙겨가기를 권한다.
* ‘인터미션’이라는 유용한 시간
공연 중 휴식 시간에는 전반부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이때 말할 거리들을 미리 찾으면서 듣는 것은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음악 자체에 대한 전문적인 감상을 찾을 필요는 없다.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니 그저 공연장 전체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찾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호흡 맞추었는지, 연주회장이 소란스러웠는지, 연주자들에게서 피곤함이 느껴졌는지 활력이 넘쳤는지, 이런 것들이 바로 소재다. 동행이 없을 시, 객석 앞뒤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감상평을 주워듣는 것 역시 재미요,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방법이다.
* 연주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특히 유심히 볼 것은 연주를 진두지휘하는 지휘자다. 지휘자의 모든 제스처가 즉각 연주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WOS)에 참여한 재팬필하모닉 연주에서는 지휘자 에이지 오우에의 퍼포먼스가 화제가 됐다. 과하리만큼 커다란 그의 지휘 스타일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휘자의 지휘가 활기에 차 있으면 자연히 오케스트라 소리도 생동감 넘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또, 지휘자의 오른쪽 맨 앞에 앉는 콘서트마스터(바이올린)는 오케스트라의 중심인 현악 파트를 이끄는 사람으로, 그의 활의 보잉을 살펴보는 것 또한 전체 연주의 핵심을 가늠할 좋은 지표가 된다.
(왼)지난해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WOS)에서 춤을 추듯 열정적인 지휘를 펼친 재팬필하모닉의 지휘자 에이지 오우에
(우)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 모습.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의 오른쪽 맨 앞(화살표)이 콘서트마스터의 자리다. 현재 엄세희 수석 바이올리니스트가 맡고 있다.
* 사전 예매 필수인 작곡가들
우리나라 공연장에서 가장 사랑 받는 작품을 꼽으라면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베토벤 순이다. 특히 이처럼 유명 작곡가의 대표작 공연은 프로그램 공개만으로도 티켓 판매율이 90퍼센트 이상이라고 하니, 이들의 곡이 보인다면 빠른 예매는 필수다.
의외로 정복하기 쉬운 장르, 오페라
모든 장르의 예술이 집대성된 오페라는 정복하기 어려운 산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들어진 오페라 수천 편 중 지금까지 세계무대에서 주로 실연되는 것은 50개도 채 되지 않는다. 일례로 세기의 천재로 불리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수십 개 오페라 중에서도 단 4개 정도만 공연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작품이 무대화되는 것이 적다는 사실은 마음만 먹으면 대충이라도 섭렵하기 좋은 장르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 ‘스포일러’는 필수적인 오페라 감상법
오페라와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오페라는 스포일러가 필수라는 점이다. 모든 오페라 공연은 줄거리에 대한 지식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팸플릿을 구매할 계획이라면, 연주회보다는 오페라를 선택하자. 줄거리를 숙지하고 있다면 오페라의 수많은 기호들이 쉽게 눈에 들어오며, 아주 격렬한 감정과 인상적인 무대 장면들의 의미를 쉽게 캐치할 수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공연 전 오페라와 관련한 다양한 배경 지식을 전달하는 ‘렉처 콘서트’를 열고 있으니 이를 활용한다면 금상첨화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오페라 공연 전, 오페라와 관련된 스토리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오페라 오딧세이’를 진행하고 있다.
* 제목이 같다고 같은 공연이 아닙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김수정 홍보팀장은 “관객 중 <라 트라비아타>나 <투란도트>처럼 같은 작품이 왜 계속해서 공연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다. 오페라는 작품이 같더라도 이를 제작하는 프로덕션이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된다. 프로덕션을 볼 줄 안다면 오페라를 대하는 법에 한 발 다가간 것이다. 서로 다른 프로덕션으로 한 작품을 비교 감상하는 것은 오페라 고수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참고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자체 제작 능력을 가진 전국 유일의 오페라 전문 공연장으로, 세계 유수의 제작진들이 참여하여 색과 결이 다른 오페라들을 레퍼토리로 선보이고 있다.
2009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선보인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파올로 바이오코의 연출과 무대, 의상으로 좌충우돌 러브스토리를 서정적으로 승화시켰다. 반면, 2015년 오페라유니버시아드에서 선보인 <사랑의 묘약>은 시공간적 배경을 당시 대구 중구 동성로로 옮겼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고 나타난 둘카마라, 스쿠터와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한 아디나 등 현실감 넘치는 코믹한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대구 공연 정보 및 할인 정보
대구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공연들. 그 정보들은 기본적으로 각 기관의 홈페이지 ‘일정’란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공연장에 일일이 들어가 확인하는 것은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지역의 문화 행사를 일목요연하게 통합, 정리하는 유용한 잡지가 있다. 바로 지역 문화예술을 총망라한 소식지 [월간대구문화]다. 지역의 공연, 전시, 문화 행사 소식을 일자별로 정리한 ‘공연 캘린더’는 지역 예술가 및 일간지 기자들도 챙겨보는 유용한 코너다. 또, 주요 공연들을 소개한 기사 지면과 무대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인터뷰 지면 역시 공연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매달 27일 발간되는 이 월간지는 대구 공연, 전시장에 무료로 비치되며, 자택에서도 받아볼 수 있다. (e-북 주소: http://dcarchive.daegu.go.kr)
이 밖에도 티켓 예매 및 할인티켓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스 형태의 공연정보 센터 ‘dgtickets’(국채보상기념공원 입구)는 대구 공연의 정보를 확인하고 현장 예매 할 수 있으며, 즉석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달마다 무료 초대권이 선착순 배포되니 그냥 지나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