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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 이색문화
인스타 원정대
문찬미 / 훌라(HOOLA) 비주얼 크리에이터
여느 유저들이 그렇듯 나도 지루함을 견딜 수 없을 땐 인스타그램을 켜고 하염없이 스크롤을 내린다. 주변 지인들의 피드를 보며 나 자신의 미약한 관음 증세를 고찰해보기도 하고, 그것도 다 둘러본 뒤에는 ‘돋보기’ 모양의 아이콘을 눌러 다시 스크롤을 하염없이 내리기 일쑤다. 마치 사찰당하는 기분이 들 만큼 내가 이전에 검색했던 기록을 데이터화해 관심 분야에 철썩같이 맞춘 타인의 피드들을 나열해준다. 지루함을 달래려 보던 피드는 어느새 따로 저장을 하기도 하고 캡처를 하며 이미지 수집에 열을 올리게 한다.
검색아이콘을 눌렀을 때의 화면. 인테리어, 동물, 최근에는 결혼 주제로도 검색했더니 관련 이미지가 다 나온다. (출처: 필자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은 주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장문의 글보다는 장소나 기분, 대상을 간단히 해시태그로 표현하고, 유저들 간에 ‘하트’를 누르는 것으로 빠르고 쉽게 공감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또 일상 뿐 아니라 개인의 작업물, 쇼핑, 여행, 반려동물 등 유저들의 뚜렷한 컨셉에 따라 계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인스타그램의 특성은 단편적이고 직관적이며, 그래서 말초적으로 이미지를 소화하게 한다. 지금도 그 영향력이 유효한 킨포크나 무인양품 스타일의 감성적인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는 카페나 인테리어 등의 주제에서 강세를 보이고, 개성 있는 음식점이나 클럽, 문화 공간 등은 다녀온 인증샷부터 화려하거나 요즘 말로 ‘인싸’의 느낌이 한가득 묻어나는 특성을 보인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는 앞서 말한 것처럼 무료한 시간을 손쉽게 해소하기 위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일상적 피드를 올리는 유저들뿐만 아니라 특정 공간을 찾는 이들과 운영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홍보 창구가 됐다.

#대구가볼만한 곳을 검색했을 때 (출처: 필자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역시 분명하다. #대구가볼만한곳 혹은 #대구핫플레이스 라고만 검색해도 약 15만 건 이상의 피드가 검색된다. 일반 유저부터 홍보마케팅에 관련된 유저들까지, 감성적인 이미지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개성 있는 장소 인증샷까지 다양하다.

이런 핫플레이스들의 형성에는 일종의 루틴이 보인다. 감성적인 분위기와 예쁜 메뉴, 예컨대 큼직한 딸기에 크림이 듬뿍 올라간 사진 찍기에 예쁜 메뉴들이 있는 카페나, 입구를 도통 알 수 없는 자판기만 보이는데 그 앞에서 ‘힙 한’ 사람들이 셀피를 찍고 있던 피자가게 등 이목을 끄는 장소가 생긴다. 영향력 있는 유저부터 기록용 피드를 올리는 유저까지 ‘느낌적인 느낌’을 담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장소성이 드러나도록 해시태그를 붙인다. 이후에는 자연스레 그 사진의 장소들이 일종의 인증샷 스팟이 되고, 핫플레이스 원정 루트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유행하는 장소들을 따라 도장 깨기를 하듯 인스타 원정대가 움직인다.

#relax053 검색 (출처: 필자 인스타그램)
#onastillday 검색 (출처: 필자 인스타그램)
새로 생기는 공간들은 이제 이를 적극 활용한다. 유행의 흐름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음식점들의 경우, 일찌감치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의 호흡을 생각하고 ‘가오픈’이라는 형식으로 사진 찍기 좋은 감성적인 인테리어의 공간을 선보이며 한두 가지의 간단한 메뉴를 판매한다. 사람들은 새로 생긴 예쁜 장소를 방문하고 인증샷을 찍어 올리며 누구보다 빠른 정보력과 감각을 뽐내고, 해당 음식점은 감각적으로 사진을 찍어 올려준 인스타 유저들의 홍보 덕을 보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시내 중심가, 카페거리 혹은 접근성이 좋은 곳에 가게를 내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운 ‘나만 알고 있는 특별한 곳’이라는 인상을 주는 곳에도 가게가 생기고 있다. 더 개성 있고 더 감각적인, 그러면서도 그 공간만이 갖고 있는 대표 메뉴가 있을 때 그 시너지는 더 크다.

한때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를 통해 ‘힙한’ 장소를 찾았다면,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찾는 것 같다. 긴 글과 사진으로 상세한 정보(최 하단부에 슬쩍 ‘홍보비용을 받고 썼다’는 함정도 숨어있다)를 보는데 지친 사람들은 특히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키워드 검색이 더 효율적이기도 할 것이다. 맛집을 검색했다가 정말 사진만 잘 나오고 맛이 없어 실패한 사례들도 왕왕 보이지만 이는 차치하고, 대체적으로 얼마나 사진이 잘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그 ‘무드 속에 자신을 잘 담을 수 있는 곳’을 향해 원정을 떠난다. 그리고 인스타를 통해 확인했던 장소, 스팟, 메뉴나 포즈를 더 훌륭하게 담아 자신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인지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을 ‘인스타 원정대’의 형성은 숨넘어가게 바쁜 현대인들의 삶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돈과 시간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지극히 어려운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속에서, 잠시나마 분위기 좋은 곳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이것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