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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 기고
대대적인 개선보다는 소소한 것들이 실천되어야…
김미영 / 무용칼럼리스트
사진제공 무용월간 「몸」
직업 특성상 지방의 공연장을 찾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얼마 전에도 꽤나 큰 축제로 진행된 공연을 보기 위해 3시간을 달려 공연장을 찾았다. 로비부터 북적이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 공연장 안으로 들어서자 객석도 가득 매워져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관객들이 지역민들과 공연 관계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공연이었으며 공연의 내용도 매우 좋았지만 결국 이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은 지역민에 불과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문화예술을 교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고민을 남기게 된 자리였다.

큰 축제가 아닌 지역에서 주관하는 공연장에서는 이런 경계가 더욱 뚜렷하여 객석을 채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 지역 간의 문화예술 교류를 이야기하기 전 지역에서의 공연활성화는 앞다투어 개선해야 할 문제이다. 이것은 중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공연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공연예술과 많은 활동들이 중앙에서 이루어져 있기에 지역에서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재능을 키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술가의 실력이 출신학교로부터 시작되는 우리네 문화는 더더욱 실력 좋은 예술가들을 중앙으로 끌어 모았다. 한번 지역을 나가 중앙에서 발전하기 시작한 예술가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더 좋은 예술가를 양성하며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키는 이상모델을 찾기는 어렵다. 이에 지역에서 실력 있는 신예 예술가들을 발굴, 성장, 발전시켜야 하는 임무가 시급하다. 중앙으로 빠져나가버린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후진들을 위한 전문화 교육, 즉 지역으로 인한 교육의 격차와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프로그램의 선정과 질 향상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가들은 시대의 흐름을 인지하고 변해가는 교육 시스템을 과감하게 들여올 필요가 있다. 아직도 80, 90년대의 테크닉 위주의 교육이 아닌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가치와 인문적 소양을 가진, 진정한 예술가로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한 것이다.

몇몇 지역에서 이루어진 심의나 공연을 위한 스태프 구성, 단체의 단원 입단 과정들을 들으면(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실력이나 콘셉트에 맞춘 선택보다는 알음알음으로 구성되고 선택되고 있다는 것으로 이미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이런 배타적, 혹은 폐쇄적 구조는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중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심의과정에 지역 쿼터제를 적용하다는 안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역차별을 일으키는 것으로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 절대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불평등한 기회를 주기보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선택받을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을 더욱 지원해주어야 한다.

또 한 가지 고려할 만한 사안은 극장의 상주단체를 구성하여 성장한 지역의 예술가가 자신의 지역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 역량 있는 예술가들이 중앙으로 모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들이 활동할만한 무대가 중앙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성장시킨 예술가들이 중앙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이들의 활동영역을 보장해주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는 해외 유수의 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무용수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지역에서 실력을 키운 예술가들을 수용할 수 있는 무대, 단체가 생긴다면 이들이 이 곳, 저 곳에서 방황하지 않고 지역에서 활동하며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다. 피나바우쉬의 부퍼탈탄츠테아터가 가장 좋은 롤모델이다. 안무가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그녀가 부퍼탈이라는 작은 도시로 돌아와 누구도 잘 알지 못했던 곳을 세계적 명소로 뒤바꾼 일. 무용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으로 알린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피나 바우쉬를 받아 줄 지역의 단체가 없었다면 피나 바우쉬가 어떤 행보를 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녀의 작품세계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녀를 통해 이름을 알린 부퍼탈이 지금까지도 아무도 몰라주는 그저 작은 도시로만 존재하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피나 바우쉬
지역의 특색을 살린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것 역시 지역의 예술가들의 활동공간을 마련하고 함께 지역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산에서 공연된 정신혜무용단의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은 유엔군 전사자가 묻힌 세계 유일의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소재로 하여 부산만의 공연을 만들어 냈다. 지역의 특장점을 표현한 이 작품은 지역의 성장과 홍보효과를 누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지역 간의 교류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정신혜 무용단 「턴 투워드 부산」
또한 지역의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관광요소이다. 통영국제음악제를 예로 든다면 서울에서 왕복 여섯 시간이라는 먼 공연장이라는 핸디캡을 숙박을 겸한 여행의 한 코스로서 홍보하는 것이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함께 하는 음악제’라는 그들의 컨셉은 도심에서 지친 많은 이들의 힐링 욕구를 자극하며 매해 각 지역의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2019 통영국제음악제 포스터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공연과 예술가들이 있다 해도 지역 간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려면 공연의 관리, 홍보에 대한 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 큰 공연들은 그나마 홍보가 되고 있는 반면 작은 공연들, 개인 공연들은 지역 안에서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홍보의 방법에 있어서도 시대적인 변화를 수용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아직도 벽보 붙이는 데만 예산을 소요하겠다는 사람을 만나 놀란 적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사회이다. 교육이 변해야 하듯 홍보마케팅 역시 해오던 대로가 아닌 더 창의적인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이런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홍보로 외지에서는 공연의 정보를 얻기가 어렵고 공연장 안은 지역민뿐이다. 전국의 문화예술활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더욱 다양한 곳에서의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칼럼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선풍을 일으킬 사안은 없다. 어쩌면 한 번씩 공공연하게 회자되었던 이야기들일 수도 있고 누구나 필요를 깨달은 이야기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같은 주제로 계속해서 고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대대적인 변화가 아니라 소소한 것들의 실천이다. 작은 실천들이 쌓여나간다면 지금 고민하는 것들이 어느새 성취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