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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 릴레이기고#2
나는 대구 청년예술가다!
김영훈 / 사진미술작가
안녕하세요. 올해로 34살이 된 사진미술작가 김영훈입니다.
김영훈 포트레이트(2018)
# 사진 / 작가를 시작한 이유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어릴 때 찍혀 있던 사진을 보며, 멈춰진 시간 속에 있는 멈춰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실존하는 현상을 기록하는 것과 멈춰진 시공간에 대해 재미를 느껴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사진영상디자인과(현 미디어아트과)에 진학하여 공부를 하고, 작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또 다른 공간 #15_Digital print _120X80cm_2012_김영훈
#서울작가? 대구작가?
김영훈 개인전 ‘나는 가만히 서(恕) 있었다.'(2018) 대안공간 눈(수원)
대구에 활동하면서”집이 서울이신가요?”라는 질문 혹은 지역, 소속, 본적을 물어보는 질문들을 들은 적이 많았습니다.
최근 3년간 저의 전시활동 경력만 본다면 제가 서울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서울/경기권 지역에서의 활동기록이 대구보다 많습니다.
2013년 학교를 졸업한 이후, 경제적인 문제로 작가생활을 그만두고 2년 뒤인, 2016년부터 작가생활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전시를 대구에서 하길 원했지만 어디에도 전시를 할 수 있는 틈(공모전)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나를 보여줄 기회조차 없는 환경에 대해 ‘철저한 인맥예술계’라며 대구 미술계를 비관했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공모전. 그 당시에 그렇게 많은 단체전 또는 전시들 중에서 왜 공모전은 찾아볼 수 없는 건지. 그래서 공모전이 많은 서울/경기 수도권 지역에서 진행한 공모전에 지원을 했고, 2년간 4회의 개인전과 2회의 단체전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2018년 9월에는 대구 수창청춘맨션에서 주최한 ‘개관 단체전 공모전’을 통해, 오랜만에 고향인 대구에서 작품을 정식으로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 전시를 계기로 저는 대구에서 다시 전시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만둔 예술을 다시 하게 된 이유.
‘대구 미래색’ 단체전에서 같이 전시를 하게 된 개념미술가 윤동희 작가로 인해 다시 예술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윤동희 작가를 전시를 통해 만나 친구가 되었고, 그 이후 저는 생활고에 의해서 작가의 길을 접고 취업을 하여 회사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윤동희 작가는 가끔 저에게 전화나 커피 한잔하자고 만나 “영훈씨는 작가다.” 라며 계속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었고, 다시 작가생활을 하기를 몇 년간 끈질기게 권유를 해주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의 작가로서의 모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윤동희 작가에게 항상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영훈의 사진?
사진기를 처음 잡은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항상 나만의 시각, 남다른 시각을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 카메라를 구입하면서 해외여행 이벤트에 우연히 당첨이 되어, 후지필름에서 보내준 로타섬 사진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과 내 사진에 자신감이 없던 시기라 서울 스튜디오 작가들과 비교되었고, 다른 프로들의 사진들을 보며 여행 내내 기가 죽어있었습니다만, ‘Rota(2016)’사진이 <후지필름 로타섬 포토워크 베스트포토상>으로 선정되었고, 이 사진에 대한 평으로 “로타라는 작은 섬을 상징하는 북태평양의 대자연의 힘과 수많은 별들을 은하수처럼 표현된 사진이며, 주관적인 미적 시각이다.” 라는 찬사를 들었습니다.
상을 받는 당시에도, 후지필름카메라 한국본사의 이사장님께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졌다’라며 얼떨떨하게 상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날 이후, 저는 저의 사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나만의 사진(시각)이란 주관적이며 주체적 시선으로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거울이라고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소개 1- 관찰자의 기록(2017)
관찰자의 기록(Observer notes)_2017_sign18_inkjet print_300x300_김영훈
이 작품의 경우는, 어떠한 경험으로 인해 구상된 작품입니다.
어느 날, 저의 여자 친구 집에서 새벽 1시 누군가 들어오려 했고, 초인종을 가리고 벨을 누르거나 문을 발로 차는 등의 모호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일상의 불안을 표현하려 ‘관찰자의 기록 (2017)’ 작품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초인종 낙서’를 통해 일상에 숨어 있는 범죄표식에서 우리들의 불안한 일상을 탐구하는 동시에, 제일 안전했던 자신만의 공간이 제일 불안한 공간이 되어버린 ‘불안’이라는 심리를 흑백사진 암실테크닉인 반전효과를 통해 사진인지 그림인지 모를 정도의 모호하게 표현된 사진 작업입니다.
#작품소개 2- 나는 가만히 서(恕) 있었다. (2018)
나는 가만히 서(恕) 있었다_still19_2017_inkjet print_50x75_2018_김영훈
이 작품은, 어머니와의 사별 후 자신이 느낀 감정과 대상에 대한 기억을 4년 동안 일상의 풍경에 대입하여 풀어낸 25점의 사진 연작입니다. 작업 제목의 ‘서 있었다’는 한자 ‘용서하다 서(恕)’자를 쓰며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대상에 대한 후회를 담은 중의적 표현으로, 작업 전반에서 묻어나는 그리움의 감정을 반영하였습니다. 이 작업의 첫 전시는 어머니의 산소 근방에 위치한 경상북도 영천의 ‘시안미술관’에서 ‘보통의시선’ 단체전시에서 첫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시에 컨텍이 된 것부터 어머니의 산소가 가까운 시안미술관에서 전시하게 되기까지 모든 것이 우연이였고, 어머니의 산소 가까이에 있으니 쉽게 보시러 오실 생각에 전시하는 내내 너무나도 행복했었습니다.
#예술인 지원제도
대구전시의 기회는 본격적으로 작가생활을 시작하면서 개미지옥처럼 느껴졌습니다. 기회는 찾아볼 수 없었고 이벤트성이 강한 일들을 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의 특성으로 인해, 금전적인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의 수입이 많으면 60만원 정도였고, 전혀 수입이 없는 달이 많아지게 되면서 예술인 지원 제도를 알아보고 지원했었지만, 서울에서 활동한 이력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답에 너무나도 실망을 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원 자격 요건들이 수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밑 작품 계획
위에 소개된 ‘관찰자의 기록’과 ‘나는 가만히 서(恕) 있었다.’ 이 두 작업은, 아직 대구에서 개인전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대구 전시를 통해 제 주변인들에게 더욱더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중 하나는, ‘나는 가만히 서(恕) 있었다.’ 작업의 연작으로 아직 한 번도 작업해 보지 않은 영상+설치 작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은 개인 작품들이 있기에 시대의 흐름에 맞춰 차례차례 발표할 계획입니다.
단체전_’Not_My_Son(2018)’
30대의 많은 작가들이, 작가 생활을 청산하고 직장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작품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인 압박과 개인적인 문제로 그만두는 경우가 상당한데, 저 또한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또 버티려 합니다.
그리고, 소통하는 작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앞으로 걸어가려 합니다.
교토(2018) 김영훈
이번 릴레이 기고 원고를 써내려가면서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현재의 자신에 대한 정립을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경험으로, 웃으며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