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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 릴레이기고#1
내 도시 대구를 걷다.
민 주 / 시각예술 작가
내 도시 대구를 걷다.
(사진. 그래버 답사 모습)

708번 버스를 타고 지날 때마다 보던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집이 있었다. 도로가에 있던 그 집은 상가 건물로, 1층에는 사무실이 2층에는 우리 집이 있었다. 1층 사무실은 자주 상호가 바뀌었다. 그 1층 사무실 옆 작은 계단으로 올라오면 내가 살던 집이었다. 그곳은 7살, 처음 대구에 와서 살던 허름하고 작은 집이었다. 도로가의 집이었기 때문에 늘 자동차 소음이 들렸고 매연으로 창문은 열지 못했다.
작은 집에 작은방 그리고 작은 옥상이 있던 그 집에서 나는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 집에서 5년을 살았다. 비가 오면 창문이 너무 흔들려 창문 사이에 휴지를 끼워 넣었고 겨울에는 늘 그 좁은 계단으로 연탄을 옮겨야 했다. 여름에는 도로 아스팔트 열기 때문에 너무 더웠던 나의 어린 시절 그 집은 내가 다시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닐 때에도 그리고 30대가 될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

대구 중심에 있지만 개발이 더딘 그 동네는 가끔 내가 그곳을 지날 때마다 유년시절을 기억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그곳을 지나며 다시 그 집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고 몇 번은 스쳐 지나간 것일까라고 생각했지만, 그 집이 사라지고 그 위에 대형 전자 마트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내가 기억하는 그 집은 사라졌다.
사라지기 전에는 그다지 생각나지 않았던 그 집이 사라진 후 자주 생각이 났다.

잊혀져가던 그 동네와 그 집, 그리고 초등학교까지 걸어 다니던 그 집의 뒷길도 더 자주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주변에서 변화되는 도시를 목격했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에 관심이 생겼다. 과거 산수를 파괴하며 도시를 건설한 우리가 다시 우리의 도시를 위해 과거의 도시를 가학적으로 파괴하는 현장의 목격을 담아 기록하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그 집이 사라진 그 후부터였다.

그렇게 내 도시 대구의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 나는 대구를 걸었다. 시각 작가인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기록방법을 활용하여 기록하고 그것을 작품에 담았다. 그 작업이 「GRABBER-도시산수」시리즈 작업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된 재개발 현장의 데이터를 모아 그것을 다시 하나의 이미지로 합성하여 작업을 실행한다.

민 주, MHINJU, GRABBER, Digital printing, 279x356mm, 2018
작업은 2017년 3호선 건들바위역 인근의 대봉로36길의 주택들을 시작으로 2018년 중구 남산동 재마루길, 남산로12길, 남산로12안길과 2018년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 8기 입주작가로 활동하면서 그 인근의 중구 수창동 대봉로 39길을 작업했다.
민 주, MHINJU, GRABBER_대봉로36길, 2018
나는 시각작업 외에 단편의 글을 쓰는 작업도 함께 한다. 내가 목격한 현장을 단편 동화처럼 써내려가는 작업이다. 작년 ‘남산동’ 일대의 재개발 현장을 보고 작업에 들어갈 때 「완벽한 벽」이라는 단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이 글은 「GRABBER-도시산수」의 작업의 일환이었다.
민 주, MHINJU, 완벽한 벽, 가변설치, mixed media, 2018_전시전경

「완벽한 벽」은 아이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그들만의 완벽한 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모습을 담은 단편의 글이다. 완벽한 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각자가 생각한 완벽한 벽의 재료를 찾아 떠나거나, 혹은 남아 그곳을 지키는 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것은 넓은 주택가에 남겨진 집들,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들이 무너져 가는 ‘남산동’ 일대의 주택가들의 모습을 보고 작업하게 된 것이다.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그 곳을 찾았을 때, 거의 모든 가구가 그곳을 떠나고 몇 가구가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골목골목이 형성되어 있는 대구 중심에 있던 그 마을에서, 내 이웃이 떠나고 옆집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몇몇은 아직 그곳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그 현장의 느낌을 글로 풀었던 작업이었다.
지나간 시대의 기록들, 떠나간 사람들, 남겨진 물건들, 그들의 흔적들, 버려진 공간과 이제는 사라질 마을, 부서지고 있던 벽, 사라질 골목 위에는 아마도 높은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고 지금의 기억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작업은 글과 함께 그 글의 일부를 무대로 만드는 설치 작업으로 진행된다. 「완벽한 벽」은 지난해 대구예술발전소 8기 입주작가 성과전을 통해 1부와 2부로 나누어 전시가 진행됐었다.
대구예술발전소 역시 느리지만 조금의 변화들이 일어나는 곳이었고 ‘남산동’과도 가까웠기 때문에 2018년은 더욱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관객이 오가는 그곳은 내 위주의 데이터를 모으기보다 더 나아가 관객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 그렇게 해서 모인 사진과 글과 이미지로 「완벽한 벽」이 완성됐다.

민 주, MHINJU, 완벽한 벽, 가변설치, mixed media, 2018_전시전경 2

이 작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설치 작업으로 이어졌다. 나의 설치작업은 하나의 무대처럼 보이며 그 무대의 주인공은 관객이다. 「완벽한 벽」은 1부에서 관객의 참여를 받아 2부로 이어졌었다.
위에서도 말했던 것과 같이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진행된 이 전시의 1부 전시를 통해 「완벽한 벽」의 일부 내용을 보여주고 관객에게 사라져가는 도시의 모습과 그 속의 아이들의 모습 속에 자신을 투영하여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벽이라는 주제로 사진, 글, 그림 등 다양한 형태의 리서치를 받았다. 그리고 그 데이터들은 다시 2부 전시로 이어져 완성됐다.

1부 관객 중 참여한 한 분은 자신이 참여한 2부 전시를 보기 위해 인천에서 다시 대구를 찾아와준 분이 계셨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었다. 작업을 하며 많은 젊은 작가들이 마치 내 작품 속 아이들처럼 대구를 떠난다. 그런 와중에 작품을 보기 위해 다시 대구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버려진 공간과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큰 힘이 됐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는 변화하는 대구를 조금 더 알아가고 알리고 싶다.

민 주, MHINJU, Toward – Regeneration of space 9, photo printing, 305x431mm, 2018
민 주, MHINJU, Toward – Regeneration of space 10, photo printing, 305x431mm, 2018
작업을 통한 이러한 기록의 과정에서 나는 나의 생각의 투입하여 재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저 관찰하고 그것을 계속해 기록하고 싶다.

나는 이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한다. 가끔 사람들은 묻는다.
“무슨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까?” 나는 이 물음이 가장 어렵다.
하나의 장르를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다른 변화되는 나의 작업 중 유일하게 지금 이 시대를 기록하고 도시의 변화를 담으려고 하는 「GRABBER-도시산수」작업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