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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시장 <작가들 창작존> 소개
정세용 / 동성시장예술프로젝트 감독
필자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조각가로 작업실이 필요해 가창창작스튜디오에서 1년간 레지던시 작가로 있다가 2009년 대구미술비평가협회가 기획한 방천시장예술프로젝트인 ‘별의별 별시장’에 참가하며 첫 번째 예술시장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여러 명이 한 인쇄소 건물을 배정받아 B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공간을 나누어 작업실과’방천Artist Run Space’라는 대안공간을 직접 만들고 주민들을 초대해 연주회를 열었으며 개인전을 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을 방천에 초대하여 무료로 개인전을 열어주는 기획도 하였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젊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방천시장예술프로젝트에 참가한 대다수의 작가들은 비록 올라가는 월세를 감당 못해 다른 곳으로 흩어졌지만 B커뮤니케이션은 골목에서 전시장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문화예술을 확장하고 있다.
동네 유휴공간에 아트마켓을 만들어 지역예술가들과 함께 자유로운 예술품 거래가 이루어지는 아트마켓의 초석을 다졌고 침체된 전통시장 상인들과 더불어 지역 특성화 예술교육도 진행하였다.

2013 방천시장 B커뮤니케이션 (B커뮤니케이션 제공)
골목에서 주민들과’방천 골목 오페라 축제’를 만들어 2년째 공연을 하고 가을마다 마을 축제도 진행하게 되었다. 재밌는 예술시장이란 소문이 돌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예술가들도 모여들어 그들과 함께 [b]racket이란 시각예술잡지도 분기별로 발행하며 예술잡지를 통해 지역의 작가들과 대구문화를 알리고 있다.
2017방천골목 오페라축제(황인모 작가제공) / [b]racket 매거진(B커뮤니케이션 제공)
2018년 대구시(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로부터 전통시장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고 의뢰를 받아 그 간의 방천시장 프로젝트경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제안을 하였고 동성시장에서 두 번째 전통시장 예술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전통시장 내에 위치한 공방, 전시장, 교육장, 공연장 등을 통해 예술이 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특정인들만의 문화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드는 생활문화, 함께 공유되는 마을문화로 키워 나가길 바라며 동성예술시장을 기획하였다.
수성구 들안로에 위치한 동성시장은 1971년, 100여 개의 점포로 개장한 상설시장이다. 인근의 수성시장, 태백시장과 연결된 시장으로 주변의 시장들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했고 점포의 3/2 정도가 비어져 있었다. 시장이 공동화되자 주변동네의 상가들과 주택들도 비어있는 곳이 많으며 상인들도 청년은 없고 노년층이 많아 여느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점점 쇠락해지고 있는 상태였다.

2018년 동성시장 문화거리 조성사업 리모델링 전 내부통로
(DAP 사무국 제공)
점포주와 주민들은 시장을 포기하고 재개발 사업만 기다리다 시설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구시 전통시장 평가에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이러한 전통시장의 쇠락은 비단 이 지역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전통시장 주변에 아파트와 백화점 및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도심공동화 현상과 동시에 재개발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사라지는 전통시장은 이제 어느 지역의 특성이 아닌 모든 지역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작가들의 공동창작단체 프로젝트 DAP를 기획하여 지역의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동성시장은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뛰어난 대구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구시를 사방으로 가로지르는 지하철2, 3호선과 인접하여 유동인구 유입에 아주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작업실이 밀집되어 있는 이곳은 교육. 문화 중심지인 수성구에 위치하고 있고 인근에 동성초등학교, 동일초등학교, 동도초등학교, 동중학교, 대구남산고등학교 및 대구시 교육청이 분포하고 있어서 앞으로 학생들과 시민들을 위한 문화, 예술 체험 공간으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DAP는 동성시장 예술프로젝트(Dongsung Art Project)의 긴 영문 명칭을 이니셜만 순서대로 짧고 쉽게 표현해 동성시장을 브랜드·글로벌화 하는 데 효과를 주고자 하였다. 또한 영어 단어 dap는 ” (낚시에서) 미끼를 살짝 물위에 떨어뜨려 낚다, (새 등이) 물 속에 잠깐 잠기다, (돌멩이 등이) 수면을 스치다·물수제비뜨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명칭은 예술가들이 대구의 침체된 전통시장인 동성시장에 다양한 예술매체로 접근해 도심형 시민예술을 실험하는 프로젝트란 뜻을 연상시키게 하였다.

2018년 동성시장 외부 홍보프로그램(왼) 스프링 브레이크 / (오) DAP 봄 페스티벌 인 EXCO
동성시장은 16.5㎡(5평)남짓한 수십 개의 점포들이 밀집되어 상가 형태의 단층 건물을 이루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이 중 25곳을 리모델링하여 작업실과 전시실, 공연장, 목공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팀별 작업실 외에 공동 공간인 전시실은 팀별 전시이외에도 외부 작가들의 다양한 기획전이 열리며 예술 애호가들의 대관전시도 가능하다. 동성살롱으로 명명한 전시장은 층고가 높고 작품을 매달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하여 다양한 예술장르를 소개할 수 있다. 전통시장의 구수한 느낌과 다양한 예술가들이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었던 근대의 살롱문화를 이 공간에서 구현하고 싶었다.

아트스페이스 DAP 일 포스티노 사운드+ 이예린 콜라보전시회 (DAP사무국 제공)
아트스페이스 DAP는 퍼포먼스 및 공연, 세미나 등의 복합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20평의 공간은 방음시설과 공연장비 등을 갖추어 연습실로도 자주 쓰이며 얼마 전 전시와 공연 그리고 파티를 결합한 콜라보 이벤트도 이 공간에서 열려 더 많은 가능성을 확장 중에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시장의 형태를 통해 다양한 예술이 경계 없이 결합할 수 있는 다원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공모를 통해 입주한 작가들의 구성도 수성구 미술가협회, 아트파인애플, 일 포스티노 사운드, 퓨전국악그룹 마디, 앙상블 굿모리, 사진예술그룹 꾸다쿠가, 생활예술 협동조합인 자연닮기, 해동한지 연구회, 생활도자기 그룹인 시월애도 등의 다양한 장르와 연령대로 구성된 예술가 13팀으로 구성되었다.

2010 수성미술가협회 창립총회 (수성미술가협회 제공)
수성구 미술가 협회는 수성구지역의 미술인들이 생활문화의 향상과 발전을 도모하고 권익을 옹호하며 서로 간의 교류와 협조를 위해 2010년 창립한 미술단체이다. 수성구 마을 벽화그리기 사업과 수성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 그리고 수성못 사생실기대회와 미술공모전을 통해 지역민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청소년의 창작활동을 돕는 등 예술을 통한 사회적 환원과 다양한 도시디자인을 진행해 왔다. 현재 김강록 회장 이하 한국화, 서양화, 조소, 공예, 미디어, 서예, 문인화, 평론 등의 다양한 장르에 6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트파인애플은 이민주작가가 2014년 대구문화재단의 우수전시기획사업인 B커뮤니케이션 릴레이기획전에 초대되어 개인전을 하며 방천시장에 들어와 김광석길, 방천시장 일대의 아트마켓과 미술과 공예의 복합전시 활동으로 탄생한 문화예술그룹이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미술모임 드로잉 타임을 진행 중이며 다양한 미술, 공예 교육 프로그램을 아트파인애플 교육공간에서 기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축제기획, 문화예술교육, 전시기획, 아트마켓기획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6 방천아트마켓운영 (아트파인애플 제공)

일 포스티노 사운드 (일 포스티노 사운드 제공)
일 포스티노 사운드는 이탈리아 말로 우체부라는 뜻으로 11명의 젊은 음악인들이 모여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음악 창작(작곡, 작사, 편곡) 및 공연 기획, 연출, 공연(드럼, 기타, 피아노, 보컬)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단체이다. 대표 박정준은 이탈리아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하고 수년간 활동한 기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이탈리아에 바로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역 최고의 인기 음악 방송인 MBC FM라디오 ‘이대희의 골든디스크’에 2015년 11월부터 2년간 고정게스트로 출연하여 매월 청취자로부터 받은 사연을 바탕으로 가사로 만들어 우체부처럼 직접 작곡한 음악을 청취자들에게 방송한 단체이기도 하다.
퓨전국악그룹 마디는 전통국악기와 현대음악이 만나 퓨전국악 연주를 선보이는 전통성에 기반을 둔 퓨전음악단체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매듭을 뜻하는 ‘마디’라는 단어처럼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남성 소리꾼을 포함해 젊은 음악인들로 구성되어 퓨전국악에 대한 즐거움과 새로운 형태의 신선함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예술의 가치를 선보이며 대상맞춤형 프로그램을 연구하여 만들고 관객들과 즐겁게 소통하며 신나는 무대를 보여준다. 박희재(국악 타악기), 강동민(피리 및 태평소), 홍준표(소리), 임승호(베이스기타), 임소영씨(건반), 신혜원(해금), 권민창(대금 및 소금), 조대철(드럼)으로 구성돼 있다.

퓨전 국악그룹 마디(DAP 사무국 제공)

앙상블 굿모리(DAP 사무국 제공)
굿모리의 ‘굿’은 우리나라의 전통 굿에서 왔으며 또한 영어의 ‘좋다’의 의미를 같이한다. ‘모리’는 순우리말로 장단 또는 몰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국악앙상블 ‘굿모리’는 앙상블의 음악감독인 작곡가 권은실을 중심으로 2007년에 창단된 대구지역의 전문 현대국악실내악단으로 엄윤숙(가야금), 정유정(가야금), 이아름(해금), 최영필(피아노), 류상철(대금), 최영민(타악기)등의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음악과 한국전통국악기를 전 세계에 알리고 한국전통음악과 고유한 악기의 음색의 새로운 가능성을 현대음악 작곡가들에게 소개하고 함께 작업하여 새로운 음악, 좋은 음악의 길을 끊임없이 연구, 실험하여 만들어 가는 실내악 단체이다.
정성태 작가가 대표로 있는 사진예술그룹 꾸다쿠카는 꿈꾸다 의 ‘꾸다’와 Korea Ukraine Contemporary Art exhibition의 앞글자만 따서 ‘쿠카(kuca)’가 합해져 만든 이름이다.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함께 예술적 교류를 꿈꾼다의 의미가 있다. 쿠카는 2018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Kyiv)에서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문화예술교류와 신진작가 발굴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예술가들이 함께 동시대 시각예술과 퍼포먼스 등 다양하고 독특한 유라시아(Eurasia)의 예술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키에프 KUCA 2018 단체전 (꾸다쿠가 제공)
이들은 앞으로 1년간 무상으로 공간을 임대 받아 각자의 개성에 맞는 공간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개별 작업과 교류활동, 아트마켓, 예술교육사업 등을 이어나갈 것이다.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협력을 하지 않으면 방천시장의 예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게 되는 것처럼 후원되는 1년간의 시간이 지나 자생적으로 활동할 발판인 예술 협동조합이 꼭 필요하리라 생각되어 현재 동성시장 내 총 4개의 협동조합을 설립하였다. 자연닮기 협동조합과 두손공예 협동조합은 도자기와 업사이클링 아트를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협동조합이다. 아트 포스트는 음악을 하는 청년들이 만든 조합으로 작곡, 밴드, 공연기획 등의 음악활동을 그리고 아트 스펙트럼은 사진, 디자인, 회화, 설치 등의 시각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동성시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교육특구 수성구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생활중심지이자 관광자원인 중구 방천시장과 신천을 통해 수성구로 들어가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최신과 전통, 도심과 자연을 묶어주는 대구도심 관광벨트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공간을 재생하고 문화공간으로 키워나가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없는 힘든 일이었지만 지역에서 작가들이 도시 속 공간을 재생하여 청년들이 모여들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며 다양한 장르간의 융합을 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의 시행착오와 어려움에도 멈출 수 없는 지역에서의 가치 있는 일이며 일회성에 그치는 프로젝트가 아닌 계속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자리매김 해야 할 것이다.

아트 스펙트럼 협동조합 창립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