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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死)의 찬미’ 국민 공감대 울리는 명작으로 뻗어가야
탁계석 / 음악평론가
– 오페라 제작의 눈을 높여야 한다
오페라 창작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눈이다. 소재를 고르는 눈, 작품으로 관객의 반응을 살피는 시선(視線), 대본을 구성하고, 작곡가를 선정하는 것 역시 안목(眼目)이다. 그러니까 눈의 깊이가 곧 전문성이다. 우리는 해방 이후 많은 창작 오페라를 만들었지만 서양오페라에 밀려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오페라의 대중성 확보가 종국엔 우리 작품에 이어야 하겠지만, 그 상당수가 지금은 실험성이거나 일회성이란 비운(悲運)을 맞고 있다. 특히 영웅, 위인 등 역사물 소재의 작품들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체 사장(死藏)되고 말았다. 최근에야 매년 공연을 올리는 작품들이 하나씩 늘고 있는 것은 작품 수준이 올라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페라를 보는 우리의 눈이 더 밝아진다면 오늘의 한국영화가 외화(外畫)를 물리친 것처럼 우리 정서, 우리 스토리의 작품들이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영남오페라단의’사(死)의 찬미, 2018, 9, 28~29 대구오페라하우스) ‘에는 몇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우선 중년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윤심덕의 스토리를 알고 있다. 이번 티켓 마케팅에서도 보여주었듯이 평소 오페라에 무관심한 층에서도 반응을 보인 것은 소재로서 흥미를 주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이 오페라의 구성이 이태리 오페라처럼 안정적인 막(幕)의 구조를 갖고 있다.

영남오페라단 ‘사(死)의 찬미’ 공연 사진
합창, 아리아, 중창을 잘 배치하면서 극적인 힘을 강조한 것과 스토리 장면을 분할해 다양한 의상, 연출의 변화를 통해 관객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소재, 무대, 연출. 가수들의 열창에서 익숙한 것에 새로움을 더 한다면 외국 오페라의 난해한 스토리 이해 보다 창작오페라가 더 흥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떨어지게 된다.
– 융합의 정신이 녹아야 오페라종합예술이다
진영민 작곡가는 그간 ‘불의 혼’ 등 여러 편의 오페라를 썼다. 이번 작품에서도 현대음악적인 요소와 감성을 울리는 풍부한 선율을 넣었고 아리아, 중창들이 매끄럽게 뽑아져 나왔다. 오페라는 일단 성악가들이 불러서 낙점을 받는 것이 첫째 관문이다. 수많은 아리아를 부르고 있는 성악가가 작곡가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열린 오페라 작업의 진행을 이끈 김귀자 예술감독의 역할 또한 관전 포인터다. 오페라는 ‘대중물’이란 말처럼 누구에게는 좋고, 누구에게는 싫은 것이 아니어야 한다. 좋은 작품의 공통분모를 위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귀담아듣고 참여 각자의 이해 충돌을 녹여서 하나의 융합 정점을 찾아내어야 한다. 그래야 객석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다. 오페라가 그냥 종합예술이 아니라 예술 앞에 겸허하면서도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여 작품성을 올리는 것에 매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함을 이번 작품이 보여주었다. 이것이 명작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 애국적 소재 자유와 사랑은 오페라의 단골 메뉴
주세페 베르디(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 1813 ~ 1901) / 자코모 푸치니 (Giacomo Puccinni, 1853 ~ 1924)
베르디나 푸치니의 명작들이 세계의 극장에서도 연중무휴로 올라가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공통성의 맥을 짚는 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연구가 필요하다. ‘사의 찬미’는 대중들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이고 작품성이다. 앞으로 어떻게 공연을 올리면서 업그레이드한 작품으로 갈 것인가가 향후의 과제로 남는다. 독도 분쟁 , 위안부 동상 세우기 등 우리의 역사 정체성을 찾는 여러 행위들이 있겠지만 오페라야말로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매력적 소재가 아닐까 한다.
베르디의 많은 작품들이 역사성을 갖고 조국을 위한 애국적인 오페라였다는 점에서 우리가 역사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에서도 ‘오페라’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오페라인들의 오페라잔치를 벗어나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오페라가 되기에 ‘사의 찬미’는 소재가 근대 것이어서 오늘의 세대들에게 교과서 역할도 된다. 남의 것만을 선망하고 부러워하던 때는 지났다. 우리가 그간 그만큼 배우고 실험했으면 작품 하나라도 제대로 올리고 남게 하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작품은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알리게 된다. 따라서 매 공연을 예산을 들이는 것에 한계가 있으므로 몇 가지의 컨셉으로 무대에 올리는 유연성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 창작 오페라에 아리아 하나를 부르는 성악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은 우리 오페라의 현주소다. 따라서 의상만 입는 갈라 버전, 청소년 보급용, 여러 공간을 찾아가는 음악회 형식도 병행되어서 어떤 경우라도 쉬지 않고 계속되는 힘이 필요하다.

– 하나에 매진하여 성공한 작품이 필요 한 때
성악가들도 자신의 캐릭터가 되는 작품 하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사를 암기해서 부르는 수준이 아니라 연기에 더 능숙함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미디어가 발달하고 욕구를 충족하는 것들이 얼마나 충동적인가를 생각한다면 오페라 장르 역시 흥미적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이번 작품을 작품성 있게 올리는 것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공연에 대구문화재단의 역할이 있었으므로 지속되어 성과를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다행히 이번 ‘사의 찬미’곳곳에는 대구의 정신과 문화가 배어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역시 안목을 가지고 되는 작품에 투자를 하는 열린 감각이 있었으면 한다.
영남오페라단 ‘사(死)의 찬미’ 공연 사진
현제명의 ‘춘향전’이 반세기를 훌쩍 넘었지만 이를 뛰어넘어 공연되는 작품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 앞에서 우리 오페라 창작의 역할이 중요하다. 바야흐로 한류시대로 우리 작품이 나가서 한국에도 오페라가 있는 문화국가임을 알려야 한다. ‘사의 찬미’가 억압 속에서도 조국과 자유를 잃지 않고, 사랑을 위해 몸을 던진 고귀한 정신이 있기에 오페라로 승화하는 작품성을 살리는 건 이제 우리의 책무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