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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유네스코창의도시
국제적인 음악 창의도시로서의 대구를 위한 제언
진규영 / 통영국제음악재단 부이사장, 서울국제음악제 조직위원
대구는 한국의 도시들 중에서 음악장르의 모든 분야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면서 어떤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이 있으면서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특징은 대구의 교육계의 역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실, 대구는 오래전부터 교육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했을 만큼 다양한 전공의 대학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음악분야만 보더라도 계명대, 대가대, 영남대 등의 음악대학과 경북대학 예술대, 그리고 대구를 중심한 경북 지역들의 전문대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대학들을 중심으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음악인들이 계속적으로 배출되고 그 음악인들이 활동하는 동안 다양한 음악전공자들이 활동하는 지금의 도시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서울시 다음으로 음악계가 활발하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대구시가 국제적인 방향으로의 관심을 가지면서 드디어 2017년 유네스코의 음악창의 도시로 선정이 되었다. 아마, 그동안 대구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많은 음악인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애호가분들 모두에게는 정말 기쁜 소식이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대구시의 관계자들도 유네스코 창의도시 추진 계획을 세우면서 일단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작년 12월 초, 유네스코가 선택한 대구 1주년 기념음악회를 열었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시들 간의 교류를 위해 회의를 주관하고 교류를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시가 추진하려는 계획표를 보면, 올해 중반기 경, 30개 정도의 창의도시 대표들을 초청한 “유네스코 창의도시 대구 위크”를 계획하고 있고, 그 외에도 유네스코 창의도시 연례행사 참가 및, 창의도시 간의 네트워크 강화 및 대구의 창의도시로서의 브랜딩 강화 등을 계획으로 세우고 있다. 특히, 브랜딩 강화 라인에서는 조형물 설치를 통한 창의도시 이미지 조성, 마케팅 홍보자료 제작 국내·외 보급, 대구형 음악축제 육성 및 관광 자원화 등을 추진계획으로 세우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모든 계획을 시에서 주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미래적인 계획에는 어쩐지 음악 전문가들의 참여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악이 중심이 되어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냥 공무원들이 어느 도시에서나 진행해왔던 보편적인 예술행사들의 진행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대구시보다 먼저,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되었던 일본의 하마마쓰 시에 이어 통영시가 소비자 선정 유네스코 음악도시 브랜드 부문 대상을 받았다. 통영시는, 남해안 별신굿, 통영 오광대 등 전통음악 자산과 윤이상의 음악적 유산을 바탕으로 통영국제음악제와 윤이상 국제음악 콩쿠르 및 스쿨 콘서트를 통해 전통과 비전을 발전시키고 있는 노력과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15년 유네스코에서 심사를 거쳐 브랜드 명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최초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하마마쓰 시에 이어 두 번째이고 세계에서는 열 번째였다.

이와 같이 앞서서 선정되고 음악도시로서의 개성을 인정받은 동양의 두 도시에 관한 진행방향과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앞으로의 대구시가 유네스코 음악창의 도시로서 노력해야할 방향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 하마마쓰 시
하마마쓰 시는 일본에서 다양한 음악활동의 중심지는 아니다. 한국의 경우, 서울이 중심이듯, 일본 역시 수도인 도쿄가 중심이다. 사실, 하마마쓰 시는 야마하와 카와이 스즈키 등 일본에서 생산되는 모든 피아노 공장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세계악기 박물관이 있다. 그 동안 일본에서 생산해 온 악기들(전자악기들 포함)을 위시하여 세계의 모든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하마마쓰 시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중요한 코스 중 하나로 정착 된지 오래이다. 또한 이러한 장점들을 뒷받침하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음악 행사가 있다. 1991년부터 시작되어 3년마다 개최되는”하마마쓰 피아노 콩쿨”이 그러하다.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국제적으로 알려진지 오래인 이 콩쿨에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도 참가하여 입상한 경력이 있다. 2000년 임동혁(2위) 2006년 김태형(3위) 등이 그러하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가장 큰 빌딩은 하모니카 모양으로 건축되어져 있어서 이곳이 음악, 그 중에서도 악기의 중심지라는 이미지를 북돋우고 있다고 보여 진다.
하마마쓰시 악기 박물관(좌) / 하모니카 모양의 건물(우)
– 통영시
통영시의 음악적 자산은 작곡가 윤이상으로부터 출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망산 위에 시민회관이 건립되면서 출발한 통영국제음악제는 매년마다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도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연주단체와 작곡가들이 초대되어 화려하게 개최되어진다. 잘츠부르크나 베를린 등지에서 개최되는 음악제들에 비해 규모로 보거나 질적인 수준으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음악제의 중심에 언제나 윤이상이 있다. 올해의 경우 윤이상의 제자 “호소가와”씨가 초대되었다. 독일 다름스타트 음악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현재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호소가와 씨를 초대 한 것만도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다름스타트로 몰려들었던 젊은 작곡가들이 통영으로 몰려올 듯해서 기대가 큰 모습이다. 올해 역시, 초대된 연주단체들의 프로그램에는 크고 작은 모습의 윤이상 작품들이 포함되어있기도 하다.

가을이 되면 “윤이상 국제 콩쿨”이 개최된다. 하마마쓰 시처럼 이 콩쿨 역시 유네스코에 등재된 저명한 행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번갈아 개최하는 콩쿨인데, 올해는 피아노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인 행사들이 가능했던 것은 통영시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 열망을 일깨운 음악전문 기획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여겨진다. 윤이상의 마지막 제자로 알려져 있기도 한 김승근 교수(서울대 국악과)는 당시 윤이상 선생이 돌아가신 이후에도 한국 정부와는 껄끄러운 관계가 계속되고 있었던 시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음악제를 성사시키고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국제음악당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현재의 관장인 플로리안 리임이 국제적인 역할을 전담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역할은 단순히 음악회만 잘 다듬은 것이 아니다. 통영의 행사들이 작곡가 윤이상이 중심인 것을 내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아시아 작곡가연맹(ACL)과 국제현대음악제(ISCM) 행사를 음악제 기간 중에 유치하여 음악제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특히, 국제현대음악제는 동백림 사건으로 윤이상이 곤경에 처했을 때 가입된 모든 국가의 대표들이 구명운동에 서명했으며, 윤이상은 명예회원으로 추대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유네스코 통영 로고
통영국제음악당 모습
대구시가 음악창의도시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려고 노력한 것은 왜일까.
어떤 음악적인 면을 국제무대에 보이려고 하는 것일까.

국제적인 시각으로 볼 때 단순하면서도 쉽게 와 닿는 대구시 만이 갖는 음악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적어도 유네스코라는 단체의 역할을 이해한다면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되어지기 전에 대구시는 음악적인 면에서 다른 도시들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특징들을 정리해 두었어야 했다. 별다른 큰 준비 없이 지금 이대로의 자신감으로 등재를 신청했고 손쉽게 등재되어지고 이제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때 언급한 부분이 어떤 면에서는 대구시의 음악계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음악의 모든 분야들이 고르게 분포되어있고, 균형이 있으면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
이러한 특징이 오히려 국제적으로 내세울 뚜렷한 특징이 없게 보이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방향설정이 어렵지는 않은지.

사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큰 도시들보다는 작으면서도 음악적인 개성이 확실히 드러나는 도시들이 많다고 여겨진다.
통영시처럼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중심한 음악제와 콩쿨, 하마마쓰 시처럼 피아노 생산지. 악기 박물관, 그리고 피아노 콩쿨. 일찌감치 선정되었던 스페인의 세비야는 플라맹코의 본고장, 콜롬비아의 보고타는 라틴 아메리카 내의 음악중심지, 벨기에의 겐트 시는 고도시 답게 앤틱 음악의 본고장이면서 플란더스 민족 작곡가들의 아카이브 보유 등 다른 도시와는 차별되는 음악유산들이 인정되어 선정되었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음악이외 분야의 창의도시들이 있다. 예컨대 광주는 멀티미디어예술. 매우 어울린다. 광주-빛 고을, 도시이름에서 느끼는 이미지도 동일하다. 이미, 광주문화재단에서 책임을 맡아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주는 음식, 당연하지 않은가 비빔밥만 해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니. 이천은 도예. 말할 것 없이 이천은 도예가 가장 어울린다. 그런데 서울은 디자인이다. 서울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디자인만을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복합문화도시이니까. 다른 창의도시들에 비해서 디자인 창의도시로서의 이미지는 걸맞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창의도시로서의 활동이 가장 뒤떨어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부산은 영화. 가장 화려한 분야이고 창의도시로서는 어울린다고 생각되지만, 왜 그런지는 자세히 몰라도 여러 가지 잡음이 많이 들린다.
역시 서울처럼 큰 도시여서 그러한 걸까.

대구시의 경우, 창의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는 과정에서 서울시나 부산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창의도시로서의 약점들이 보이지 않기를 기대한다. 다른 도시들과는 차별화되는 대구만이 가질 수 있는 음악창의 도시로서의 명성을 기대한다. 대구만이 가질 수 있는 음악 역사관 혹은 자료관이 건립되기를 기대한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지 않으면 대구시가 음악적인 자산이 풍부하다는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경험이 풍부한 음악기획자를 중심한 전문 음악인들과 대구시의 관계자들이 함께 계획하고 이끌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반짝하는 1회용 행사들보다는 역사가 축적될 수 있는 꾸준한 국제행사를 한 가지 이상 계획하고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유네스코에 등재될 수 있는 콩쿨 등도 생각해 볼만하다고 여겨진다. 국제적인 소통을 위한 창구로서 그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다른 어느 도시보다 음악면으로의 인프라는 많다고 생각되지만 큰 틀에서 방향을 선정해나갈 때 일어날 수 있는 분쟁 등으로 산만해지는 단점이 드러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