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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문화도시사업
지금, 문화도시 정책의 실천적 의미
추미경 / 문화다움 대표
– 세계의 문화도시, 한국의 문화도시
인류가 살아오면서 지금만큼 다이나믹한 시대가 있을까 할 정도로 21세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예측도 매우 복합적이다. 문화의 시대, 지식기반 사회, 4차 산업혁명 담론까지 이전 세기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급변하는 환경에 미래적으로 대처할 새로운 발전 동력을 구축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 비전을 모색해 왔다. 문화도시, 창조도시, 생태도시, 공유도시 등의 가치 지향적 도시전략은 이러한 미래적 비전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문화도시 패러다임은 유럽 문화를 보존, 활성화하여 유럽인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부심을 고양하고, 지역 문화관광 효과성을 높이고자 1985년 시작된 유럽문화도시 선정제도로부터 확산되었다. 2019년 34주년을 맞이하는 유럽문화도시는 2005년 이후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 ECOC)로 명칭을 바꾸어 추진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60개 도시가 선정되었고 2023년까지 유럽문화수도가 미리 선정된 상태이다. 이 제도는 유럽 도시 간 경쟁을 유발하며 이벤트성 문화 프로젝트로 경도되는 것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최근 도시의 비전과 연계하고 시민의 문화 참여 및 삶의 질을 제고하는 도시문화전략으로 확장되면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해가고 있다. 또한 유럽문화수도 제도 외에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동아시아 문화도시 등 다양한 차원의 문화도시 관련 국제적 흐름이 꾸준히 생성되고 있다.

글로벌 창조도시 포럼 2016 / 대구노보텔 (출처: 인터넷통영방송)
한국에서 문화도시는 지자체 실행 이후 문화의 시대라는 환경변화와 국제적 문화도시 패러다임 영향 속에서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하나로 채택되었고, 대체로는 지역사회로부터의 내발적 필요가 아닌 외부적 정책 요구에 의해 하향식으로 추진된 공통 기반이 있다. 때문에 문화도시는 늘 정책의 화두로 확산되었고,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또한 초기 문화도시 정책이 인프라 조성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문화도시는 곧 문화관련 공간, 시설,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해되었고, 도시의 삶과는 동떨어진 특별한 무엇으로 여겨진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한국에서 문화도시는 창조도시 패러다임으로 이전되었다가 문화도시와 창조도시가 조합되어 창조적 문화도시 전략으로 재구성되기도 하면서 유행이 지난 담론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2017동아시아 문화도시 대구 폐막식 (출처: 일요신문)
–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거한 법정 문화도시 국면의 시작
그리고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시행과 함께 한국 문화도시 담론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분권과 자치로 전환되고 있는 지역문화 환경변화 등을 수용하여 그동안 국가가 나서 문화도시를 조성하였던 것과는 달리 지역문화진흥법에 의거, 지역 스스로 문화도시 기반을 만들고 이를 국가가 승인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즉, 문화도시를 선언하고 추진하기보다는 지역이 문화도시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실질적 문화도시로 법적 인증을 얻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역 스스로 문화도시 기반을 만들어가는 정책적 전환은 “문화특화지역(문화도시, 문화마을) 조성사업”으로 시도되었는데, 2014년 남원을 시작으로 2018년 시점 총 51개 지역(문화도시형 20개, 문화마을형 32개)이 선정되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도시형은 5년간 35억원의 예산을, 문화마을형은 3년간 6억원의 예산을 국고와 지방비 매칭으로 지원받는다. 5년간 추진된 이 사업은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정책적 시범사업이자 지역적 기반을 준비하는 것이었다고 하겠다. 때문에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은 법정 문화도시 지정에 좀 더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으며,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의 연속선상에서 법정 문화도시 지정으로 연결하고자 할 것이다.

2018년 시작된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각 지자체가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승인받는 절차를 거쳐 1년간 자체적으로 예비사업을 실행한 후, 추진실적 평가와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도시로 지정하는 것이다. 지정된 이후에는 문화도시 본 사업을 추진하는데 국고와 지방비 매칭으로 100억원~2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2018년은 문화도시 조성계획 첫 번째 승인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많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원했고, 대구광역시를 포함 최종 10곳의 문화도시 조성계획이 승인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법정 문화도시를 5개 내외 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20개 내외를 지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본격화되고 있는 법정 문화도시 지정 국면은 지역문화진흥 맥락에서 중요한 축으로 작동할 것이라 생각된다. 먼저 문화도시의 개념에서도 장르나 영역을 중심으로 협소하게 특화했던 정책추진 초기에서 상당히 진화하여 현재는 “시민이 공감하고 함께 즐기는 도시문화의 고유성과 창조력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사회성장구조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체계를 갖춘 법적 지정 도시”로 정책 개념이 정의된다. 이에 따라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이 도시의 문화계획을 통한 사회발전 프로젝트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예비사업-문화도시 지정-문화도시 본 사업으로 연결되는 단계를 설정하였다. 또한 문화도시 지정을 통해 문화를 통한 도시의 가치와 철학이 생성되고 도시 고유의 문화력이 강화되어, 지역문화 자치기반이 구축되고 사회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때문에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시민의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과 주체적 참여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경영체계 구축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법정 문화도시는 도시의 맥락 속에 지역주체와 문화활동, 문화공간, 문화산업 등을 연결함으로써 시민이 공감하고 함께 즐기는 도시문화 중심의 사회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주목한다. 때문에 지역이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면 그동안 펼쳐져 있던 다양한 지역문화 주체와 활동들을 도시의 문화계획 차원으로 묶어내고, 지역에 필요한 문화역량으로 편재할 수 있는 좋은 정책적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화도시 지정을 받고자 하는 각 지자체와 민간 문화주체들이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지역의 고유한 가치, 사람, 활동, 공간과 연계되지 않은 채 운영계획이 모호한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거나 일회적 문화이벤트로만 접근하는 등의 기존 문화사업 추진 관행을 유지하게 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5년간 시범적으로 추진한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에서, 2018년 처음 시작된 문화도시 조성계획 승인 과정에서 노정되기도 했고, 향후 법정 문화도시 지정과정에서 우려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법정 문화도시 지정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수많은 도시들이 문화도시로의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문화”로 도시의 비전을 삼고자 하는 열망이어서 성급하거나 무모할 수 있음에도 지역에는 좋은 국면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왜냐하면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지역문화진흥법이 시행된 이후 지역, 도시 차원에서 통합적 문화계획을 수립하여 지역주도적 도시문화 경영기반을 구축하고, 문화도시 가치 브랜드를 형성하여 지속가능한 지역문화발전 토대를 만들 수 있는 매력적 정책 기반이기 때문이다.

– 진정한 문화도시로 가기 위해1)
그런데, 문화도시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그 지향가치가 어디를 향하는지 분명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도시는 적어도 도시 안팎에서 문화를 다루고 구현하는 방식이 다른 도시에 비해 보다 문화적이어야 할 것이다. 문화도시 안에서의 삶이 문화적이지 않을 때 결코 외부로부터 문화도시로 존중받기는 어렵다. 때문에 도시 안에서의 생활, 활동, 공간, 환경 등 제반의 요소에서 도시가 표방하는 문화도시의 가치와 철학이 묻어나야 한다.

한편, 오랜 시간에 걸쳐 문화적 삶의 양식이 도시에 존재하게 된 경우와 달리 정책으로 문화도시를 만들고자 경우, 도시문화로 뿌리를 내리게 하는 ‘시간’의 요소, 도시문화로 공유되는 다양한 차원의 실핏줄 같은 ‘과정’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를 간과하는 것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문화도시 제도 안에서 인증 받는 것이 곧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다 갖추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문화도시가 정책 지원 활용할 수는 있지만 문화도시로 국내외적으로 인지되는 것은 오랜 시간을 견디면서 문화적으로 성숙해질 때이다. 그리고 그렇게 숙성된 문화도시도 변질될 가능성을 언제나 열려있다. 때문에 문화도시로 가는 시간의 요소는 무한대라고 할 정도로 하나의 지향점과 경향성을 가질 뿐이며, 이러한 경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의 시간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문화도시 비전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전반적 영역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여러 층위의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처음부터 전체 과정 속에 들어와 함께 논의하고 만들고 그리고 그들의 일상적 삶에서 도시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찰스 랜드리는 시민들의 창의력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상상력 넘치는 해법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런 상황과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은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모험을 감수해야 하고 민간 부문은 도시 전체에 대한 보다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2)고 제안하고 있다.

  • 1)추미경, 「문화도시를 둘러싼 정책이슈 들여다보기」, 『문화돋보기』 제28호, 2016,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발췌, 재구성
  • 2)찰스 랜드리, 『크리에이티브 시티 메이킹』, 역사넷, 2009. pp.25~35. 참조하여 부분적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