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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 이색문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과 나눈
북한문화 이야기
글_현숙경 방송작가
반갑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예술담론 웹진 <대문> 식구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철웅 :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김철웅입니다. 저는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요. 평양음악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에서 유학을 했습니다. 북한으로 돌아와 북한국립교향악단 피아니스트로 활동을 하다 2002년에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현재 사단법인 예술로함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남북청소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습니다.
소개 감사합니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시게 된 계기가 있었을 거 같아요.
김철웅 : 금지곡을 연주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러시아 유학시절 좋아하게 된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가을속삭임(A comme amour)’을 연습실에서 연주했는데, 팝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밀고를 당했어요. 국가안전보위부에 불려가 사흘 동안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몇 십장의 자기비판서도 썼어요. 당시 북한에서는 노동당이 정해준 곡 또는 검열 도장이 찍힌 악보가 아니면 모두가 반동음악입니다. 저는 6살부터 피아노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곡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없다면 그 음악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습니까? 그 일로 목숨을 걸고 탈북을 결심하게 된 거죠.
피아니스트 김철웅
방송이나 영화에서 북한의 모습을 많이 봐왔지만, 그래도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네요. 올해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북한의 모습들을 새롭게 볼 수 있었는데요.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북한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김철웅 : 흔히 북한음악이라고 하면 남한에서는 ‘휘파람’, ‘반갑습니다’ 같은 특유의 목소리로 부르는 촌스러운 음악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그렇지만 북한에는 남한에 없는 세계적인 수준의 국립교향악단이 있고, 유학도 많이 다녀옵니다. 음악을 전공하고 활동하는 예술가의 수는 현저히 적을지라도 그 수준은 가히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에도 가곡 같은 수준 높은 곡이 꽤 많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남북 가곡의 밤’을 네 차례 열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놀라면서, 북한의 음악이 우리랑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북한의 문화에 대해 올바로 알지 못해서 오해하는 부분들이 생기는 거 같아요.
김철웅 : 일례로 북한에서는 ‘일없습니다.’ 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이 말을 ‘필요 없다.’는 뜻으로 오역해 오해를 사는 일이 많았습니다. 남한 말로 ‘괜찮습니다.’라는 뜻인데 말이죠. 문화차이에서 오는 오해는 정말 많은 논쟁거리들을 만들어냅니다. 남과 북은 앞으로 함께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런 문화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가야할 길이 힘들 수 있겠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통일이 될지라도 지역감정을 넘어선 민족 간의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함께 공감하고 느껴야 할 부분이고 지금부터 문화의 장벽을 조금씩 낮춰가야 한다고 봅니다. 상대를 알면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니까요.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북한 응원단(사진_연합뉴스)
네, 그렇다면 북한의 문화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철웅 : 북한문화정책은 ‘민족적 형식의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그래서 북한의 음악은 정권 초창기부터 민족음악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자기만의 문화를 구축하려 부단히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단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보면, 국악기를 개량한다든지 민요를 현대화 하는 식입니다. 오케스트라 편성법을 바꾸기도 하고 전자음악에 민요를 접목하기도 합니다. 남한의 국악이 보존위주라 현대인에게 너무 멀게 느껴지는 반면, 북한의 국악은 과한 현대화로 본래의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죠. 중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과 남한의 비슷한 점은 교육입니다. 북한에서도 피아노를 배울 때 바이엘부터 시작하고 체르니를 칩니다. 첨부되는 것이 있다면 자기 나라 곡, 북한 동요 등을 치게 하는 겁니다. 이런 것이 민족적 자부심을 키우는 데 좋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최근 구호 중 ‘발은 우리 땅에 딛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내 것을, 자기 것을 소중히 사랑하라고 많이 강조하는데, 더 잘하기 위해서 남의 것을 배우라고 교육합니다. 내 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죠. 이것이 넘치면 국가를 위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 되는 건데, 교육의 중심이 되는 핵, 목적이 북한과 남한의 다른 점 같네요. 한국은 대인 위주라고 봅니다. 허용, 허상이 많고 자기 것이 없다는 게 아쉬움이죠.
분단된 시간만큼 문화적 거리도 멀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김철웅 : 문화적 교류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동안의 통일교육이 남과 북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 해왔다면, 이제는 얼마나 같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서로 이해하는 모습이 필요해요. 그들이 총을 겨누는 한 주적이 되겠지만, 통일로 가자면 문화적 이해가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경제적으로 모자라 보일 수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보지 말고, 문화적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같이 살아갈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와서 누구보다 통일을 바라고, 북한문제에 앞장서고 계신데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철웅 : 앞서 소개에서 언급한 남북청소년오케스트라는 남북음악교류 활성화를 위한 단체이고,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남한 내에 올바른 북한문화를 알림으로써 통일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남북청소년오케스트라에는 남한의 청소년들과 함께 20명가량의 탈북청소년들도 함께하고 있는데요. 이들과 함께 평화콘서트를 열고,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