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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
아카이브 구축 기본계획 수립 위한 포럼
<대구예술 아카이브의 현재와 구축 방향> 포럼 리뷰
글_ 김지혜 대구일보 기자
지역 원로 예술인의 자료 및 작품 관리ㆍ보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예술자료의 체계적인 수집부터 정리ㆍ보존 및 활용 등 아카이브 구축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포럼이 대구에서도 열렸다. 대구시는 11월 30일 오후 3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대구예술 아카이브의 현재와 구축 방안’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예술인들의 생애사와 예술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지역 예술인과 예술자료의 아카이브 구축 및 활용방안 모색을 위한 자리로 열렸다. 포럼에서 이호신 한성대학교 크리에이티브 인문학부 교수가 ‘대구예술 아카이브 구축 방향’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지난 11월 3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대구예술 아카이브의 현재와 구축 방향> 포럼 리뷰 현장
이 교수는 ‘증거ㆍ기억ㆍ정체성ㆍ공동체’를 “지역 예술 자원의 단순 집적을 넘어 더 높은 수준에서 아카이브 구축의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카이브는 기록물을 모아 정리하는 곳이지만, 기록물의 단순 저장을 넘어 기록물 속에 감춰진 이야기를 발굴하는 곳이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며 “대구예술과 관련된 집단기억을 보존하면서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담론의 공간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록의 무덤’을 만들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담론을 제공하는 ‘기억의 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예술 아카이브의 현재와 구축 방향> 포럼 이호신 교수의 발제
이번 포럼을 토대로 대구시는 내년 상반기 중 대구예술 아카이브 구축 단계별 로드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거쳐 아카이브 구축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부터 지역 예술의 아카이브 구축을 단계별로 추진하게 된다. 시는 기관ㆍ단체별 및 예술 장르별 아카이브 구축과 병행해 방대한 아카이빙 자료를 종합적으로 조정ㆍ관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대구기록원’과 ‘대구시립박물관’ 조성 사업과 연계해 아카이브 구축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구시 한만수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포럼은 그동안 기관ㆍ단체별로 진행돼 온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 작업들을 연계와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 강화로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마련된 자리로, 보다 높은 수준과 장기적인 시각에서 단계별 지역예술 아카이브 구축 전략을 모색한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아카이브 구축 위해 인력 양성해야…변방 예술인들도 주목해야
기관ㆍ단체별로 기존 지역 예술 자원의 단순 집적을 넘어 보다 높은 수준에서 접근 및 활용을 위한 실천방향을 제시하는 지정토론의 장이 열리기도 했다. 토론에는 김종성 대구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장,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장,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 조두진 매일신문 문화부장, 최미애 영남일보 기자 등 장르별, 기관ㆍ단체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지정토론에서는 체계적인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인력 양성 및 변방의 예술가와 예술적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성 대구예총 회장은 ‘대구예술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정체성’에 대해 강조하며 “급변해 가는 매체의 디지털 환경에서 누구나 기록 생산자와 아키비스트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온라인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다. 단체나 신념 등의 다양성에 기반한 아카이브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지금 이 시대는 전문기록자와 일반시민 아키비스트의 구별이 무의미한 실정이다. 다양성을 토대로 한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제안한 토탈 아카이브는 그러한 의미에서 깊이 공감한다”고 전했다.
<대구예술 아카이브의 현재와 구축 방향> 포럼
또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아카이브를 구축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대구는 전후도시라는 특성상 많은 문화적 자료와 기억들이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그 자료와 기억들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재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인력을 양성하고, 자원의 배분 또한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미애 영남일보 문화부 기자 역시 적절한 수의 인력 확보 등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기자는 “자료를 디지털화한다 해도 그 전 단계에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건 어쨌든 사람의 몫이다. 수천 점이 넘는 자료를 단 한 명이 모으고 데이터베이스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예술 분야별로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이들이 관련 분야의 예술인이나 예술단체와 꾸준히 교류하면서 시대, 주제별로 카테고리화해서 모인 자료를 분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역의 문화예술 자료를 신속하면서도 꾸준히 모으고 아카이브화 하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기관과 직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예술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유의미한 자료 확보라고 강조하며 “단순 이미지 자료 외에도 텍스트, 영상 자료 등에 대한 수집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예술 아카이브의 현재와 구축 방향> 포럼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대구예술 아카이브 구축은 대구의 역사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아카이브 작업의 당위성에 대해 피력했다. 최 관장은 “최근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문화예술에 대한 아카이브는 다양한 방향에서 간간히 논의돼 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대구예술발전소 개관과 함께 지역의 문화예술 기록물에 대한 보존과 관리를 위해 아카이브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것이 공식적인 최초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예술에 대한 보존과 재활용을 위한 문화예술 아카이브 작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지역의 정체성 및 역사성을 드러낼 때 문화 분야가 차지하는 영역이 작지 않고, 오히려 문화적 자산이 지역의 브랜드 가치와 자부심 고취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조두진 매일신문 문화부장도 “대구의 예술 아카이브 사업이 구조적인 틀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워 당분간은 사람에 의존해야 한다”며 “이 사업을 전담할 전문 인력체계를 꾸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수집된 기록물이 스스로 역사를 이야기해 줄 수 있도록 기록물의 구조를 조직하고, 과거 기록물과 현재인 혹은 미래인이 만나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할 수 있는 배경과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 부장은 “이를 위해서는 건물이나 설비투자보다 열정을 가진 사람을 발굴하고, 그들이 일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아카이브 사업 전담 인력체계를 꾸리고, 그들이 5년 혹은 10년 일을 해나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구예술 아카이브의 현재와 구축 방향> 포럼
지역 문화예술계 아카이브 구축에서 주류 예술계 외 변방의 예술가와 예술적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아카이브 구축 방향성에 대한 제언으로 “기록되지 않는, 기록할 수 없는 기록에 주목해 변방의 가치를 집중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사무처장은 “대구문화예술인들은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구축사업이 민주적 정책입안과 실질적인 예술인 지원체계 수립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이 사업이 단순히 자료를 모아 분류하고, 기록을 상세히 하는 정도가 아니라 대구문화예술을 다원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예술생태계 전체를 톺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또 “행정중심이 아닌 민간활동 중심의 아카이빙으로 균형추가 기울어야 한다. 동일한 규모의 행사를 하더라도 행정이 주최, 주관, 후원하는 행사는 평가와 잠재력에 높은 점수가 주어지지만 민간의 활동은 관심 밖으로 던져진다. 이렇게 그동안 방치되거나 폄하돼 온 민간주도 성과에도 집중적인 기록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지역사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지표 연구 제시도 대구 지역 아카이브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사무처장은 “근대문화의 중심지, 경상권 문화의 집중지, 반골문화의 시류 등 수출형 한류가 아닌 취향의 공동체를 지켜내고 확장해내는 방식의 생태계조사, 지역예술을 지역민들이 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다각도적 조사ㆍ연구를 통해 질적으로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