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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성영화제,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다.
글_박경희 대구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대구여성영화제는 2012년에 첫 회를 시작으로 올해 7회까지 개최되었습니다. 해마다 가을 시즌에 3일간 영상축제로 열립니다. 대구 지역에도 여러 영화제가 있는데 대구여성영화제만의 특색이라고 한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영화제에서 담아내고자 하는 영화들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풀어갑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여성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편견이 있는 분은 여성들만을 위한 영화제가 아니냐는 오해를 하지만, 여성영화제라고 해서 여성만을 위한 영화제, 또는 여성만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가 절대 아니라는 것! 여성주의가 담고 있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고, 다양성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모든 인권은 평등하다.’ 를 주제로 영화를 통해 해마다 여성영화제를 개최하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구여성영화제에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문제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전달합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함께 알아가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고자 해마다 영화를 매개로 많은 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대구여성영화제 공식 로고 / 제7회 <대구여성영화제> 포스터
2018 제7회 대구여성영화제도 11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 동안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에서 진행되었습니다. 38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났고 많은 분이 웃고 울면서 함께했습니다.
올해 대구여성영화제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뜨겁게 이슈가 되고 있는 이주민, 난민,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와 각자의 영역에서 차별에 맞서 당당히 저항하며 변화를 일구는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개막작이었던 <파도위의 여성들>은 산부인과 의사인 ‘레베카 곰퍼츠’가 1998년에 만든 비영리단체로 낙태가 불법인 국가의 여성들에게 임신 중단 약물로 안전하게 임신 중단을 할 수 있도록 해온 그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현재 낙태가 불법인 한국에서도 낙태죄 폐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임신 중지 선택권이 여성 본인에게 있어야 하며 낙태죄 폐지가 낙태 찬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낙태를 죄로 보면 안 된다는 입장에서 낙태죄 위헌을 외치고 있습니다. 낙태와 관련하여 여성의 자기 결정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생명의 존엄성만을 강조하며 출산 이후 여성과 아기의 삶에 대해서는 고민해주지 않는 현실에 대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 보았습니다.

개막작 영화 <파도 위의 여성들>
올해 대구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중에서 해외 작품을 제외한 국내 영화 전편의 감독님이 모두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서 영화제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감독님들이 직접 와주셔서 ‘관객과의 대화’가 더 풍성하게 채워졌습니다. 영화제에서 상영된 여러 영화 중 <어른이 되면> 이라는 영화의 장혜영 감독님과의 대화가 인상 깊었고 많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중증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감독과 동생 장혜정 자매의 이야기인데, 장애인수용시설에 있던 동생을 탈시설 한 후 자매가 함께 살기 시작한 첫 6개월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나의 가까운 사람 중에 장애인이 없다면 감히 고민해보지 못했던 장애인 인권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가져다준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꼭 공유하고 싶은 몇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7회 대구여성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진행 중
발달장애인을 일상에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장애가 없는 사람들을 잘 대하는 방법이 따로 있지 않듯이 장애가 있는 사람을 잘 대하는 방법도 없다. 다만,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지 않느냐. 그러면 그 예의를 지키면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가지고 있는 매너를 그대로 지키면 되는 것이고, 설령 실수한다고 하더라도 사과를 하면 된다.”
장애인 동생을 위해서 희생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하는 관객의 말에,
“내가 희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대구여성영화제에서 영화제를 개최하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현재 사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누군가 바꿔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스스로 만들어 가겠다는 생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뀌지 않을까.”
영화 <어른이 되면> ‘관객과의 대화’ 진행(왼쪽부터 장혜정씨, 토크진행자, 장혜영 감독)
동생보다 더 중도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관객의 질문에,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아동 등 돌봄이라는 것이 가정에만 가정에서도 여성에게만 부가되고 있는 것이 부당하다. 돌봄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을 왜 아주 조금의 어떤 사람들에게만 부과되고 있는가. 우리 사회 전체가 돌보아야 한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장애 인권에 대해 이해도가 낮았습니다. 장애인들이 좋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있지만, ‘좋은 시설이라는 것은 없다’는 말과 함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자기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인의 의지로 평생 생활해야 하는데, 어떻게 조금의 복지서비스로 장애인의 삶을 평생 보호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라는 이야기에 큰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영화 <어른이 되면> (사진출처_네이버영화)
대구여성영화제가 타 영화제와 차별되어지는 가장 큰 특색은 영상제작 교실이라는 섹션입니다. 매해 영상제작 교실 강좌를 통해서 지역 주민들과 청소년들에게 영상을 기획, 촬영, 편집, 제작하는 과정을 가르쳐주고 그들 스스로 영상을 만들어 완성된 작품을 영화제에서 정식 상영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주민 영상제작 교실과 찾아가는 영상제작 교실을 통해서 23편의 영상이 만들어지고 상영되었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시민들과 청소년들은 그들의 시선으로 직접 영상을 만들고 완성된 작품을 영화관에서 정식 상영하는 기회를 가져 또 하나의 가슴 벅찬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제작교실을 통해서 7년간 발굴한 주민 감독들이 30여 명이 되는데, 이런 것들이 대구여성영화제가 그간 쌓아온 귀한 자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11월3일 주민영상제작교실 ‘관객과의 대화’
7년째 이어오고 있는 대구여성영화제는 대구풀뿌리여성연대(구, 대구북구여성회) 부설기구에서 출발하여 2017년 하반기에 법인 분리를 하였고, 올해부터는 자매기관으로서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2013년 2회째부터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칠곡의 무료대관 덕분에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큰 부분이 해결되었고, 그 외 나머지 부분을 지역 주민들과 회원들의 후원으로 해마다 채워왔습니다.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처음으로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게 되어 재정의 부담을 조금 덜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여러 명의 활동가가 영화제를 준비하는 1년의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수고를 해주고 계십니다.
제7회 <대구여성영화제> 주민영상제작교실 상영 후 단체사진 / 스탭진
전체 활동가들이 급여를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그들의 신념과 열정으로 함께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구여성영화제는 공익성을 지향하며 문화생활을 즐김에 있어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1회부터 7회까지 매년 전편 무료상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구 북구 강북 지역에서만 영화제를 개최해왔었는데, 더 많은 시민과의 만남을 위해서 내년에는 대구의 중앙으로도 지역을 확장해나갈 예정입니다.
대구여성영화제는 영화를 통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다 같이 숨 쉬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매년 대구여성영화제가 전달하는 희로애락을 더 많은 시민과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